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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 등에 따른 국내금융시장의 대책 마련을 위해 16일 오전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가 열리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 등에 따른 국내금융시장의 대책 마련을 위해 16일 오전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한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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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 쓰나미가 결국 한국경제도 덮쳤다. 추석연휴를 마감한 16일 아침 서울 금융시장은 패닉 그 자체였다. 코스피 지수는 6% 넘게 하락했고, 장 시작 35분만에 주가 1400포인트가 무너졌다. 결국 1387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5% 가까이 급등해 1160원까지 치솟았다.

미국발 '검은 먹구름'은 언제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금융경제를 흔들까. <오마이뉴스>는 16일 오후 화폐금융 전문가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를 통해 미국발 금융위기를 진단하고,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보았다.

"미국 처지에선 '끝의 시작'이지만 한국은 시련의 연속"

전 교수는 "미국경제 입장에서는 곪은 게 터졌다는 의미에서 '끝이 시작됐다'(beginning of end)고 볼 수 있지만 한국경제 입장에서는 시련의 연속"이라며 "정부는 마치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가 (위기의) 유일한 격발장치인 양 했지만 실제로는 여러 격발장치들이 한국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전 교수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한국경제가 여러 격발장치들이 터져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느냐, 금융시장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돼 있느냐 하는 점"이라며 "이런 어려움들이 예상돼 9월 위기설도 나왔던 것"이라고 전했다.

전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을 분석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원화시장과 외화시장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화 시장은 정부가 타깃이 정확한 일시 자금을 풀어 안정시킬 수 있다"며 "문제는 외화유동성인데 외화보유액 확보가 외화시장 안정에 필요한 유일한 실탄"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한다"며 만일 외화유동성 확보가 안 돼 한국경제에 어려움이 닥친다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3명이 7월 초에 악수하면서 외환보유고를 쏟아서라도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했던 그 말에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전 교수는 '리먼의 파산신청이 중장기적으로는 신용경색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의 주장은 "미국의 금융당국자들이나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일축한 뒤, "미국에 물린 채권액이 크지 않으니 한국에 직접적 피해는 많지 않다고 할 때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언제나 간접 피해가 무섭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태국 바트화가 평가절하 됐을 때 직접적인 위기 때문에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미국에 직접 투자를 하지 않았더라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AIG가 휘청휘청하는 파급 여파가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무서운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전 교수는 다시 한번 "간접 충격파를 감안한 전체 파장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지금 주력해야 할 대비책은 외화유동성 확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전성인 교수와 나눈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외환보유액 확보가 외화시장 안정에 필요한 유일한 실탄"

전성인 홍익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AIG 신용등급 강등위기 등 세계 금융의 심장, 미국 월가가 '도미노 파산' 공포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곪은 게 터졌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미국경제 입장에서는 끝이 시작됐다는 것(beginning of end)은 맞는 얘기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알려지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직접적인 메스가 가해지지는 않았었다. 계속 구제금융만 갔던 상황이다. 이제야 비로소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 입장에서는 시련의 연속이다. 이것은 9월 위기설의 일부다. 그간 제기됐던 9월 위기설이 특정 격발장치만 겨냥해서 나온 게 아니라는 거다. 정부는 마치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가 유일한 격발장치인 양 했지만 그건 아니었던 것이다.

조만간 일본계 은행들이 국내 금융회사에 빌려준 외화의 만기연장(roll over)이 또 돌아온다. 이게 어떻게 될 것인가도 중요하다. 이처럼 국내 잠재적 격발장치는 수없이 많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잘 피해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경제가 그런 것들이 수시로 터져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느냐, 금융시장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돼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런 어려움이 예상되니까 9월 위기설도 나왔던 것이다."

-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는 어떤 점을 핵심 포인트로 점검해야 하나.
"일단 원화 시장과 외화 시장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원화시장은 정부가 타깃이 정확한 일시 자금을 풀어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본다. 금리를 올리고 낮추는 것 이외에도 시장 안정에 필요하다면 정부가 '안정 기금' 같은 것을 확보해 대처할 수 있다.

