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4년째 경차를 자가용으로 운행하고 있는 이선영씨(29·충남 천안시 성정동). 일 때문에 간혹 자가용을 이용해 관공서를 찾게 되면 확인해보는 것이 하나 있다. 경차 전용 주차장의 설치 유무.

이선영씨는 "천안시청 말고 다른 주민센터나 도서관 등에서 경차 전용 주차장을 본 적은 없다"며 "시청의 경차 전용 주차장에 경차 아닌 차량이 주차되어 당혹감을 느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천안시 공공청사, 경차 전용 주차장 비율 1% 미만

천안시 산하의 공공청사에 설치된 경차 전용 주차장은 얼마나 될까? 최근 천안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시정 질문 답변 자료에 따르면 시 본청과 사업소, 동주민센터, 읍면사무소 등 천안시가 관할하는 공공청사에 마련된 주차장의 총 면수는 4704면. 이 가운데 경차 전용 주차장의 면수는 43면으로 전체 주차장 면수의 0.91%에 그쳤다.

각 기관별로 보면 경차 전용 주차장이 설치된 곳은 천안시 본청과 환경사업소, 부성동주민센터, 면사무소 3곳 등 7개소에 불과하다. 천안시 산하 44개 공공청사 가운데 37곳은 경차 전용 주차장이 1면도 없다.

천안시 공공청사의 주차장만 경차 전용 주차장 설치 비율이 낮은 것은 아니다. 천안시 공용주차장의 경차 전용 주차장 설치 비율은 더욱 낮다.

시정 질문 답변 자료에 따르면 천안시 공용주차장 총 38개소 가운데 경차 전용 주차장이 설치된 곳은 단 1개소도 없다. 2985면의 공용주차장 주차면수 가운데 경차 전용 주차장의 비율은 정확히 0%.

드물게 경차 전용 주차장이 마련된 곳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부성동주민센터는 15개 주민센터 중에서 유일하게 경차 전용 주차장이 마련된 곳. 지난달 27일 오후 4시경 천안시 부성동주민센터를 방문했을 때 경차 전용 주차장 2면 가운데 1면은 경차 아닌 차량이 버젓이 차지하고 있었다.

경차 전용 주차장 늘리고 우대혜택 확대해야

에너지난과 경제 불황의 여파로 경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증가하는 추세. 천안시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천안시에 등록된 자가용 차량은 15만1096대이다. 이 가운데 경차는 1만2071대로 경차 비율이 8%를 기록했다.

자가용의 경차 비율 8%는 최근 5년간 최고치 수준. 2006년과 2007년 자가용 등록 대수의 경차 비율은 각각 6.9%를 보였다. 경차 비율 증가에는 경차의 기준이 기존 배기량 800㏄에서 올해부터 1000㏄ 미만으로 늘어난 요인도 있다.

정부도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경차 이용을 권장하며 올해부터 공공기관 부설 주차장의 전체 주차구역 가운데 일정 비율을 경차 전용 주차장으로 설치토록 하고 있다. 경차 이용자가 늘고 경차 전용 주차장 확충도 요구되고 있지만 천안시의 경차 전용 주차장 설치율은 제자리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천안시 교통과 관계자는 "기존 주차선을 지우고 새로 도색하는데 예산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경차 전용 주차장 설치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차 전용 주차장 부족과 함께 천안시의 경차 우대 혜택 제공이 인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남 창원시는 지난 2005년 경차 우대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 따르면 창원시는 경차 신규 등록자에게 장려금 1만원을 상품권으로 지급한다. 공공시설 부설주차장에 주차하는 경차는 1회 4시간까지 주차요금을 면제하며 직영주차장에 주차하는 경차도 1회 2시간까지 주차요금을 면제한다.

올해는 구미시가 지난 5월 주차장 관련 조례를 개정해 공영주차장의 경차 할인율을 늘리고 공공시설 부설 주차장·공영주차장에 10% 이상 경차 전용 주차구획 설치를 명시했다. 반면 천안시가 제공하는 경차 우대 혜택은 시 공영주차장 이용 요금의 50% 경감이 유일하다.

시정 질문에서 경차이용 활성화 방안을 질의할 예정인 전종한 천안시의원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우대조례 제정 등 천안시도 경차 이용 활성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