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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지코지...
▲ 동쪽으로 가는 풍경... 섭지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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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지코지...올인하우스
▲ 동쪽으로 가는 풍경 섭지코지...올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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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쇠소깍, 정석항공관, 용눈이오름,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성읍민속마을 등을 쭉 돌아보았다. 이제껏 내륙 구경을 했으니 이제 바다로 가자. 넓고 푸른 바다 끝에 솟아 있는 섭지코지는 제주의 여느 해안과 달리 붉은 화산재 송이로 형성된 특이한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제주의 동쪽 해안을 끼고 가는 길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바다빛이 오묘하다.

해안도로를 타고 자전거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역시 이곳에서도 보인다. 자전거에 몸을 싣고, 또 짐을 싣고 제주도의 고샅 고샅을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참으로 멋지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 젊음이 부럽다. 나도 자전거만 탈 줄 알면 자전거여행을 한번 하고 싶다. 어릴 때 잠시 자전거를 배워보려 한 적이 있었는데, 마을 바닷길에서 자전거를 간신히 타고 가다가 넘어져 물이 반쯤 난 바다에 처박힌 뒤로는 자전거를 배워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바다...그 맑은 물빛...
▲ 동쪽으로 가는 풍경... 아~바다...그 맑은 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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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은 최소 비용으로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듯하다. 8월의 끝에 있지만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서 땀을 흘려가면서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신선하다. 간혹 나이 든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제주도의 바다 빛은 오묘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여러 빛깔을 담고 있는 빛깔이다. 그냥 푸르다고 말하기엔 너무 단순하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다. 해안도로를 따라 제주도를 하염없이 달려도 좋을 것 같다. 제주도는 지도상으로 보면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섬인데, 거의 모든 곳이 일주도로로 연결되어 있어 동서남북을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전거 여행이 가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해안도로는 이따금 끊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바다와 나란히 가서 좋다.

드라마 '올인'촬영지 섭지코지

섭지코지로 가는 길에 만난 신양해수욕장엔 아직도 바닷가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보트를 즐기는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저 멀리까지 모래사장이고 물이 얕은지 겨우 무릎을 넘는 바다 멀리까지 나가 있는 사람도 있었다. 멋진 해변이다. 신양 해수욕장에서 1.5km 남동쪽에 섭지코지가 자리 잡고 있다. 해변에 연신 눈을 떼지 못한 채 섭지코지로 향했다.

드디어 도착. 대형주차장엔 많은 차량들이 모여 있었고 관광상점들도 있었다. 섭지코지로 올라가는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우린 핫도그를 하나 사서 나눠 먹으며 올라간다. 섭지코지는 바다 양쪽에 있는 좁은 땅이란 뜻의 ‘협지’가 훗날 ‘섭지’로 변한 다음 바다로 돌출된 땅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 ‘코지’가 붙어 만들어진 지명이다.

섭지코지...등대가 보이고...
▲ 동쪽으로 가는 풍경.. 섭지코지...등대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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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지코지...
▲ 동쪽으로 가는 풍경 섭지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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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지코지는 SBS 드라마 <올인>과 오래 전 방영했던 <여명의 눈동자>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올인> 세트장은 2003년 태풍 때 없어졌으나 2년 뒤 성당 세트장과 똑같은 모습으로 올인하우스가 지어졌다고 한다. 대형주차장과 관광상점을 지나 바다 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눈부신 초원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길게 이어진 언덕 위로 오르는 길에 올인하우스가 보이고 그 뒤로 붉은 오름 위에 섭지코지 방두포 등대가 있다. 기암괴석 끝자락에 하염없이 펼쳐진 바다 빛에 가슴이 확 트인다.  참 많은 사람들이 이 언덕길을 걷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아 인위적인 느낌이 들어 그 감동이 반감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멋진 해안에 자리 잡고 있는 섭지코지는 조용할 때 다시 와 보아도 좋을 듯하다.

섭지코지...
▲ 동쪽으로 가는 풍경... 섭지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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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지코지...
▲ 동쪽으로 가는 풍경... 섭지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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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젊은 연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을 듯하다. 올인 하우스 밖 뒤쪽에는 드라마 속에서 연출한 이병헌과 송혜교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 앞에서 주인공 포즈를 취해볼 수 있다. 여기 저기 사진 찍는 모습들이 보인다. 올인 하우스를 지나 등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7m높이의 이 등대 이름은 옛 신양리의 옛 지명을 따 방두포 등대라고 불린다.

