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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가을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을 풍자해서 논쟁의 도마 위에 올랐던 연극 <정말, 부조리하군>이 이번 가을을 맞아 혜화동 게릴라 극장에서 관객과 다시 만난다.

 

<정말, 부조리하군>은 스위스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Friedrich Duerenmatt, 1921~1990)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 준 희비극 <로물루스 대제>를 전방위 플레이어 이윤택씨가 번안․재구성하고 1988년 한국 백상예술대상을 비롯, 여러 연출상을 수상해온 채윤일(62) 연극인이 무대에 올리는 정치풍자극이다.

 

<로물루스 대제>는 서기 476년, 게르만족의 침입에 맞서 아무 대응책도 마련하지 않았던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 ‘로물루스 대제’라는 역사 속 실존 인물이 주인공이다. <정말, 부조리하군>은 로마의 멸망이라는 배경을 깔고 현재 한국 안팎에서 불거져 나오는 모든 문제점들을 촌철살인식의 유머와 반어법으로 풀어내는데, 특히 닭장차를 연상시키는 양계장과 동북공정 풍자가 신선하다.

 

 

극단 쎄실의 레파토리 시스템 1회 공연을 앞둔 9월19일(금) 저녁. 어스름이 깔리는 혜화동 게릴라 극장 앞에서 채 연출가를 만나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 이 작품 기사가 실린 D일보에 “교수들 앉혀놓고 토론을 즐기고 당신이 그렇게 똑똑해?”라는 대사가 따적힌 것을 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빗댄 건가?

-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의 언행을 풍자한 것이다.  

 

▲ 하지만 보수 쪽은 되려 ‘(노 정권에 대한) 풍자의 뼈대’가 없다고 비판했던데…

- 나는 그때 노 전 대통령의 언행을 풍자했지, 정책 비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노 정권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풍자할 거라고 잔뜩 기대했던 보수 언론이 실망한 것이다.  결국 나는 좌우파 양쪽 언론에서 협공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 보수 쪽에선 지난 세월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다.

- 잃어버린 10년인지 발전된 10년인지 정답은 아직 모른다.

 

▲ 작년에 올린 작품에 대해 자평한다면

- 힘든 작품이었다. 난 이북 출신이라 종북 세력에 어쩔 수 없는 거부감이 있다. 그래서 <정말, 부조리하군>이란 작품은 우파적 시각에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이윤택은 뒤렌마트식의 허무적이고 본질적인 무대를 원했다. 우리는 끝까지 의견 조율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내 입김이 좀 더 셌다. 결국 작년 이맘때 정치적 현실을 풍자한 부분이 많았다.

 

 

▲ 이번에 다시 올리는 작품에서도 현 통치자를 풍자한 대목이 있나.

- 없다. 경제대통령에 대해선 별 할 말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문주의자가 아니잖나.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토론을 하고 싶었다.

 

▲ 현재의 촛불 정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소고기 문제는 경제적 문제가 아니다. 이 정권이 국민 감정을 건드렸다. 국민은 현대 건설사 직원이 아니잖은가.

 

▲ 이번 작품에서 주요 풍자 대상은?

- 국가주의다. 권력자보다 국가주의 시스템을 비판한 것이다. 작년 무대가 내 버전이라면, 이번 건 이윤택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점점 더 연극이 다른 장르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 우선 좋은 희곡 작품이 없다. 그게 결정적인 이유다. 좋은 희곡 작가도 영화 시나리오를 쓰려고 하지, 누가 몇 백 만원 받고 희곡 한 편을 쓰겠나. 영화 한 편 히트에 억대 작가가 된다.

 

▲ 더더욱 정치풍자극을 보기 너무 힘들다. 요즘 같은 세상에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무슨 이유가 있을까. 물론 <환생경제(이대영 작/연출)>라는 게 있었지만...

- <환생경제>는 그냥 촌극이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 소설가가 그러더라. 사회 현상의 이면을 볼 수 있는 통찰력, 정부에서 하는 말의 숨은 의도를 간취할 수 있는 투시력을 갖춘 작가가 필요 한다고.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대체로 신문을 안 볼뿐더러, 정치 기사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 같다.

 

▲ 변한 시대적 탓도 있지 않나.

- 물론 있다. 박정희 시절만 해도 좋은 정치극이 많았다. 이현화의 <불가불가>는 최고의 정치극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에 그런 작품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게 여겨질 따름이다. 군부독재 시절 대본이 보통 두 개였다. 중앙정보부에서 압수해가는 검열용과 따로 연습용…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치극이 죽어갔다. 지금 대학로는 연애 로맨스 천지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다. 정치극도 함께 공연되면 좋겠다는 말이다. 젊은 사람들이 현실 고발 연극에 관심을 가져주면 정말 좋겠다.

 

▲ 이번에 레파토리 시스템 작으로 올라가는 <정말, 부조리하군>에서 ‘부조리’의 정확한 뜻은 뭔가.

- 엉뚱하다, 황당하다는 뜻이다. 제목도 ‘정말, 골때리는군’으로 바꾸고 싶었는데, 격조가 떨어진다고 해서 치웠다.

 

 

▲ 앞으로 예술가들의 중점적으로 풍자할 대상이 있다면…

- 어떤 인물 하나보다는 이제 시스템 전체다. 이를테면 미국발 경제쿠데타나 경제시스템! …아무튼 미국식 자본주의를 따라가선 안 된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 10월30일부터 3일간 부산문화회관에서 이현화의 <불가불가>를 무대에 올린다. 기회가 닿으면 <카덴자>, <산씻김> 등 다른 작품들도 올려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공연 일정 2008 9월19일~10월12일
공연 장소 혜화동 게릴라 극장
공연 문의 02-763-1268


태그:#<정말, 부조리하군>, #채윤일, #이윤택, #정치풍자극, #현실 고발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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