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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환 <투모로우> 포스터
 영환 <투모로우> 포스터
ⓒ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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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개봉한 <투모로우>란 영화를 기억하는가. 영화는 기후학자인 잭 홀 박사가 지구 기온 하락에 대한 연구발표를 하면서 시작된다.

잭 박사는 국제회의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이로 인해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일 것이라고 연구 결과를 발표하지만, 아무도 이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는 박사의 예측대로 변해간다.

사실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빙하는 소금기를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바닷물보다 가볍다. 따라서 빙하는 녹아도 해양 깊은 곳으로 가라앉지 못한다.

해수의 순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표층의 물이 바람 때문에 다른 표층으로 이동하는 것이고 둘째는 해양 표층의 물이 무게(밀도)차이 때문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표층의 물은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 밑으로 가라 앉는다. 또 겨울철 해수의 온도가 낮아지면 표층의 물은 무거워져(밀도가 높아져) 바다 밑으로 가라 앉는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경우도 이에 속한다. 

지구에 다시 빙하기가 오고 있다면?

현재 북극과 남극 빙하가 온난화로 인해 녹고 있다. 하지만 밀도가 낮아 바다 밑으로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바다의 생물체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을까? 표층의 물은 밑으로 가라앉을 때 생물체 생존에 필수인 온도, 산소, 염분, 영양분을 운반한다. 바다 속 생물체는 이 때문에 숨을 쉬고 영양분을 섭취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하지만 표층의 물이 바다 속으로 전달되는 속도가 느려 위의 4개 요소가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투모로우>는 표층의 열이 심층으로 전달되지 못해(심층수 순환의 붕괴) 특히 북반구에 급격하게 빙하기가 도래한다고 설정했다. 이러한 현상이 과거에도 있었는지, 있었다면 얼마나 빨리 빙하기가 도래했는지, 빙하기는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바뀌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는지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한 번 살펴보자.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
ⓒ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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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생성 이후 빙하기와 간빙기를 되풀이 하고 있다. 빙하기와 간빙기의 정확한 정의는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빙하기에는 간빙기보다 전 지구 평균 해수(심층수)의 온도가 약 3 ℃ 정도 낮으며 지구상에 빙하의 면적이 늘어난다.

참고로 약 6억년에서 7억 5천만년 전에 수천만년동안 해양을 포함하여 전 지구가 완전히 얼음으로 덮였다는 주장도 있으나 현재 학계에서 열띤 토론 중이다. 이를 제외하면 지구상에 빙하가 최고로 많았던 시기는 지구 46억년 역사 중 약 1만8000년 전으로 현재의 약 2배에 달했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와 간빙기의 역사를 살펴보면 현재부터 약 1만2000년 전(홀로세)을 간빙기라 부르며 1만2000~160만년 전(플라이스토세)을 빙하기라 부른다. 플라이스토세 중에도 현재와 온도가 비슷한 시기가 짧게 여러 번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간빙기가 진짜 온난기간인 간빙기에 속하는지 아니면 기나긴 빙하기(플라이스토세)의 여정 중 잠깐 더운 시기에 속하는지는 현대 과학으론 알 수 없다.

200년동안 지속되다, 1~3년 사이 종결된 빙하기

영화 <투모로우>에 나오는 것처럼 빙하가 녹아 빙하기가 온 가장 최근의 시기는 1만년 전이었다. 약 1만2000년 전에 지구상의 온도 상승으로 인하여 빙하가 서서히 녹기 시작했으며 이렇게 녹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표층수의 밀도(무게)가 낮아졌고 표층의 물이 심층으로 가라 않지 못함으로써 심층수 순환의 붕괴가 일어난 것이다.

좀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빙하기가 도래하기 전에 수백 년간은 급격한 빙하의 녹음이 있었다. 이러한 심층수 순환(컨베이어 벨트)의 붕괴는 표층의 열을 심층으로 전달하지 못함으로써 전 지구에 빙하기를 가져온다. 이는 고기후학에서 너무나 잘 알려진 '영어드라이아스 한랭사건'(YD; Younger Dryas cooling event)이다.