팝콘처럼 섬이 하얗게 터진다

섭지코지를 벗어났다. 신양해수욕장의 바다 빛과 고운 연모래가 손에 만져질 듯하다. 해안도로를 타고 천천히 달린다.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성산일출봉,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 성산일출봉 옆을 지난다. 문득 정호승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문득
보고싶어서
전화했어요
성산포 앞바다는 잘 있는지
그때처럼
수평선 위로
당신하고
걷고 싶었어요.

가장 뜨거운 여름날 ‘섬이 하얗게 터져 솜사탕’이 된다는 토끼섬, 폭죽처럼 문주란꽃이 조그마한 섬 전체를 뒤덮어 장관을 이루는 그곳에 가고 싶어 마음이 급해진다. 문주란꽃 그것들이 발붙일 곳이라곤 모래언덕뿐인데 무엇이 그토록 질긴 생명력으로 하얗게 온통 작디 작은 섬 전체를 물들이게 하는 것일까.

돌길이 물에 잠기고 있다...지척에 두고 돌아서는 마음...
▲ 동쪽으로 가는 풍경... 돌길이 물에 잠기고 있다...지척에 두고 돌아서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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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 182-3호로 지정된 문주란이 하얀 토끼처럼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토끼섬이라 이름 하는 것이리라. 계속 바다를 끼고 달린다. 어쩜, 어쩜 바다 빛은 질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눈길 닿는 곳마다 그 깊고 푸른 오묘한 바다빛깔에 매료되어 자꾸만 눈길이 닿는다. 마음은 바다빛으로 물이 드는 듯하다. 아마도 오래오래 이 바다가 내 가슴 속에서 출렁일 듯하다.

눈길을 거둘 수 없다. 그랬다. 바다는 언제나 그랬다. 어릴 적부터 바다 곁에서 바다 소리를 들으며 자랐건만, 바다는 언제나 새롭고 또 새롭다. 언제나 새롭게 와 닿는다. 언제나 다른 모습이다. 드디어 토끼섬 앞에 도착한다. 아, 저기 토끼섬에 하얗게 팝콘처럼 터져 작은 섬을 온통 하얗게 물들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바다 저만치 저 끝에 말이다.

길이 어디인가 마음이 바빠진다. 오늘 바다는 몇 물이었을까. 멀리까지 바다 물이 난 것을 보았는데, 제발 내 발로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발길이 급해진다. 바다엔 토끼섬에 닿는 길이 나 있다. 빨리 가보자. 제주 특유의 검은 바위 길을 지난다. 길게 돌길로 바다 끝에 매달린 토끼섬까지 길을 내놓고 있다. 아차, 어쩌나, 서둘러 내려왔건만, 이미 토끼섬을 잇는 돌길은 물에 반쯤 잠겨 있다.

토끼섬...
▲ 종쪽으로 가는 풍경... 토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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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섬...
▲ 동쪽으로 가는 풍경... 토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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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저기가 토끼섬인데 지척에 두고 발길을 돌려야 하다니. 멀리서 문주란 꽃으로 하얗게 물들인 토끼섬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뭍으로 나간다.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서야 했다. 팝콘처럼 하얗게 터진 문주란꽃으로 물든 토끼섬은 푸른 바다빛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눈앞에 아련하다. 자전거를 타고 우리보다 더 한발 늦게 당도한 청년이 자전거를 세우고 우릴 향해 묻는다.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예, 아프게 물지 않으면 됩니다.”
“예?! 아, 예~”

웃음을 띠며 청년이 다시 묻는다.

“저기 보이는 섬이 토끼섬인가요?”
“예, 물이 들어서 못 들어가요. 우리도 조금 늦었네요.”

그도 아쉬운 듯 토끼섬을 바라본다. 물론 토끼섬을 가는 방법이 없진 않다. 토끼섬 가는 배를 대여하면 된다. 이용요금이 3만원이라나. 하지만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토끼섬을 뒤로 하고 해안도로를 타고 길을 갔다. 안녕, 다음에 보자.

저녁이 내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기풍 목사님 순교기념관에 잠시 들렀다가 돌아간다. 숙소 근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정자에 앉아 서귀포 앞바다를 바라보며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김치에 참치와 햄, 야채를 넣고 끓인 찌개 맛이 기차다. 우리가 앉은 정자 뒤쪽 길 건너편에는 식당가 불빛이 환하지만 거기 음식이 부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모기한테 헌혈을 하기도 했지만, 어둠이 내리는 정자에서 밥을 먹고 숙소로 향했다. 오늘은 동쪽으로 가는 여행이었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일주도로~신산리~해안도로~신양해수욕장~섭지코지~종달리 해안도로~토끼섬



태그:#제주도, #섭지코지, #토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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