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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응오가 52편의 영화를 불교라는 프리즘을 통해 되새김질 해 놓은 책 <영화, 불교와 만나다>
 저자 유응오가 52편의 영화를 불교라는 프리즘을 통해 되새김질 해 놓은 책 <영화, 불교와 만나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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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된 말로 '개눈에는 똥만 띈다'더니 <영화, 불교와 만나다>를 쓴 유응오 작가의 눈에는 영화를 접하는 내내 '불심'만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에만 그랬던 게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그랬기에 잔상으로 남아있는 영화의 장면, 장면에 작가가 가지고 있는 불교적 지식내지는 마인드를 덧그림처럼 그려 <영화, 불교와 만나다>란 책을 한 권 냈다. 

맨눈에는 햇살이 보이지 않지만 삼각프리즘을 통하면 파장의 길이에 따라 일곱 빛깔 무지갯빛으로 나뉘어 보인다. 영화는 책과는 달리 빛이라는 주요수단을 통해 관객들에게 모든 걸 전달하려고 한다.

그러기에 여느 글들처럼 느낌이나 감동 없이 프리즘만을 통과한 햇살과 같이 하얀 스크린에 알록달록한 빛깔만을 쏟아내는 결과물일 수도 있고, 평생을 감동으로 기억할 만큼 장면 하나하나를 가슴 깊이 각인하는 끌날같은 걸작일 수도 있다. 

원작자는 물론 감독을 위시한 모든 출연자들이 보여주고 싶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주제가 있겠지만 사물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그러하듯 영화를 통해서 받는 감동이나 감상은 오롯한 관객의 몫이니 영화에 대한 판단 또한 지극히 객관적일 수 있다.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애환서린 과부의 삶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한참 열애중인 청춘남녀에겐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진부한 이야기지만, 과부의 삶을 살아가는 이에겐 가슴 절절한 자신의 애환이며 삶이다. 그 한 장면, 대사 한 마디가 가슴을 콕콕 찌르는 감동일 수 있듯이 입장에 따라 반영되고 전달될 수 있는 게 영화다.

같은 햇살일지언정 여명으로 밝아오는 아침햇살, 노을을 배경으로 깔고 있는 석양,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쨍쨍한 한낮의 햇살이 제각각 다르듯이 빛으로 그려내는 영화, 그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역시 보는 이의 입장에 따라 달리보일 수도 있다. 

<영화, 불교와 만나다>에는 52편의 영화를 짧게는 두서너 페이지 길게는 예닐곱 페이지의 길이로 요점정리를 하듯 간결하게 수록하고 있다. 본 적이 있는 영화를 소개한 부분은 지나간 기억을 되살려 주는 타임머신이 될 것이며, 아직껏 감상한 적이 없는 영화를 소개한 글은 영화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를 한눈에 그려볼 수 있을 만큼 간결하지만 튼실한 내용이다.  

불교라는 프리즘으로 해석한 '52편의 영화'

저자 유응오가 52편의 영화에 덧댄 불교는 뙈기밭 가득했던 잡풀을 배불리 뜯어먹고 여유롭게 앉아 되새김질을 하는 먹성 좋은 소를 연상케 한다. '제행무상' '제법무아'…. 들어본 적은 있지만 너무나 불교적인 용어라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잘 몰랐던 사람들에겐 영화의 줄거리를 통해 용어의 실체를 느끼게 하고, 보이게 한다.

대기중에 살면서도 공기와의 만남을 의식하지 않으며 살고 있듯 알게 모르게 불교를 접했으면서도 알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관람한 적이 있을 법한 몇 편의 영화에 덧대진 해석, 불교라는 프리즘을 통한 해석으로 불교의 일단을 이해하거나 접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

스크린으로 쏟아지는 영상에서는 물론 영화의 제목만으로도 불교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물론 영상과 제목, 스토리의 전개에서조차 불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도 연기사상이나 화엄사상이라는 불교적 해석을 덧그려 넣었다.  

저자만의 생각이나 판단만으로 불교적 덧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감독들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 다수의 감독들을 만나거나 인터뷰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으니 영화에 덧그린 저자의 불교는 감독들이 빛으로 그리고자 했던 영화의 밑그림일 수도 있다.      

흥미진진하게 보았던 지루하게 보았던, 연애감정을 가지고 보았던 이별의 감정을 가지고 보았던 <영화, 불교와 만나다>를 읽으면 '아하! 그 영화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 하고 무릎을 칠 수 있는 깨우침이나 느낌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52편의 영화에 담긴 알짜주제를 한 권의 책으로 섭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고, 자신의 눈높이를 뛰어넘는 식견으로 많은 영화를 리뷰해 볼 수 있는 충실한 해설서이며 일상생활에서의 불교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심오한 프리즘이다.  

뎅그렁 거리는 풍경소리는 산사와 잘 어울리고, 윙윙 거리는 전자오르간소리는 성당이라야만 더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이 또한 선입견이나 편견일 수 있다. 불교와 만나는 영화, 영화로 만나는 불교, 상상하거나 짐작하는 것 의외로 고즈넉할 수도, 흥미로울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영화, 불교와 만나다> / 유응오 지음 / 아름다운인연 / 297쪽, 12,000원



영화, 불교와 만나다

유응오 지음, 아름다운인연(2008)


태그:#영화, #불교, #유응오, #만다라, #아제아제바라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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