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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서 가운데 입을 벌리고 있는 고래가 죽어가는 개체다.
 사진 속에서 가운데 입을 벌리고 있는 고래가 죽어가는 개체다.
ⓒ 고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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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남부해역에서 죽어가는 참돌고래 개체를 살리려는 다른 개체들의 집단행동은 어떻게 확인되었을까? 사망 개체에 대한 참돌고래의 집단의식행동을 세계 최초로 촬영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박겸준 연구원은 11일 그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고래연구소는 지난 6월 27일 시험조사선(탐구12호)으로 울산~포항 간 동해남부해역에서 조사하던 중 참돌고래의 '이타(利他)적 집단행동'을 관찰했다. 고래연구소는 그동안 자료를 정리한 뒤 10일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대부분 돌고래류는 군집 생활을 하며 독특한 무리 행동을 한다. 이타적 행동은 어미가 장애에 처한 새끼의 호흡을 돕기 위해 수면으로 밀어 올려 주는 행위 혹은 사망하는 개체를 다른 개체들이 수면으로 밀어 올리거나 부축해 주는 행위이다.

죽어가는 고래를 살리기 위해 다른 개체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에서 가운데 하얀색의 배 부분이 보이는 고래가 죽어가는 개체다.
 죽어가는 고래를 살리기 위해 다른 개체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에서 가운데 하얀색의 배 부분이 보이는 고래가 죽어가는 개체다.
ⓒ 고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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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돌고래류의 사회성을 고려하면 한 개체의 사망시 무리의 집단 이타적 행동은 일종의 의식적 행동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돌고래류의 사망시 이타적 행위가 보고된 것은 사육 수조에서 관찰된 것이며, 야생에서는 사후 새끼 개체에 대한 집단 이타적 행동을 관찰한 것이 전부다.

고래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관찰은 참돌고래(Delphinus capensis)로서는 처음이다. 사망한 개체가 성체이고, 외상이 전혀 없는 점으로 보아 사망 원인이 자연사로 추정된다.

사진 속에서 맨 아래에 하얀색 배를 드러내고 있는 개체가 죽어가는 고래다.
 사진 속에서 맨 아래에 하얀색 배를 드러내고 있는 개체가 죽어가는 고래다.
ⓒ 고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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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겸준 연구원은 "일부 언론에서는 참돌고래의 장례식 장면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엄격히 말해 장례식은 아니며 죽어가는 고래를 살리기 위해 다른 고래들이 몸부림 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 등은 당시 이같은 참돌고래의 집단행동은 발견 뒤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발견했을 때 한 개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 있었고, 나머지 20여개체가 주변에서 '구호 활동'을 벌였다는 것.

다른 개체들이 등으로 밀어 죽어가는 고래를 받쳐주었던 것이다. 죽어가던 개체는 처음에는 엎어져 있었는데 나중에는 세로로 세워졌고, 급기야 물 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

주둥이를 위로 올리고 있는 고래가 죽어가는 개체로, 몸이 서서히 세로로 세워지고 있는 단계다.
 주둥이를 위로 올리고 있는 고래가 죽어가는 개체로, 몸이 서서히 세로로 세워지고 있는 단계다.
ⓒ 고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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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은 "배를 타고 조사를 하다가 이상한 행동하는 무리가 있어서 봤다"면서 "가운데 한 마리가 엎어져 있었고, 주변에 있던 개체들이 구호하는 행동을 하고 있어 계속 관찰했다"고 말했다.

그는 "죽은 고래가 가라 앉은 뒤에도 5개체 정도는 그곳을 떠나지 않고 주위를 맴돌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래의 경우 이타적 행동을 보이는데, 가령 새끼고래가 다쳤을 경우 어미가 살리기 위해 물 위로 등을 밀어 올리는 행동을 한다"면서 "한 개체가 죽어가니까 옆에 있던 고래들이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관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에서 주둥이를 위로 향하며 세로로 서 있는 고래가 죽은 개체다. 이내 고래는 물 속으로 가라 앉았다.
 사진에서 주둥이를 위로 향하며 세로로 서 있는 고래가 죽은 개체다. 이내 고래는 물 속으로 가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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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은 고래를 건져 내려고 했지만 곧바로 물 속으로 들어가 버려 건져 내지를 못했다"면서 "국제포경위원회 등의 자료 검색과 연구논문 등을 살펴 세계 최초로 촬영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고래연구소는 "동영상은 사망하기 전부터 사망 후까지 일련의 과정이 모두 담겨 있어 과학적 의미가 크다"며 "특히 동해안에서 국내 조사팀에 의해 사진과 비디오로 촬영되어 우리바다의 야생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태그:#고래연구소, #참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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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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