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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분명 '큰 일'입니다. 지은이의 말대로 '지금까지의 생활이 180도 뒤집힐 만큼 큰 일'이지요. 아이를 처음 낳으면 엄마는 작은 일에도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첫아이를 낳고 호기롭게 천기저귀를 쓸까, 덜 마르는 것 걱정할 필요 없이 종이기저귀를 쓸까, 기저귀 하나를 선택하는 데도 고민하던 기억이 납니다.

얇지만 꽉 찬 정보가 담긴 이 책의 겉그림
 얇지만 꽉 찬 정보가 담긴 이 책의 겉그림
ⓒ 넥서스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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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것도 벅찬데, 어린 아이와 대화하며 키우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기가 그린 '뽀글뽀글'과 '동그라미' 낙서에 엄마가 함께 엎드려 눈과 귀를 덧그려 주는 '그림으로 나누는 대화'는 그림 잘 그리는 미술 전공 엄마의 전유물이 아닌데도 습관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 어떻게 해 줘야 아이가 불편해 하지 않는지 몰라서 초보 엄마는 허둥지둥 헤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선배 엄마들의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를 찾게 되고, 육아 정보를 담은 책들을 손이 잘 닿는 곳에 비치해 두기도 합니다.

일본인 일러스트레이터 기타무라 모토코의 <행복한 육아 아이디어 노트>는 곁에 두고 따라하기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소개된 책입니다.

가볍고 작은 책이라 부담 없이 꺼내볼 수 있는 이 책의 장점은 예쁜 그림과 꽉 찬 정보입니다. 얇은 책이지만 필요한 정보는 빼놓지 않고 모두 챙겨넣은 이 책은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귀여운 일러스트와 예쁜 아이디어로 힘을 줍니다.

일본인 엄마의 안전 의식, '아이 사진이 없는 블로그'

육아일기를 쓰는 요령을 소개한 부분에서 일본인 엄마의 안전 의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를 만드는 방법부터 테마를 정해 글쓰기 안내를 하는 대목에서 블로그를 쓸 때 주의할 사항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사생활이 노출될 만한 게시물이나 사진은 공개하지 않는다.
내 주변 인물에 대해 언급하거나 내 주소, 전화번호를 게시하는 일도 금물.
아이에 대한 글은 특히 조심할 것. 예쁘다고 아이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남들을 불쾌하게 할 만한 내용은 싣지 않는다. 타인에게 상처가 되거나 편협한 내용은 아닌지 글을 올리기 전에 다시 한 번 확인할 것.
게시물을 작성할 때 타인의 저작권과 초상권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 저작권법에 대한 내용을 미리 체크해 두자.

블로그는 세계와 이어지는 창입니다. 매너와 책임을 지켜 글을 써 나갑시다.

평소 아이와 다닌 산책을 기사로 작성하곤 했던 저에게는 따끔한 일침입니다. 아이 사진을 공개적으로 올린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습니다. 아찔한 생각마저 듭니다.

블로그 문화에도 일본인 엄마의 조심스러운 행동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은이의 블로그(http://home.c07.itscom.net/mado/)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찾아가 봤습니다. 직업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그런지 작가의 예쁜 그림들이 아이 사진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선생님, 요리사, 산책 친구, 사진사까지~ 1인 몇 역일까요?
 엄마는 선생님, 요리사, 산책 친구, 사진사까지~ 1인 몇 역일까요?
ⓒ 넥서스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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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으로 가는 엄마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육아에 지쳤을 때 하면 좋은 1분 체조, 응급 상황 대처법과 예방 접종과 검진 정보, 시기별 아빠의 육아와 선배 엄마 아빠의 체험 에피스드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 예절 교육 등 꼭 필요한 내용들입니다.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에 아이들이 어떤 일상을 보낼지 미리 살펴보세요.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에 아이들이 어떤 일상을 보낼지 미리 살펴보세요.
ⓒ 넥서스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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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추억을 어떻게 보관하고 꾸며주어야 할 지 허둥대는 솜씨 없는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예쁜 아이디어들은 바로 따라해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킵니다. 콜라주로 만든 사진액자와 아이 사진으로 모빌을 만들어 주기, 자주 입던 옷의 천 조각이나 단추를 잘라 일러스트와 사진에 붙이기 등 세상에 단 한 권 뿐인 그림책을 만들어 줍니다.

'추억의 작은 병'에는 아이의 '처음'과 관련된 소품을 작은 병에 넣고, 아이들의 낙서 그림에 어른들의 덧그림을 그려 넣은 합작품을 원색 액자에 넣어두기도 합니다.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다양한 형태의 명함을 만들거나 아이의 삐뚤빼뚤 글자로 만든 달력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품이 됩니다.

작은 상자에 아이의 추억을 담아보세요.
 작은 상자에 아이의 추억을 담아보세요.
ⓒ 넥서스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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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예술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정리한 104쪽과 106쪽 공원에서 하는 자연 놀이는 평소 제가 하는 것과 비슷해 괜히 반가웠습니다. 그림책을 맛있게 읽어주는 방법, 아이옷 잘 입히는 요령, 육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노하우까지. 처음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위해 경험으로 알게 된 육아 비법을 세심하게 보여줍니다.

육아는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느끼는 것

이 책 64, 65페이지를 넘겼을 때, 그만 눈물이 찔끔 맺히고야 말았습니다.

아이가 한 살이 되는 날,
'부모'로도 한 살이 되는 생일.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건
다시 새롭게 하나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
함께 느긋하게 시간을 헤아리며,
함께 천천히 나아가자.
한 해 한 해
행복의 등불을 밝혀가며.


라는 짧은 메모가 촛불이 둥둥 떠다니는 바다 그림 위에 적혀 있습니다. 첫아이 돌잔치를 하면서 부모님께 감사 편지를 드렸는데, '생일 케이크에 촛불 하나를 켜는 데 이렇게 많은 수고와 눈물과 기도가 필요한 지 미처 몰랐습니다.'라고 적었던 기억이납니다. 아이가 한 살이 되는 것은 작가의 말대로 부모로서도 한 살이 되는 것이라는 걸, 이 책을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됩니다.

어린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은 여유 있게 책 읽는 시간을 내기도 어렵습니다. 아무 쪽이나 펼쳐서 얼른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반가운 까닭입니다. 필요한 내용을 빨리 읽을 수 있게 그림과 짧은 메모로 구성하고, 만드는 방식을 따로 설명해 두어서 도전 의욕을 부추깁니다. 이 책은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부모나 하루하루 아이와 더 재미있게 지내고 싶은 엄마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책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육아 아이디어 노트

기타무라 모토코 지음, 우에마츠 노리코 감수, 서명숙 옮김, 넥서스주니어(2008)


태그:#육아, #행복, #쿠하, #아이디어 ,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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