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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교도 대회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 목사가 대부분인 뉴라이트 회원들을 초청해 만찬을 했다는 소식이 또 다시 우리 불자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그 결과 삼척에 계시던 삼보스님이 밤차를 타고 서울 조계사로 올라와 할복을 하셨다. (중략) 과연 이 정부가 어느 선까지 보기만 할런지 안타깝다. 이제 제2, 제3의 삼보스님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3일 오후 4시 조계사 국제회의장. 범불교도대회 상임봉행위원장 원학스님의 말에 헌법파괴·종교편향 종식을 위한 범불교 대표자회의(이하 범불교 대표자회의)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원학스님은 이날 범불교 대표자 회의 인사말에 나서 아직까지 불교계 4대 요구(▲대통령의 직접 사과,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및 관련자 문책, ▲종교차별금지 입법, ▲조계사 내 촛불수배자 면책)에 대해 답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를 토해냈다.

 

원학스님, "아직까지 정부 답변 없어... '불석신명'의 정신으로 대회 준비할 것"

 

 

원학스님은 "지난 8월 27일 2천만 불자들의 마음을 안고, 20만 불자와 1만여명의 스님들이 모여 공직사회에 만연한 종교편향 사례를 비판하고 정부가 솔선해 이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대통령이 공개사과할 것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가타부타 말이 없다"며 "정부가, 특히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청와대 참모들이 '지금 우리 불교의 목소리는 한시적일 것이다', '응집력이 없을 것이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불교계의 요구사항에 대해 좀 더 성의를 가지고 문제해결을 위한 조치가 없기 때문에 전에 밝혔던 바와 같이 영남지역부터 지방 범불교도 대회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언했다.

 

원학스님은 지난 30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자해한 삼보스님뿐만 아니라 신라시대 순교자 이차돈의 고사도 예로 들기도 했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이처럼 파사현정의 뚜렷한 절개와 정신을 갖추고 살았다. 우리 성직자들도 지난 27일 이 정신을 잊지 않았다. 앞으로 정부가 요구사항을 수용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불석신명'(不惜身命 : 몸이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수행·교화·보시하는 일)의 정신으로 대회를 준비하겠다."

 

지관스님, "공직에 있는 사람의 저울대가 기울어지면 사심 생겨"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이날 대회 격려사에서 다시 한 번 법문 '인평불어 수평불류'(人平不語 水平不流 : 사람이 불편부당하고 공평무사하면 어느 누구도 그 사람에게 불평하지 않고, 흐르는 물도 평탄한 곳에서는 조용히 머물기 마련이다)를 강조했다.

 

지관스님은 "공직에 있는 사람의 저울대가 기울어진다면 결국에는 사심이 생기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은 불평을 하게 된다"며 "부처님의 제자는 모든 중생을 편하게 하고 이롭게 하는 것이 임무인 만큼 이런 부당한 일, 어려운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직 불교계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고 있지만 시간은 약간 남아있다"며 "추석 전에 모든 것이 유감없이 잘 이뤄져 정부와 종교, 종교와 종교, 모든 국민들이 하나가 되길 바라나 이뤄지지 못할 때는 미리 말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범불교 대표자회의는 2시간 동안의 회의를 마치고 그동안의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를 '헌법파괴 종교편향 종식을 위한 범불교도 대책위원회'로 상설·전국조직화하고 추석(9월 13일) 전까지 정부가 성의 있는 답변을 하지 않을시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범불교도 대책위원회는 대구·경북, 호남, 충청·강원, 부산·울산·경남 순으로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를 개최하고 마지막에는 전국승려궐기대회까지 계획하고 있다. 대책위원회 운영은 조직 구성에 대한 추가 논의가 끝나기 전까지 기존 봉행위 집행부가 위임받아 진행하기로 했다.

 

봉행위원회 대변인 승원스님은 "향후 5년 간 종교편향 사례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기존 봉행위를 대책위원회로 상설조직화한 것"이라며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를 주관하는 지역 봉행위를 지도하고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대회를 치르지 않는 것이 정상이나 현재로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희들의 심정인 만큼 정부와 대통령이 추석 이전에 성의 있는 답변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태그:#종교편향, #원학스님, #지관스님,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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