문제는 외화유동성이다. 외화유동성은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게 없다. 원화 발권력을 동원할수록 외화유동성은 악화된다.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당국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외환보유액 확보밖에 없다. 그게 외화시장 안정에 필요한 유일한 실탄이다. 문제는 정부가 외화유동성에 대한 안정정책을 갖고 있느냐, 어떤 복안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내가 보기엔 정부가 이런 대책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정부는 '외국 중앙은행과 외화스왑'하면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없다, 또 외국환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고 떵떵거렸지만 결국 가격이 안 맞아 발행 못했다. 외화유동성이 문제로 떠오르는 지금 이제 와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이 가능할까, 이젠 못한다. 그래서 외화스왑 얘기가 나오는 거다.

97년 IMF 때와 비교하자면, 그때는 미국에 달러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자기네 코 바르기도 부족하다. 한국 시장을 위해 과연 미국과 일본이 얼마나 도와줄 수 있을까. 그것도 따져봐야 한다. 일본 증시도 하락했고, 이미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지 않나."

"외화 유동성 확보 못하면 강만수·이성태·박병원 책임져야"

- 지금으로서는 외화유동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외화유동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않는 한 시장이 굉장히 불안할 수 있다. 정부가 원화 유동성에 대해 긴급 지원 용의를 밝히고, 또 거품이 터질 만한 '가계대출'이나 '부동산' 등에 대한 감독강화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것 말고는 정부대책이 없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만일에 하나 정부가 금융위기에 대한 긴급 구제자금으로 국민연금을 섣불리 투입한다고 결정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이건 말도 안 된다. 이런 것들이 9월 위기설의 핵심인 것이다."

-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 등은 16일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 리먼 사태가 파산신청으로 일단락돼서 중장기적으로는 신용경색 완화에 도움 된다"고 전망했다.
"미국 금융당국자라면 할 수 있는 얘기다. 지금 한국의 경제당국자들이 '한국에는 직접적 피해는 크지 않다'고 할 때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간접 피해가 무섭다는 사실이다.

태국 바트화가 평가절하 됐을 때 직접적 위기 때문에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친 게 아니다. 한국이 미국에 직접 투자를 하나도 하지 않았더라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AIG가 휘청휘청하는 파급여파가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무서운 거다. 간접 충격파를 감안한 전체 파장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소리 할 때가 아니다. 지금 정부가 주력해야 할 대비책은 외화유동성 확보다."

- 정부가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지금은 사실 그간 잘못한 일이 완전히 드러나는 상황이다. 1주일 앞도 못 내다보면서 호탕하게 떵떵거렸던 상황이 고스란히 다 드러나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가 지금 쓸 수 있는 방법은 중앙은행끼리의 연합을 강화하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외화채권을 발행한다고 해봤자 팔리지도 않는다. 너무 늦었다. 하려면 지난주에 팔았어야 했다. 아니면 아예 얘기를 꺼내놓지 말던지. 정부가 외평채 발행한다고 얘기는 꺼내놓고, 이제 와서 '못하겠는데요' '사실 저희는 말만 한 건데요' 이러면, 대외신인도는 말하나마나한 상황인 것이다.

지금 정부는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한다. 만일 외화유동성 확보가 안 돼서 한국경제에 어려움이 닥친다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이 3명이 7월초 에 악수하면서 외환보유고를 쏟아서라도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했던 그 말에 책임져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일단 원화시장이라도 안정시켜야 한다. 이건 외화시장보다 쉽다. 정부가 원화시장까지 헤매면 정말 안 되니까."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 보고 하기 위해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안내를 받으며 회의장을 들어서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 보고 하기 위해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안내를 받으며 회의장을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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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방어막 안 만들고 지난 6개월간 흥청망청"

