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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는 순간 화가 치솟았어요. 조인스닷컴 첫 화면 중앙에 “YS·DJ 차남 현철·홍업씨 '아지트' 문닫아”라는 제목의 기사는 읽을수록 어처구니가 없네요.

서울 강남의 요정식 고급 룸살롱 ‘지안’이 최근 문을 닫았다는 이 기사는 5·6공 실세,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아들, 정·재계 유력 인사 등의 비밀 사교 클럽 역할을 했다고 일화들을 적어요.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니라고 읽고 흘러갈 수 있는 기사지요. 그런데 왜 이 기사를 물어뜯고 싶을까요.

서민들 삶에 상처 주는 보도행태

이 고급룸살롱은 “YS의 차남 현철씨와 DJ의 차남 김홍업씨가 기업인 등을 만나 부정한 돈을 받을 때 이용”한 곳으로 “97년 대검 중수부는 현철씨를 구속하면서 93년 이후 21차례에 걸쳐 15억 원 이상을 지안 등에서 받았다고 밝혀”, “홍업씨가 2000~2001년 공기업 사장 등에게서 ‘사정 기관의 내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 등과 함께 1억2000만원을 받은 곳도 지안이었다.” 고 과거에 부정했던 일들을 보도하죠.

두 전직 대통령 아들의 비리에 다시 흠집을 내면서 정권을 감시하려는 내용도 아니고 도대체 이 내용을 왜 쓰는지 모르겠네요. 뇌물을 주고받는 권력형 비리와 과거를 반성하게 하는 내용도 아니잖아요. ‘지안’을 알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 기사는 지안을 돋보이게 하려고 일화들을 팔아 장식처럼 꾸미네요. 고급룸살롱이 얼룩진 비리의 온상이 아니라 진흙에서 피어난 연꽃인양 하네요.

이곳은 “지난해 강남에서 가장 큰 오피스 빌딩을 지으려고 4000억~5000억원을 들여 토지를 매집해오는 이모 사장”에게 “100억 원대에 팔렸다”고 하며 이모 사장은 “린다 김 측”이라고 전하면서 만져볼 수도 없는 액수를 광고하네요.

중앙일보가 부자신문이라서 이러한 기사를 보도할 때 ‘민감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생활경제에 민감한 서민은 이런 기사를 보면 박탈감과 함께 상처를 받지요. 노인들이 무료승차권 때문에 힘든 계단을 오르내리시며 1000원 아끼려는 마음을 그들은 알지 못하겠지요. 시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최고급룸살롱’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전하는 걸까요.

고급룸살롱 '지안'이 문을 닫았다는 내용의 중앙일보 기사.
 고급룸살롱 '지안'이 문을 닫았다는 내용의 중앙일보 기사.
ⓒ 조인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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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까지 감염된 ‘일그러진 접대문화’

기사에 “사장 정모씨는 연예인 성 상납 파문 수사 때 검찰에 불려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당시 이곳에 유명 탤런트와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 모델 등이 드나든 게 확인됐다.”고 읽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내용을 쓰지요. 제대로 밝혀서 쓰든지 아니면 쓰지를 말든지 엉성하게 ‘긁어 부스럼’같은 글을 쓰고 있네요.

이어서 “또 대부분의 지안 접대부가 연예인 뺨치는 미모에 뛰어난 화술을 지닌 20대 초반의 여성들로 구성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인당 하룻밤 술값이 50만~100만원인 지안은 철저하게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돼 낯선 손님은 들어갈 수도 없었다고 한다.”고 보도하네요.

삐뚤어진 접대문화가 똬리를 튼 한국 사회에서 접대부를 옆에 두는 게 당연하다고 중앙일보는 생각하나 보네요. 접대부 문화에 대해 비판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중앙일보는 ‘연예인 뺨치는 미모’의 ‘20대 초반의 여성’들을 ‘접대부’로 두고 ‘1인당 하룻밤 술값’으로 ‘50만~100만원’을 썼다며 부러움 반, 아쉬움 반으로 기사를 쓰네요.

접대부의 미모가 상대에 대한 존중 수준인가 보네요. 하룻밤 흥청망청 50~100만원을 써야 화끈하게 잘 대접했다고 이야기를 듣나보네요. 딸 같은 여성들을 옆에 앉아놓고 술을 마셔야만 즐거운 그들의 ‘유치한 성의식 수준’이 정말 딱하네요. 그 유치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사를 쓰는 중앙일보도 한심하고요.

아무 생각 없이 써대는 저런 기사를 보고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저렇게 잘못된 일들이 기성세대에서 벌어지고 있단 말이야? 바꿔야지.”라고 생각할까요? 당연하게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일그러진 접대문화에 감염될 젊은이들이 걱정되네요.


태그:#고급룸살롱, #지안, #중앙일보, #접대문화, #성상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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