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하는 여성들 "굶어죽게 생겼다." "정치는 모른다." 라며 생존시위를 벌이는 여성들을 무자비하게 탈레반 정권은 진압한다.

▲ 시위하는 여성들 "굶어죽게 생겼다." "정치는 모른다." 라며 생존시위를 벌이는 여성들을 무자비하게 탈레반 정권은 진압한다. ⓒ 영화랑


'지구는 둥그니까 앞으로만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 ♬'


이 노래를 부르며 온 세상 어린이들을 다 만날 기대로 부푼 가슴을 안았던 기억이 나네요. 하루도 안 되어서 세상 반대편으로 갈 수 있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실시간으로 귀에 들어오는 지구촌 시대, 한국이란 테두리를 인지하되 갇히지 않아야 하겠지요.

아프가니스탄은 아직도 혼란스럽지요. 무너진 줄 알았던 탈레반이 카불을 제외한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에서 세력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어요. 올 초부터 7월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미군은 100명에 달하여 곧 지난해 총 전사자(111명)를 넘을 것이라고 예측 되어요.

미국의 잘못들을 비판하는 영화는 무척 많지요. 그렇다면 이번엔 탈레반의 만행을 알아보는 건 어떨까요? 한쪽 방향만 아는 건 위험하니까요. <천상의 소녀>(세디그 바르막 감독. 2003)는 탈레반 정권 붕괴 후 만들어진 최초의 아프가니스탄 영화예요. 이 영화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탈레반 정권의 여성인권유린을 고발하지요.

탈레반 칙령에 "부녀자는 가정 이외의 장소에서는 어떠한 일도 해서는 안 된다. 부녀자가 불가피하게 외출할 시에는 보호자(아버지나 남자 형제 또는 남편)를 동반해야 한다"는 게 있었어요. 밖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자 법을 개정하라는 아프간 여인들의 시위로 영화는 시작해요.

주인공 실제로 탈레반 정권 때, 구걸을 하여 연명을 하였기에 온 몸으로 공포와 불안을 보여준다.

▲ 주인공 실제로 탈레반 정권 때, 구걸을 하여 연명을 하였기에 온 몸으로 공포와 불안을 보여준다. ⓒ 영화랑


공권력이 투입되어 시위대를 물대포로 진압하고 연행하지요. 이 과정을 촬영 한 외국기자들을 '불법촬영'했다고 잡아가고 그 중 여성 기자는 사형시키네요. 잦은 전쟁은 많은 남성들을 죽음으로 몰았어요. 이 곳에선 남성들만 생계활동을 할 수 있는데 주인공도 생계활동을 못해 굶주리는 가족들에 속해 있어요. 어머니의 간호기술로 간신히 먹고 살았지만 이것마저도 어렵게 되자 할머니는 열두 살 손녀(마리나 골바하리 분)를 남장시키지요.

소녀는 들킬 경우 죽을 거라는 공포에 휩싸이지만 생존을 위해 머리를 자르네요. 아버지 친구의 아들로 위장하여 가게 일을 도와주게 되지만 모든 소년이 소집되어 군사 교련을 받게 되면서 난관을 만나요. 모인 소년들은 얼굴선이 여성스러운 주인공을 여자라고 추궁하지요. 그 때 소녀를 알고 있던 소년이 외쳐요. "그 앤 남자야! 그 애 이름은 오사마야!"

공동 목욕, 암송 등 잘 넘어가지만 소년들은 계속 짓궂게 굴고, 결국 눈물을 터뜨리는 오사마. 아이들이 몰려들고 교관에게 여자라고 밝혀지며 재판장에 끌려가네요.

오바마 남장을 하게 된 게 발각될 경우 사형에 처해지기 때문에 늘 불안감과 공포에 질려있다.

▲ 오바마 남장을 하게 된 게 발각될 경우 사형에 처해지기 때문에 늘 불안감과 공포에 질려있다. ⓒ 영화랑

여주인공 마리나 골바하리가 상당히 인상 깊어요. 실제로 그녀의 아버지는 고문을 받아 다리를 못 쓰고 언니는 폭격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거리에서 구걸을 하다가 뽑혔다고 하네요. 장면 설명 없이 상황을 주고 마리나가 반응하는 걸 담았다고 해요. 비전문배우이기에 탈레반 정권에서 겪었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지요.

"잊을 수는 없으나 용서할 것이다."

넬슨 만델라의 말이 영화 맨 처음에 나와요.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다가 27년이나 감옥에 있었던 만델라는 용서하겠다고 하네요. 이 말을 따온 감독은 이 말을 하고 싶은 거겠죠. 진정한 용서는 망각이 아닌 기억에서 이뤄진다고.

2001년 9월 15일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개전 선언을 하고 같은 해 10월 7일 미·영국 연합군은 아프가니스탄을 공습하지요. 아프가니스탄 침공 전쟁이 일어난 지 7주년이 되네요. 당장 먹고 사는 거에 영향이 없다고 관심을 끈다면 곤란하지요. 가난과 독재를 겪었기에 한국은 그늘진 세계에 더욱 눈길을 돌려야지요.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사는 일은 편안해요. 그러나 두 가지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하지요. 자기만 편안한 사람이 늘어날수록 힘겹게 사는 사람도 늘어난다는 것, 자신의 침묵은 훗날 자신에게 괴로움이 올 때 누군가의 침묵으로 이어진다는 것.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과 한국의 어린이들이 함께 이런 동요를 부르는 날이 오겠지요.
'지구는 둥그니까 서로 도와나가면 세상 모든 사람들 다 행복하게 살겠네. ~ ♬'

탈레반 천상의소녀 아프가니스탄 여성인권 미국침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