- 정부는 리먼브러더스 투자규모가 은행(1억2천만 달러), 보험(2억1천만 달러), 증권(3억9천만 달러) 등 총 7억2000달러로 모두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인 채권 보유액만 생각하는 한가한 얘기다. 설사 우리가 미국 금융기관에 돈 한 푼, 채권이나 주식 투자 안했어도 위기다. 투자를 하나도 안 해도 외국 사람이 돈을 빼가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위기인 거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외국에 채권 투자한 게 없으면 아무 걱정할 게 없다는 건대, 이게 말이 되나. 설사 투자액이 '0원'이었어도 우리 돈을 빼 나가면 당장 외환시장에서는 외화 유동성에 위기가 생기는 거다.

지금은 정부가 매크로 매니지먼트(Macro management)를 관리할 정말 큰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 정부는 원화에 대해서는 시장을 구태여 불안하게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외환시장에 관해서는 말 백 마디도 필요 없다. 주식시장은 개미가 있지만 외환시장은 선수만 있다. 따라서 정부가 선수들 앞에서 외화유동성 걱정 말라고 말만 해봐야 소용 없다. 돈을 보여줘야 한다."

- 정부는 국내 금융사의 외화유동성이 탄탄해 큰 걱정이 없다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데 하루만에 원 달러 환율이 1160원까지 올라가나. 시장의 가격지수가 그대로 얘기를 해주고 있는데, 자꾸 그런 소리를 하면 선수들은 비웃게 된다. 원화가 그렇게 싸지면 당연히 달러 갖고 있는 사람들이 달러 팔러 나와야 하는데, 지금 안 나오는 거 아니냐. 정부가 보는 것처럼 그렇지 않은 거다."

-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치 매각이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재무적 건전성은 차치하고, 또 가계대출 부실화 가능성 등을 봐야겠지만, 아마 회사마다 외화를 엄청 많이 갖고 있을 수는 없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갖고 있는 만큼 코스트를 지불해야 하니까.

또 회사더러 엄청난 외화에 자금을 묶어놔라, 이렇게도 말을 못하는 거고, 또 말이 안 되는 거다. 어느 정도 필요한 만큼만 갖고 있을 거다. 중요한 건 당국이 이런 일이 나오지 않도록 대책을 갖추고 미리 방어막도 만들어 놓고, 이래야 됐는데 지난 6개월간 너무나 흥청망청 외환관리를 해왔다는 느낌이 있다."

"외부충격 흡수 위해 외화 적극 공급? IMF 때와 같은 처방"

-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이번 사건이 100년 만에 한번 올 사건이라며, 위기가 해결되기 전까지 더 많은 대형 은행들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정부 전망과 다른 것 같은데.
"결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금융위기는 미국 내 위기고, 미국의 고통이 미국 안에서 그대로 끝나리라, 우리는 직접 채권만 회수하면 되는 문제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대, 아마 이런 소리는 정부도 안 믿고 하는 말일 거다. 대외용에 불과한 것이다.

만약 미국에 거대 금융위기가 오면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건 그 은행에 채권 산 것이 없다, 이게 아니라 그에 따른 종합적 파장이 우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 정부는 그에 대응할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는 건가 따져봐야 한다. 지금 우리는 미국에 직접 투자한 채권액이 얼마 안 된다,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부동산까지 악영향을 미쳐 제2의 IMF가 온다는 진단도 있다.
"아직 거기까지 가기는 이른 감이 있다. 10년 전 IMF 때와 다른 것은 그때는 위험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97년 10월까지 위기라고 얘기한 사람이 없었다. 나도 그때는 IMF 위기가 올 거라고 얘기를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위기설이 루머냐 아니냐 할 정도로 시장에 빠삭하게 경계정보가 퍼져 있다. 정부만 부인할 뿐이지. 따라서 그렇게까지는 안 갈 것이라고 본다. 무모하게 절벽을 향해 기관차를 모는 그런 행태는 안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정말 불행인 것이다."