이때 전 지구 평균 해수의 온도는 현재보다 약 5~7 °C 낮았다(약 1만8000년 전 지구상에 빙하의 부피가 현재의 두 배가 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의 온도 하강 또한 현재보다 약 5~7 °C 낮았다. 약 1만9000년 전에 대서양 적도 부근, 태평양, 남빙양에서 온난현상으로 인한 빙하의 녹음이 있었으며 이러한 빙하의 녹은 물이 1만8000년 전에 있었던 급격한 빙하최대기를 야기시켰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그린란드 정상은 YD 빙하기 동안 평균 약 15°C 의 온도 하강이 있었다. YD 빙하기 동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180~270 ppm 사이였다. 이는 현재가 약 390 ppm 임을 생각해 볼 때 매우 낮은 수치다. 

영어드라이아스 한랭기(빙하기) 동안 대서양의 컨베이어벨트는 중지되었으며 약 13%의 염분(4~6 per mil)이 감소했다. 물론 영어드라이아스 한랭기 이전에 현재처럼 급격한 온난 현상으로 인한 빙하의 녹음이 있었다.

이때 온난현상에 의한 빙하의 녹음은 태양일사량의 증가와 해수면 상승에 그 원인이 있다. 이때 한랭현상은 북위 27도까지 도달했다. 이러한 빙하기 상태는 해양 퇴적물의 연구에 의하면 약 200년 동안 지속되다가 1~3년 사이에 급격히 종결되었다. 

온난화로 해양생물들이 죽어간다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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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드라이아스 빙하기가 종결될 때 수년간 많은 눈이 내렸다. 또 다른 그린란드의 빙하 코아 연구에 의하면 영어드라이아스 빙하기 말은 급격히 종결되었으며 온난현상 또한 대기 중의 메탄농도 증가와 함께 급격히 도래했다. 영어드라이아스 빙하기 때는 매우 건조했으며 폭풍우의 출현 빈도가 매우 높은 날씨였다.

영어드라이아스 빙하기 후에 온난기가 도래하였는데(홀로세) 그린란드의 빙하 코아 연구에 의하면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기후 전이가 되는데 약 40~50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린란드의 빙하 코아에 보존된 대기 중의 먼지의 연구에 의하면 20년 이하가 걸렸다. 영어드라이아스 동안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났으나 빙하 코아에 보존된 대기 중의 먼지연구에 의하면 대기의 순환은 급격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동중국해, 남중국해, 동해의 해양퇴적물 코아에서도 급격한 기후변화의 증거가 나타난다. 영어드라이아스 빙하기 동안 육상 빙하 또한 확장되었다. 한 예로 알프스의 남부지역 및 페루의 안데스 산맥 등의 지역에도 빙하의 면적이 넓어졌다.

이외에도 앞에서 언급 하였듯이 빙하가 녹는 동안 표층수가 저층에 가라앉지 못해 산소와 생물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분도 가라앉지 못하게 된다. 한 예로 북대서양의 아열대 지역에서 채취한 코아의 연구에 의하면 영양염의 감소 현상이 발견된다.

또 심층수 순환의 붕괴는 해수의 흐름을 느리게 혹은 완전히 정지시켜서 해수를 썩게 만들며 산소가 없는 환경이 되어 생물체가 살지 못하게 만든다. 이외에도 영어드라이아스 빙하기동안 겨울몬순과 황사현상은 강화되었다.

심층수 순환 붕괴, 자기장 감소 등 합병증 걸린 지구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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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현재 빙하 녹은 물의 해양유입으로 인하여 심층수 순환의 붕괴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심장에서 온몸으로 펌프질되는 피의 흐름이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 느리게 전달되고 있음과 같은 이치이다. 이외에도 현재 지구상의 자기장(magnetic field)이 감소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활발한 판구조 운동에 의해 해양이 매우 활발하게 변형 되고 있으며 이는 화산, 지진활동, 쓰나미 등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과거 수 만년간 육상의 표면을 덮었던 두꺼운 얼음이 녹음으로써 꺼졌던 지구의 표면이 튀어 오르는 현상도 일부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심해질 것이다. 영원히 얼어있으리라 생각했던 지구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영구동토도 녹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여러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 신임철 기자는 현재 기상청 연구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그:#기후변화, #지구온난화, #생태계, #빙하기, #간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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