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의 짜릿한 역전승 소식이 실린 구단 누리집(liverpoolfc.tv) 첫 화면

리버풀의 짜릿한 역전승 소식이 실린 구단 누리집(liverpoolfc.tv) 첫 화면 ⓒ 리버풀 FC

안필드 로드에 모인 4만4천여 안방 팬들은 '붉은 장미의 전쟁'에서 모처럼 이긴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2006년 2월 FA컵 5라운드에서 1-0으로 이긴 이후 2년 7개월만의 일이요,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 부임 이후 안필드에서 열린 정규리그 첫 승리였기에 더욱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리버풀 FC는 우리 시각으로 13일 밤 안필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8-200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의 안방 경기에서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리그 선두(3승 1무) 자리에 올랐다.

 

부상에서 회복중인 맨유의 박지성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모두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어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빛바랜 베르바토프의 우아한 패스

 

초롱이 이영표(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샬케 04와의 맞수 대결로 독일 분데스리가에 공식 데뷔한 날, 공교롭게도 그의 전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꼴찌(1무 2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같은 날 안필드 로드에서는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뛴 두 명의 골잡이가 불편한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리버풀의 7번 유니폼을 입은 '로비 킨'과 맨유의 9번 유니폼을 입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그 주인공.

 

이들은 분명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 홋스퍼의 흰 옷을 입고 한솥밥을 먹으며 런던 클럽으로서의 자존심을 한껏 치켜세우던 인물들이기 때문에 런던 팬들에게는 '붉은 장미의 전쟁'으로도 불리는 이 경기가 묘한 여운을 남겼을 것이다.

 

테베스와 루니를 양쪽에 두고 맨유의 새로운 골잡이로 나온 베르바토프는 예상대로 우아한 패스 실력을 자랑하며 경기 시작 3분만에 선취골을 만들어 첫 공격 포인트를 남겼다. 리버풀의 간판 수비수 캐러거가 끝줄 바로 앞에서 골문 쪽을 잘 막았지만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듯한 베르바토프의 감각은 따라잡지 못했다.

 

직접 차 넣는 골 장면에서도 한 마리 학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특유의 우아함을 자랑하는 베르바토프는 도움 순간에도 그 부드러움과 정확함을 결코 잃지 않았다. 오른발로 꺾어서 내주는 각도가 일품이었고 이를 알고 반대쪽에서 오른발 슛을 준비한 카를로스 테베스의 받아차기도 일품이었다. 도움과 득점 모두 '명품'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맨유의 기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7분, 팬들이나 당사자 모두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자책골이 나왔다. 리버풀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의 중거리슛이 수비수 몸에 맞고 방향이 바뀌면서 문지기 판 데 사르를 긴장시켰고, 리에라의 움직임을 막던 수비수 웨스 브라운이 문지기와의 간격을 적절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바람에 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따라붙은 리버풀 선수들은 조금씩 점유율을 높이며 맨유 선수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후반전 선수 교체는 결과적으로 안방팀이 역전승을 거둔다는 것을 말해주듯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베니테스 감독의 미소는 더욱 인상적으로 남았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발목을 또 다친 캐릭을 빼고 노련한 긱스를 들여보냈다. 긱스는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감각적인 왼발 띄워차기로 추가골을 노릴 때까지는 좋았지만 역전 결승골이 터진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할 정도로 눈에 띄는 실수를 저질렀다.

 

77분, 오른쪽 끝줄까지 리버풀 미드필더 마스체라노가 공을 몰고 들어올 때 드리블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몸으로 막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바로 다음 동작에서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 마스체라노는 긱스의 오른쪽으로 돌아가 공이 끝줄 밖으로 나가기 직전에 살려내며 카윗-바벨로 이어지는 역전 결승골에 크게 기여했다.

 

축구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공격권 넘겨주기 상황이 바로 그 순간 긱스의 판단 실수로 말미암아 일어난 것이었다. 더구나 그 자리는 득점과 직결될 수 있는 위험 지역이었기에 더욱 경솔하게 보였다. 공의 소유권이 자기에게 넘어왔다고 한숨을 돌리기보다는 보다 확실하게 첫 동작을 상황에 어울리도록 펼쳐야 한다는 축구의 기본을 또 한 번 깨우치게 하는 장면이었다.

 

절묘하게도 결승골의 빌미가 된 선수와 득점자가 후반전 교체 선수였다는 사실이 두 감독의 엇갈린 운명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 2008-200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결과, 13일 안필드

★ 리버풀 FC 2-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득점 : 브라운(27분,자책골), 라이언 바벨(77분,도움-카윗) / 테베스(3분,도움-베르바토프)]

◎ 리버풀 선수들
FW : 로비 킨, 카윗
MF : 리에라(71분↔바벨), 마스체라노(87분↔히피아), 알론소, 베나윤(68분↔스티븐 제라드)
DF : 아우렐리우, 캐러거, 스크르텔, 아르벨로아
GK : 레이나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테베스, 베르바토프, 웨인 루니
MF : 스콜스(66분↔하그리브스), 캐릭(46분↔라이언 긱스), 안데르손(78분↔나니)
DF : 에브라, 비디치(90분-퇴장), 퍼디낸드, 브라운
GK : 판 데 사르

2008.09.14 12:07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8-200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결과, 13일 안필드

★ 리버풀 FC 2-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득점 : 브라운(27분,자책골), 라이언 바벨(77분,도움-카윗) / 테베스(3분,도움-베르바토프)]

◎ 리버풀 선수들
FW : 로비 킨, 카윗
MF : 리에라(71분↔바벨), 마스체라노(87분↔히피아), 알론소, 베나윤(68분↔스티븐 제라드)
DF : 아우렐리우, 캐러거, 스크르텔, 아르벨로아
GK : 레이나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테베스, 베르바토프, 웨인 루니
MF : 스콜스(66분↔하그리브스), 캐릭(46분↔라이언 긱스), 안데르손(78분↔나니)
DF : 에브라, 비디치(90분-퇴장), 퍼디낸드, 브라운
GK : 판 데 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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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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