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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낙동강도보순례단은 대구 달성습지를 시작으로 창녕 우포늪, 임해진, 본포교를 거쳐 낙동강 하구 습지에 이르기까지 낙동강 하류를 따라 내려가는 '1박 2일'의 여행을 떠났다.
 8월 29일, 낙동강도보순례단은 대구 달성습지를 시작으로 창녕 우포늪, 임해진, 본포교를 거쳐 낙동강 하구 습지에 이르기까지 낙동강 하류를 따라 내려가는 '1박 2일'의 여행을 떠났다.
ⓒ 구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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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새벽 5시, 낙동강 도보순례에 참가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다. 환경보전협회가 주최하는 1박2일 일정의 낙동강 하류지역 순례였다. 학교 개강도 임박했고 낙동강 둔치를 거닐면서 방학을 마무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친구들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했더니 다들 하나같이 "귀찮다" "벌초가야 한다"는 등의 핑계를 늘어놓아 그만두고 혼자라도 참석하기로 했다. 때문에 걷는 도중 꽤 외로웠다. 대부분 또래 대학생들로 이루어졌는데 다들 일행들과 같이 참석했던 터라 틈을 비집고 들어가 친해지기란 쉽지 않았다. 허나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혼자라는 자유를 마음껏 만끽했다. 어차피 낙동강과 친해지러 온 것이니까.

김해에 15년을 살면서 낙동강에 가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고 강을 따라 걸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난 그동안 뭐 때문에 그토록 바빴을까? 대학 4학년이 되고 어쩌면 김해에 머무를 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괜히 부끄러운 마음도 들고 헛살았다는 마음도 들었다.

김해 15년 살면서 낙동강 순례는 처음... 근데 습지가 뭐지?

장엄하게 펼쳐진 낙동강 하구를 끼고 거닐 생각에 마음은 제법 부풀었다. 헌데 순례단이 처음 도착한 곳은 뻥 뚫린 강 유역이 아닌, 대구의 달성습지였다. 환경문제에 전혀 문외한인지라 습지가 뭔지도 잘 몰랐다. TV나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게 전부인데, 땅이 푹푹 꺼지고 질퍽해서 사람이 한번 빠지면 나오기 힘든 곳쯤으로 알고 있었다.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역에 위치한 총 면적 약 8000m²의 자연습지다. 습지의 동쪽에는 성서공단이 자리잡고 있고, 나머지 주변지역엔 경작지가 길게 펼쳐져 있다.

이 곳에 도착하자마자 달성습지 환경감시단 아저씨가 순례단을 모아놓고 습지에 대해 설명했다.

"습지는 깊이 6m이하의 인공 및 자연습지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과거에 습지는 쓸모없는 땅으로 인식되어 매립 후 경작지로 활용되곤 했습니다. 허나 습지에는 원시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경우가 많이 발견되었고, 람사협약을 통해 국제적으로 물새서식지인 습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동의했습니다."

감시단의 설명을 들으며 이름도 생소한 대구의 달성습지 둔치를 직접 걸어보았다. 곳곳에 수풀이 많이 우거져 있어 풀 냄새가 진하게 났다. 허나 이 곳은 습지 근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바닥은 메마르다 못해 딱딱해져 있었다.

"보이시죠? 건축 폐자재를 불법으로 갖다버리는 바람에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30억 예산을 투입해 달성습지를 복원하려 했는데도 결국 실패했습니다. 90년대엔 해마다 4000마리의 재두루미·흑두루미가 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오지 않습니다."

우거진 수풀도 대부분 수생식물이 아니라 육상식물이라고 한다.

대구에 위치한 달성습지
 대구에 위치한 달성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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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자라지 않는 건조한 땅
 풀이 자라지 않는 건조한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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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습지'를 지나, 거대한 자연 스펀지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가 다 돼서 도착한 곳은 경남 창녕군의 우포늪 생태관이었다. 평일 오후였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파가 방문하고 있어 놀라웠다. 귀여운 유치원생 아이들에서부터 우리 같은 대학생 그리고 어르신들까지, 하나같이 호기심 어린 표정이라 사람 구경만으로도 재밌었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내륙 습지라는 우포늪을 둘러보면서 새삼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쩍 벌어졌다. 광활하게 펼쳐진 잔잔하고 껄쭉한 늪 위에 수생식물 생이가래·개구리밥이 빼곡히 떠있고, 간간히 우포늪의 명물 가시연이 잎사귀를 펼치고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물론 이 식물들의 이름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생태관 직원이 늪으로 들어가 식물을 건네 만져보게 해주고 그 기원도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늪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식물 이름 아시는 분?"
"그거 개구리밥 아니에요?"
"말밥이요."
"어이쿠, 이건 생이가래라고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 유치원 어린이들보다 몰라요."