- 지금 상황으로는 제2의 IMF 위기설은 그야말로 설에 불과하다, 이런 건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정말 한국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위기가 올지, 아니면 어느 정도의 중규모 위기로 마감하고 선방할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또 미국시장에서 '엔드'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봐야지만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가 16일 말한 것처럼 미국에 직접적인 투자피해가 없으니까 끄떡없다,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런 얘기는 작년 2월 서브프라임 터졌을 때 이미 다 했었다. 또 정부는 알려진 위기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니라고 헛소리 했었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섣불리 얘기할 성질의 것은 아닌 것 같다."

- 정부는 외부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며 외화자금을 적극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처 방법이 97년 IMF 때와 같은 처방이라는 지적인데.
"맞다. 97년 IMF 때와 똑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원화 평가절하든, 있는 돈 없는 돈 다 때려 넣고 한판 싸움을 붙든, 어떻게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것인가에 대한 신뢰할 만한 계획을 보여줘야 한다. 한번은 개입했다가 그 다음은 발을 빼고, 이런 식으로 하면 이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다. 하나의 전략을 갖고 꾸준히 밀고 나간다면 시장은 신뢰를 보낸다. 갈팡질팡 이랬다저랬다 하면 시장의 신뢰를 깎아먹는다."

- 지금 같은 금융위기가 연말까지 계속 된다면.
"그렇게 가면 큰일 난다. 올 9월 안에 미국발 금융위기로 추가 희생될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또 미국정부가 남아있는 금융기관들의 충격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그게 명료해지면 끝나는 거다. 그 다음에는 기계적 일처리만 남은 게 된다. 그래서 'beginning of the end'이라는 말을 하는 거다. 이렇게 되면 그때야 비로소 '끝'(end)이 오는 건대, 그건 좀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한국 금융기관이 도산할 가능성은 없나.
"한국의 금융기관이 불안할 수 있다. 원화자산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럴 수 있다. 외화 유동성은 언제나 정부에 기대기 마련이다. 그러나 원화 유동성 문제는 정부에 기댈 수 없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이 죽는 건 원화 쪽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다. 그렇게까지 갈지 안 갈지는 좀 봐야 한다.

만일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그 여파가 원화유동성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 IMF때처럼 30%대 고금리로 갈 수도 있다. 그러면 국내 안 망하는 기업이 어디 있겠나. 그렇게 되면 금융기관도 줄도산 하는 거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유동성을 확보하면 그렇게까지 금리를 높이지 않아도 된다. 적당히 통제된 상태에서 원화위기를 넘기면 별 탈 없이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좀 더 봐야 알 수 있다." 

- AIG는 국내 소비자가 많다. FRB가 850억 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피해볼 가능성은 없을까.
"AIG도 주가가 많이 빠졌다. 직접적으로 국내 소비자가 많다. 그러나 보험 유동성에는 문제가 생길지 몰라도 직접 보험가입자 피해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미국에서 AIG가 파산할 경우 그 충격파는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국내 보험계약자에게 직접적인 손해가 온다기보다는 금융시장 전체에 충격파를 줘서 전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 진보 보수를 막론한 경제학자들이 '강만수 경제팀'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다고 들었다.
"강만수 경제팀은 그동안 외환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 보유고는 1400억 달러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자본자유화 시대에는 돈이 많아도 불안한 거다. 유동액이 아무리 많아도 섣불리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본자유화시장에서 가장 좋은 외환정책은 매크로 펀더맨털을 서로 모순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성장을 하면서, 환율은 절하하고, 물가는 안정시키겠다, 이런 건 말도 안 된다. 경제성장하면 물가는 오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정부는 삼박자의 아귀가 안 맞는 정책을 주장한다. 내적 모순이 있는 정책을 추구하려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다. 이런 걸 버려야 한다."


태그:#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AIG, #리먼브러더스, #미국발 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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