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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을대문과 돌담길이 줄지어 선 전남 함평군 모평마을. 한옥의 단아한 매력이 묻어난다.
 솟을대문과 돌담길이 줄지어 선 전남 함평군 모평마을. 한옥의 단아한 매력이 묻어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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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얼굴에 와 닿는 선선한 바람의 감촉이 달콤하다. 뭉게구름을 조각해 낸 쪽빛 하늘도 정겹다. 들녘에선 벼가 토실토실 영글어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 아래에는 김을 매는 우렁이들이 반긴다.

한옥마을 고택 사이를 걷는다. 황톳빛 토담 기와 너머로 능소화가 활짝 피었다. 몸집을 불려 빨갛게 익은 석류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대추는 하나씩 서서히 빨강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까치발을 하고 담장 너머를 훔쳐본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기와 한 장에서도 세월의 더께가 느껴진다. 한옥의 단아한 매력이 배어난다. 고택을 둘러볼 욕심으로 대문을 들어선다. 나도 모르게 옷매무새를 매만진다.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까치발을 하게 한 한옥. 나무 한 그루, 기와 한 장에서 세월의 더께가 느껴진다.
 까치발을 하게 한 한옥. 나무 한 그루, 기와 한 장에서 세월의 더께가 느껴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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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평마을 한옥을 둘러보고 있는 슬비와 예슬이. 파평 윤씨의 제실인 '임천정사'(왼쪽)와 솟을대문과 돌담길(오른쪽).
 모평마을 한옥을 둘러보고 있는 슬비와 예슬이. 파평 윤씨의 제실인 '임천정사'(왼쪽)와 솟을대문과 돌담길(오른쪽).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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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가로질러 대청마루에 걸터앉아본다. 물 흐르듯 단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처마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고즈넉한 옛 정취가 여유롭다. 마음도 그윽해진다. 그새 선조들의 그윽한 숨결이 느껴진다.

드높은 쪽빛 하늘이 눈에 부시다. 저만치 보이는 산도 짙푸르다. 들녘의 곡식이 알알이 영글어가는 모습에서 풍족함이 느껴진다. 두 다리 쭈-욱 뻗고 아랫목에 몸을 맡기고 싶어진다. 금방 달콤한 잠에 빠져들 것 같다.

고택이 곳곳에 남아 옛 정취가 넘실거리는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모평마을이다. 우리 전통마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결코 요란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정감이 넘친다. 어릴 적 고향마을 같다.

모평마을은 '나비고을' 함평군의 근간이 되는 마을이다. '함평(咸平)'이란 지명이 여기서 나왔다. 조선 태종 9년(1409년) 함풍현과 모평현을 합치면서 함풍에서 '咸'자를, 모평에서 '平'자를 따온 것이다.

가을햇살을 받으며 토실토실 여물어가고 있는 모평마을 앞 들녘과 세찬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인공 방풍림.
 가을햇살을 받으며 토실토실 여물어가고 있는 모평마을 앞 들녘과 세찬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인공 방풍림.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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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한 할아버지가 솟을대문 앞을 지나고 있다.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한 할아버지가 솟을대문 앞을 지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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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논두렁을 마주하고 황토 기와집이 줄지어 서있다. 솟을대문 즐비한 돌담길에서 석류나무와 능소화가 먼저 반긴다. 서로 어깨를 기댄 채 햇볕을 쬐고 있는 깻단도 꽉 다문 입을 저절로 벌리고 있다. 햇볕에 온몸을 맡기고 있는 빨강고추도 정겹다.

두루마기를 걸치고 갓을 쓴 할아버지의 발걸음이 아이들의 시선을 끈다.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 텔레비전 사극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민속촌이나 민속마을이 따로 없다.

마을 끄트머리 오른쪽 산비탈에 고즈넉이 자리한 '영양재'는 고택 가운데 고택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었다.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다. 정비되지 않은 모습이 옛 선비의 검소와 풍류를 느끼게 한다. 수십 개의 돌계단을 올라 마루에 앉아 바라본 풍광이 시원하다.

수련을 피운 연못 '임곡정'은 화사하다. 수련이 연못 주변에서 노는 아이들처럼 해맑다. 낚싯대를 드리운 젊은이의 어깨에서도 여유가 묻어난다. 그 옆에 조성된 숲은 세찬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인공 방풍림이다. 느티나무와 팽나무, 왕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아래엔 꽃망울을 터뜨린 꽃무릇이 시선을 끈다.

수련을 가득 품고 있는 임곡정과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주는 인공 방품림. 연못 주변에서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련을 가득 품고 있는 임곡정과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주는 인공 방품림. 연못 주변에서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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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풍림 느티나무 아래에서 꽃을 피운 꽃무릇. 모평마을에서 가까운 용천사는 꽃무릇이 군락을 이룬다. 용천사를 앞서 모평마을에서 먼저 꽃무릇이 피었다.
 방풍림 느티나무 아래에서 꽃을 피운 꽃무릇. 모평마을에서 가까운 용천사는 꽃무릇이 군락을 이룬다. 용천사를 앞서 모평마을에서 먼저 꽃무릇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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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평마을은 함평 모씨(牟氏)가 개촌(開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460년께 이곳 산수에 반한 윤길(尹吉)이 정착하면서 파평 윤씨 집성촌이 됐다. 파평 윤씨의 제실인 '임천정사'에서 그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모평마을에서는 시골마을의 넉넉한 인심을 체험할 수도 있다. 누에치기, 물고기 잡기, 찻잎 채취 등이 가능하다. 가까운 잠월미술관에서 도예와 천연염색, 수묵화 그리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산교육이자 어른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모평마을 가까운 곳에 가볼만한 곳도 많다. 꽃무릇으로 널리 알려진 천년고찰 용천사가 코앞이다. 용천사 꽃무릇은 이달 20일께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옛 조상들이 쓰던 물건에서부터 근대 생활도구까지 한데 모아놓은 함평생활유물전시관도 자동차로 20분이면 거뜬히 닿는다.

모평마을은 한옥마을이다. 한옥의 단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모평마을은 한옥마을이다. 한옥의 단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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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평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함평생활유물전시관 전경(왼쪽). 오른쪽 사진은 슬비와 예슬이가 옛날 부엌에서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는 풀무를 돌려보고 있는 모습이다.
 모평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함평생활유물전시관 전경(왼쪽). 오른쪽 사진은 슬비와 예슬이가 옛날 부엌에서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는 풀무를 돌려보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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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국도 장성나들목-(24번국도)문장사거리-(22번국도, 함평읍 방면)-모평마을
· 도로변에 모평마을 이정표는 따로 없다. 도로에서 '운곡지석묘'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태그:#모평마을, #한옥마을, #함평, #함평생활유물전시관, #임천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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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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