유치원생들과 비교당하며 몇 차례 면박을 받았지만 그렇게 하여 하나 하나 이름을 알게 되니, 그저 하릴없이 물 위에 떠있거나 무심하게 나있던 풀들이 색다르게 보였다. 적어도 개구리밥과 생이가래·가시연·자라풀은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수생식물 체험관 뒤쪽에는 물이 좀 더 많이 차있는 습지대가 하나 더 있었다. 수생식물들이 늪 바닥으로 씨를 퍼트리고, 생을 다한 물들이 물속에서 거름이 되어 시커멓게 썩어가기 때문에 습지의 물 색깔은 항상 잿빛이거나 탁하기 마련이다.

한데 어디선가 첨벙첨벙 물장구 치는 소리가 들렸다. 꼬마 아이들이었다. 시커먼 습지의 물이 아이들 옷과 얼굴을 온통 물들였다. 더러운 물은 아닌데도 어른들은 옷에 물이 조금 튀는 것도 반기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전혀 대수롭지 않은 문제였다. 물속에서 수영도 하고 천진난만하게 노는 모습을 보니 우습기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참 부러웠다.

특히 생태관 직원들이 우포늪의 전통적 교통수단 나무장대배를 아이들에게 태워줄 땐 이렇게 큰 몸과 나이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평일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생태관을 찾았다.
 평일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생태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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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과 따오기
 가시연과 따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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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수질검사 해보니... 생각보다 맑네

창녕에 위치한 부곡하와이에서 1박을 하고, 이튿날 순례단이 향한 곳은 창녕 본포교였다.

창녕의 우포늪이 자연이 선사해준 '스펀지'라면, 이 곳은 자연이 선사해준 금빛 공원 같았다. 강변이 너무나 아름답게 펼쳐져 있어 닫힌 가슴을 뻥 뚫리게 했고, 둔치에서 반짝이고 있던 모래사장은 눈부시고 푸근하게 다가왔다.

둔치를 따라 걷던 순례단은 수산대교 근처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낙동강 수질을 검사해 봤다. 환경청에서 나눠준 시약을 통해 용존산소량(DO)과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을 측정 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물의 급수를 알 수 있다. 검사 결과 DO는 7ppm 정도가 나왔고, COD는 약 1ppm 정도가 측정되었다. 예상외였다. 1급수가 나온 것이다.

검사는 4개조로 나눠서 실시했는데, 알고 봤더니 순례단에 참석했던 학생들 대다수가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때문에 체험은 학생들의 양보로 비전공자인 내 몫으로 돌아갔다. 환경공학과 학생들 역시 낙동강이 예상외의 깨끗한 수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같이 도보했던 김호달(인제대·환경공학4학년)씨는 "낙동강 수질이 예상외로 깨끗하다, 이 정도면 식수로써 괜찮은 수준이지만 낙동강에는 전체적으로 수량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만약 이 수량에 다량의 페놀이 유출되면 큰일난다"고 우려했다.

낙동강은 그 물줄기를 끼고 있는 수많은 지역주민들의 직접적인 식수원이라고 한다. 지난 3월에도 경북 김천에서 낙동강 페놀사태가 일어난 적이 있다. 낙동강 오염은 지역 주민들의 식수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진다.

물에 떠있는 생이 가래 사이로 우포 늪의 '명물' 가시연꽃이 솟아 있다.
 물에 떠있는 생이 가래 사이로 우포 늪의 '명물' 가시연꽃이 솟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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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장대배를 탄 어린이들
 나무장대배를 탄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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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천국 을숙도... 하지만 고니는 줄어들고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는 부산 을숙도 낙동강 하구습지였다. 낙동강이 남해로 뻗어나가는 길목이다. 순례단의 마지막 코스이자, 낙동강으로서도 담수가 아닌 강물로써 마지막 물줄기를 뻗고 있는 곳이다. 새들의 보금자리. 그러나 빠져나가는 손님이 많아진 곳.

조석간만의 차 때문에 을숙도의 낙동강 하구습지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었다. 기후도 알맞고 영양염류가 많아 습지엔 물고기가 많고 갈대숲이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때문에 이곳은 새들의 낙원이다. 계절에 따라 고니·쇠제비갈매기·황새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을 볼 수 있다.

허나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자원봉사자 분 말로는 갈대숲의 보존이 어렵고, 새로 건립중인 명지대교의 영향으로 고니의 개체 수는 크게 줄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해가 서산으로 기웃기웃 떨어지고 있는 걸 보니 도보순례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겨우 1박2일이었지만 어느새 몸도 많이 지쳤다. 그래도 얻은 것이 많다. 생소했던 낙동강은 이제 제법 친숙해졌고, 혼자 외롭게 참석했던 나에게 박식한 환경공학과 친구도 한 명 생겼다.

하지만 숙제도 하나 주어진 것 같다. 낙동강이라는 축복을 우리 후세들에게도 온전히 물려주는 것 말이다.

우포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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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민

덧붙이는 글 | 2008년 제10차 람사 당사국 총회(습지 보호에 관한 협약)는 경남 창원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태그:#낙동강, #도보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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