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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신성일과 '복근' 곽진석
 '꽃미남' 신성일과 '복근' 곽진석
ⓒ 상상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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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많은 이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유익하지만 재미는 없는' 것으로 인식한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최근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평가 받는 독립다큐가 등장했다.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인기상을 받기도 했던 <우린 액션배우다>가 그 주인공.

지난 28일 홍대 상상마당, 광화문 씨네큐브,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 등에서 개봉한 <우린 액션배우다>는 추석 시즌을 앞두고 흥행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8월 마지막주 박스오피스 성적은 기대에 약간 못 비쳤지만, 장기적으로 이 독립다큐의 성공을 바라는 이들은 적지 않다.

<우린 액션배우다>는 서울액션스쿨에서 살아남은, 각기 갈 길은 달라도 오로지 액션배우가 되겠다는 신념 하나는 같은 액션스쿨 수료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감독부터 배우들까지 모두 액션스쿨 동기로, 영화는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냈다. 특히 시종일관 '편안하게 웃겨주는' 내레이션의 감칠맛과 '액션배우'들의 건강한 일상을 보여줘 주목된다. 따라서 추석 가족영화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대학, 왜 가야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배우들 가운데 '복근의 달인'으로 나오는 곽진석(28)은 전직 미용사다. 한때 프로복서로 뛴 적도 있었다. 미용사, 복싱선수, 액션배우에 이어 현재는 남성의류전문쇼핑몰을 운영하며 대학로 극단 '홍사'에서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가을색이 완연해진 8월말,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튀고 싶은 대로 튀며' 럭비공처럼 살아온 곽진석씨를 만났다.

다음은 곽진석씨와의 인터뷰 전문.

곽진석씨.
 곽진석씨.
ⓒ 김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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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 보도를 보니 영화 <가위손> 위노나 라이더 때문에 미용사가 됐다고 하던데.
"<가위손>에 나오는 조니 뎁의 신들린 듯한 가위질 연기가 멋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가위를 통해서 조니 뎁의 힘이 위노라 라이더에게 전달되는 데 감동 받았다.

그러나 다른 이유도 있었다.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한다는 식의 입시 풍조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성적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때 주변 분위기가 약속이라도 한 듯 대학 입학을 강요했는데, 솔직히 왜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그럴 바에는 무슨 기술을 배우는 게 낫다 싶었다. 그때 <가위손>이 내 생각을 도와줬을 뿐이다. 고3 때 대학 진학 포기를 선언했다. 아버지는 반대하셨지만, 어머니는 내 선택을 막지 않으셨다. 덕분에 다른 아이들이 수능 공부할 때 나는 학원 다니면서 자격증을 땄다."  

- 같은 반 친구들이 '별난 짓' 한다고 왕따 시키진 않았나.
"고3 들어가자마자 담임선생님한테 '대학 안 가고 기술 배우겠다'고 하자 처음에는 날 문제아로 봤다. 그러나 별 사고 없이 착실하게 다니자 믿기 시작했다. 수능 준비에 지친 아이들은 나중에는 도리어 날 부러워했다. 나와 같은 행로를 택한 학생은 고3 전 학년을 통틀어 나 하나뿐이었다. 나는 마음껏 머리를 기르고 다닐 수 있었다."

- 미용사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대학 안 간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미용사 일을 후회하게 된 것은 대학 때문이 아니었다. 미용사는 보통 하루 12시간을 일한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내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게 괴로웠다. 그러다 군대에 가게 됐다."

군대선 이발병... 하루 200명 머리카락 잘라

- 군대에서 이발병으로 일했다고 하던데.
"해군 28개월 동안 머리만 잘랐으니 보직이라면 잘 풀린 편이다. 보통 하루에 30~40명, 점검 때는 100~200명, 1분에 한 명 꼴로 머리를 깎았다. 해군 규정은 8cm다. 바다에 빠지면 머리털을 잡고 끌어 올려야 하니까."

- 제대 하고 나선 바로 복싱을 시작했나.
"1년 정도 미용사 일을 더 했다. 이때 헬스클럽에서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대 후에도 미용사 일은 힘들었다. 특히나 손님 대하는 것이 영 어색했다. 결국 그만두고 어렸을 적부터 해보고 싶었던 복싱을 배웠다. 돈이 안 될 바에는 좋아하는 것이나 실컷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신인왕전에도 나가 보았다. 이겼는지 졌는지는 영화를 보면 나온다."

