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의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페널티킥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리고 손가락을 두 개 펼쳐보이는 사진이 실린 유럽축구연맹 누리집(uefa.com) 첫 화면

리버풀의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페널티킥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리고 손가락을 두 개 펼쳐보이는 사진이 실린 유럽축구연맹 누리집(uefa.com) 첫 화면 ⓒ 유럽축구연맹


리버풀 FC의 간판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와 주장 스티븐 제라드.
9월 초까지만 해도 그들이 돌아와 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둘은 부상 후유증을 훌룰 털어버리고 나흘 전 프리미어리그 맞수 맨유와의 경기에서 화려한 귀환을 예고한 바 있다. 비록 토레스는 그 경기 옆줄 밖에서 몸만 풀다가 말았지만 주장 제라드는 역전승의 생생함을 아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리버풀 FC(잉글랜드)는 우리 시각으로 17일 새벽 마르세유에 있는 벨로드롬에서 벌어진 2008-2009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D그룹 올림피크 마르세유(프랑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두 경기 연속 역전승의 짜릿함, 제라드의 발끝에서!

같은 리그도 아니고 다른 나라, 다른 리그의 팀과 맞붙은 경기에서 역전승을 이끌어낸다고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방문 경기였고 상대팀도 그렇게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에서 '리옹'과 '보르도'에 이어 3위에 올라 챔피언스리그 본선까지 나오게 된 올림피크 마르세유는 유럽축구연맹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이 대회 53년 역사 중 특별하게 기념할만한 트로피를 소장하고 있는 축구 클럽이다. 

바로 1992-1993 시즌부터 조별리그가 도입되면서 챔피언스리그의 모양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첫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대회 공식 명칭도 유러피언 챔피언 클럽스 컵 대회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로 바뀌었다.

또한, 공교롭게도 두 팀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 A의 강팀 AC 밀란과의 묘한 인연으로 트로피를 치켜들었기 때문에 그 만남이 남달랐다. 마르세유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이 대회 우승(1992-1993) 기록에서 AC 밀란을 1-0으로 물리치고 활짝 웃었다.

리버풀의 최근 우승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2005년 5월 26일,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2004-2005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AC 밀란에게 0-3으로 뒤지던 경기를 승부차기(3-2)까지 끌고 가서 뒤집어버리는 잊지 못할 명승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5년 5월 26일 리버풀 FC의 누리집 첫 화면(liverpoolfc.tv)은 놀라운 수식어로 가득찰 정도로 역전승의 기쁨이 넘쳤다.

2005년 5월 26일 리버풀 FC의 누리집 첫 화면(liverpoolfc.tv)은 놀라운 수식어로 가득찰 정도로 역전승의 기쁨이 넘쳤다. ⓒ 리버풀 FC


당시 리버풀 구단 누리집 첫 화면에는 '어메이징'이라는 단어부터 '원더풀'에 이르기까지 19개의 단어가 나열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반전에만 세 골(말디니1골, 크레스포2골)을 얻어맞으며 0-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후반전 제라드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사비 알론소가 극적인 동점골까지 터뜨리며 3-3을 만든 것. 결국 이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져 폴란드 출신 문지기 두덱의 활약에 힘입어 3-2로 끝났다.

나흘 전 '붉은 장미의 전쟁'으로도 불리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의 경기에서도 2-1로 역전승을 거둔 바 있는 리버풀은 또 한 번의 짜릿한 역전승 감격을 누렸다. 이쯤되면 이들을 역전승의 달인들이라 불러도 괜찮을 듯하다.

23분, 방문팀 리버풀은 마르세유의 주장 카나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수비라인의 오프사이드 함정이 무너지며 선취골을 내줬다. 하지만 부상을 털고 돌아온 두 선수가 바로 3분 뒤 큰 일을 해냈다.

리버풀의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는 중앙선 쪽에서 상대 미드필더 음바미의 공을 가로채 역습을 시작했고 이 공은 오른쪽에 나가 있는 카윗을 거쳐 상대 벌칙구역 반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제라드에게 배달되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다시 돌아온 제라드는 이 공을 받아 잡지도 않고 오른발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상대 문지기는 최근 프랑스 국가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던 만단다였지만 그가 꿈쩍도 하지 못할 만큼 회전이 절묘하게 걸렸다. '제라드' 하면 떠오르는 대포알 같은 인스텝 슛이 아니었고 90도 쯤 돌아선 상태에서 오른발 안쪽에 감긴 공이 기막힌 포물선을 그리며 반대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간 것이었다.

이 아름다운 골의 잔상이 지워지기도 전에 바벨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역시 제라드가 오른발로 침착하게 차 넣으며 승부는 뒤집혔다. 이처럼 일찍 결정된 스코어는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이 끝날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경기 끝무렵 세네갈 국가대표 골잡이 마마두 니앙이 분전했지만 그의 앞에는 흔들리지 않는 리버풀 문지기 페페 레이나가 가로막고 있었다.

이렇게 첫 방문 경기를 기분 좋게 역전승으로 끝낸 리버풀은 다음 달 2일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을 안필드로 불러 두 번째 경기를 벌이며, 마르세유도 같은 날 마드리드에 있는 비센테 칼데론으로 들어가 AT 마드리드와 만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2008-2009 UEFA 챔피언스리그 D그룹 첫 경기 결과, 17일 마르세유 벨로드롬

★ 올림피크 마르세유 1-2 리버풀 FC [득점 : 카나(23분,도움-셰이루) / 제라드(26분,도움-카윗), 제라드(31분,PK)]

◎ 마르세유 선수들
FW : 니앙
MF : 벤 아르파(57분↔지아니), 셰이루, 음바미(41분↔발부에나), 카나, 바카리 코네(74분↔사마샤)
DF : 타이워, 힐튼, 주바, 보나트
ㄴGK : 만단다

◎ 리버풀 선수들
FW : 바벨, 토레스(64분↔리에라), 카윗(86분↔로비 킨)
MF : 루카스 레이바, 마스체라노, 스티븐 제라드(69분↔베나윤)
DF : 도세나, 캐러거, 스크르텔, 아르벨로아
GK : 레이나
토레스 제라드 리버풀 마르세유 챔피언스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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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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