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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수사기록, 법의학 세계'라는 부제를 단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은 제목만 보더라도 흥미를 돋구는 책임이 분명하다.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세가지 측면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았는데, 첫번째가 조선시대의 소송절차측면(모든 부분에서 언급되어 있음)이고, 두번째는 그 당시의 ''법의학''의 수준에 대한 검토 (사체 부검), 세번째는 이면의 조선시대의 생활상이다.

 

고려의 당률과 달리 조선은 명률을 적용하고 경국지전,대전회통과 같은 보충법률을 사용했고, 재판기관도 중앙에 형조와 의금부가 있고, 지방은 지방행정관이 담당했으며, 심리기간이나 미결구류의 제한과 사형에 대한 삼복제, 상소도 인정되고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왕권본위의 규문절차(수사심리나 재판의 권한이 한곳에 집중)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오늘날 소추기관과 재판기관이 분리되어 피고인을 소송의 주체로 파악하는 탄핵주의와 대비된다. 책을 읽다보면 민사보다 형사사건이 대부분이고, 형사사건은 무엇보다 ''실체진실발견''에 중점을 두다보니, 피의자(피고인)단계의 절차보장은 무시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무원록에 근거하여 검안을 하는데, 유교를 이념으로 하는 조선사회에서도 실체진실발견을 위해 매장된 무덤의 주검을 파헤치고라도 부검을 하는 점은 놀랍게도 인정되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도 아직은 국민들의 의식이 ''부검''자체를 '두벌주검'이라 해서 결사반대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물론 서양의 최첨단 법의학 수준인 FBI의 ''프로파일링'' 안면복원술등에는 미치지는 못하지만, 죽은자를 말하게 하겠다는 열정만큼은 전혀 뒤짐이 없어 보인다.

 

법의학은 억울한 입장에 있는 사람의 억울함을 밝히고 풀어주는 학문으로 사람의 권리를 치료하고 옹호하는 의학이며,또한 주검의 얼굴에는 생과 사의 철학이 스며나 우리 인생살이의 나침반(권선징악,사필귀정)으로 작용한다.

 

조선시대나, 현재나 인간의 욕망은 끝이없다. 참혹상이나 말세적 현상도 눈에 보인다. 권력자들의 스캔들 (오늘날의 각종 게이트사건들), 사이비 교주 , 검계 (조폭), 치정사건 (성적인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다. 다만 저자는 책속의 2부에서 독립적인 장으로 다룰 만큼 '조선시대 여성들의 살인'을 또한 ''노비, 종들의 살인''은 그 시대상과 대비시키고 있다.

 

요즈음 역사추리소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만약 그러한 점을 염두에 읽는다면 실망과 기대이하의 반응이 나올 것이다. 역사적 자료에 근거하다보니, 내용이 너무 간단하고 부족하며, 더러 불명확점도 있어 소설처럼 이야기 연결이 끊긴다. 흥미있게 다룬것은 몇편 안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대로 조선시대의 생활상, 법의학측면, 소송절차등을 따져보면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소장할 정도까지는.. 글쎄 망설여지지만, 289페이지 첫째줄은 ''김선합''은 분명 오타다.''김애격''으로 고쳐야 하는 점을 제외하고 책의 편집은 그림과 사료(부록)를 첨부하며 보기좋게 만들어졌다.

덧붙이는 글 | 예스24, 알라딘에도 송부했습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과학수사와 법의학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이수광 지음, 다산초당(다산북스)(2006)


태그:#법,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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