- 복싱 경기에서 얼마 정도 받았나.
"그때는 4라운드 뛴다고 했을 때 한 라운드에 7~10만 원 정도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 신인왕전 끝나고 바로 액션스쿨에 응모했나.
"우연히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떨어지면 이종격투기를 할 생각이었다."

- 액션스쿨의 커리큘럼을 조금만 소개해 달라.
"6개월이 수료 기간이다. 이 기간을 다 채워야 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결석은 안 된다. 훈련은 오후 1시에서 5시까지다. 매일 기초체력을 다지고, 주로 손발을 쓰는 현대액션과 칼과 봉 등 무기를 쓰는 사극 액션을 번갈아 연습한다. 유연한 몸을 위해 기계체조도 배운다. 이밖에도 특강 형식으로 승마와 레페, 스킨스쿠버까지 배운다. 수강료는 무료다."

- 수료하고 처음 출연한 작품은?
"<불멸의 이순신>이다. 동기생들 모두 함께 참여한 작품이라 뜻깊다. 스턴트, 폭파, 말 타기와 칼 다루는 법 등 웬만한 건 여기서 다 배웠다."

- 액션 연기는 위험하다. 만일의 경우 제작사 쪽에서는 이에 대해 부담을 지나.
"영화사는 보험에 든다. 사고가 나면 개인보험 처리된다. 또 따로 서울액션스쿨 팀원들끼리 일정 금액의 기금을 조성해서 다친 사람이 있으면 그 돈을 쓴다. 개인보험 처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영화를 보니까 촬영 장소 세팅까지 하는 것 같던데.
"결국 몸으로 연기하는 것은 우리 액션배우다. 어떻게 하면 좋은 장면이 나올지 우리가 더잘 안다. 그래서 우리가 세팅할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스태프에 가까운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위험하고 중요한 장면이 잘 나오면 쾌감 느껴"

현재 곽진석은 극단 <홍사>의 '거꾸로 놓인 사다리'란 작품에서 일인다역을 맡아 연기 폭을 넓히고 있다
▲ 연극배우로 분한 곽진석 현재 곽진석은 극단 <홍사>의 '거꾸로 놓인 사다리'란 작품에서 일인다역을 맡아 연기 폭을 넓히고 있다
ⓒ 김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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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액션배우다>에 공동 출연한 배우들을 짧게 평한다면.
"성격 밝고 말 많고 재밌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맘대로 하는 사람들이다."

- <우린 액션배우다>에서 제일 맘에 드는 시퀀스나 장면이 있다면.
"세진이 형이 창문틀에 멋있게 걸터앉자마자 주머니 속 핸드폰이 창밖으로 떨어진다. 그때 들려오는 소리 '아~ 인생~'"

- 곁에서 지켜본 정병길 감독을 평한다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사람 같다. 독학으로 만든 영화가 여타 상업영화의 감각에 뒤처지지 않는 것 같다. 미술을 했던 감각이 정말 큰 도움이 되나 보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굉장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셈이니. 액션배우 안 하고 영화감독 하는 거 정말 대환영한다."

- 액션배우만의 매력이 있다면.
"위험하고 중요한 장면을 앞뒀을 때의 긴장감과 그 장면이 무사히 좋은 그림으로 끝났을 때의 밀려오는 쾌감, 그건 정말 최고다!"

- 액션배우로서 자신의 장점이 있다면.
"카메라 앵글에 맞추는 연기는 괜찮은 것 같다. 넘어지면서도 카메라 위치에 알맞게 쓰러지니까. 반면 아직 안 되는 연기가 많다. 내공 부족이다."

-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친형이랑 하는 쇼핑몰이 망하지 않게 노력해야 하고, 영화일도 계속하고 싶고 특히 독립영화 같은 신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들과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 그리고 연극 공연도 계속하고 싶고, 스윙댄스도 더 배워야 하고, 세계여행도 자주 다니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넘치다 보니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도 늘 어긋나서 그냥 하루하루에 충실하는 편이다."


태그:#곽진석, #우린액션배우다, #정병길, #상상마당, #독립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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