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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말복을 지나 처서를 바라보고 있다. 아직 여름이지만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이때 가을배추를 파종한다. 가을에 심는 작물은 겨울 준비를 하느라 몸에 당분을 축적한다. 가을작물이 더 맛있는 이치다. 시금치, 무, 홍당무는 처서 때 파종한다. 쪽파, 갓, 상추, 알타리무 등은 9월초 추분 때 심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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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군 백전면 녹색대학 교문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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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을 지나 가을의 길목에 들어서는 동안 함양의 대안교육공동체 녹색대학은 한 차례‘야단법석’을 치렀다.‘야단법석’이란 이곳의‘총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학교 이름 변경이 이번 총회의 안건이었다.

치열한 갑론을박 끝에 바꾸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녹색대학은 그냥 대학이 아니라  함양군 백전면이라는 마을 또는 지역의 울타리에서 대안적 교육 내용을 다듬고 있는 남다른 학교이기 때문이라는 논거다.

대학이라는 이름으로는 할 수 없는 학문의 성격과 공부의 질, 그리고 실천의 모양을 다듬고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사회체제나 틀에 끼어들 수 없다는 의지, 지금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실용주의 따위를 거부하려는 몸직을 다듬는 고이라는 얘기다.

총회에서 온 식구들의 총의를 모아 정한 새 이름은 ‘녹색 온 배움터’이다. ‘녹색’이라는 단어는 그동안 써온 관성 때문에, ‘온 배움’이란 말은 ‘온 생명’과 연관된 단어라 채택됐다. ‘터’란 말은 보통 ‘공간’,‘자리’,‘위치’등 수평적 공간(地)을 뜻하지만 음양오행과 기(氣), 영성을 포괄하는 수직적 입체적 공간(天)을 포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사람(물, 샘, 녹지사 후원인들)까지 아우르면 ‘천지인 삼위일체’가 완성되는 개념이다.

이제 인간, 자연, 삶을 교과서 삼아 마을과 지역의 생태문화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려는 생태적 사상과 철학이 학교 이름에 고스란히 담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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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대학 도서관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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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않은 길, ‘대안대학’의 어제  

녹색대학은 이른바 국내 최초의 대안대학이다. 모두 똑같이 가르치고 배우는 대학만이 존재하는 이땅에 전혀 새로운 형태의 학교인 대안대학이 세워진 것이다. 이른바 대안교육공동체를 지향한다.

근본적으로 녹색대학은‘대학’을 근대적 환상이나 치졸한 허위의식의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직시한다.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대학을 비롯한 학교는 부적절한 자본과 기업의 하수인을 양성하는 인력공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고발한다. 이러한 구조를 정치화하고 제도화하여 소수 엘리트, 특권층, 기득원층 또는 ‘가진 자’를 지탱해주는 대학이라는 시스템과 이름을 온몸으로 거부하려고 한다.

그런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경남 함양 백전면 평정리에서 2003년 4월 5일 식목일에 문을 열었다. 세상의 나무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식목일을 개교일로 택했다. 2년 6개월의 지난한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빚을 내 백전중학교 폐교를 매입해 리모델링하고 인근 대안리 지리산 자락에 배후 생태공동체마을 청미래마을도 조성했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생태적 삶으로 복귀하기 위한 전문활동가를 양성하기위해 환경NGO들이 힘과 뜻을 모았다. ‘배움과 실천의 일치’,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가치로 내세워 녹색문화학, 녹색살림학, 생명농업학, 생태건축학, 풍수풍류학 등 5개 학과에 10명의 전임교수로 시작했다.

40대 농사꾼, 대학 중퇴자, 수녀님 등 평범하지 않은 이력의 학생 1백50여 명이 배우려고 모여들었다. 장회익 교수, 최창조 교수, 이정우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 50여명이 강단에 섰다. 하루 3시간 노동하기와 순수한 교환만을 목적으로 하는 녹색화폐의 사용도 신선한 실험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부와 학교 운영방향을 두고 공동체 구성권들 간에 이견이 생겼다. 환경생태학을 학문적으로 심화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공동체적 삶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서로 팽팽히 대치했다. 결국 2005년까지 창립자들을 비롯해 많은 후원자들이 떠나갔고 매년 30여명에 이르던 학생 수도 크게 줄었다. 2007년에는 전임샘 전원이 사표를 내고 학교의 위기와 재생을 공공연히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녹색대학’에 주목하고 있다. 최초의 ‘대안’대학이기 때문이다. 그저 ‘대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정식 안으로 채택되어 사회를 변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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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대학 생태건축 기숙사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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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숙제, ‘대안교육공동체’의 오늘

지난한 유아기를 감당해온 녹색대학에는 어려운 숙제가 산적해있다. 폐교를 매입하면서 진 빚 2억원도 고스란이 남아있다. 그동안 운영하면서 진 빚도 1억 이상 늘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우선 돈 씀씀이 때문에라도 서로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잦았다. 바로 그게 오늘날 학교에 닥친 시련의 단초이자 위기의 원인이라는 냉정한 진단이다.

모름지기 공동체라면 먼저 나로부터, 우선 작은 것으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한다는 결론은 이미 알고 있다. 녹색대학 공동체 구성원 모두 기존 모순을 변혁하고 교육철학과 제도 내용을 바꾸는 녹색대학이 되자는 생각에는 이견이 없다.

샘이든, 물이든, 여울(직원)이든, 녹지사(후원자) 든 일심동체로 뜻과 꿈을 모아 공동체적 학교를 만들어 가자는 소망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실제 생활에서부터 공동체가 드러나야 한다는 신념이 크다. 물들이 농사짓고, 식당에서 밥 짓고, 집 짓고, 옷 짓고, 실제 일상생활을 자급자족하면서 함께 공동생활하는 노력이 그것이다.

다만 3,000평 남짓한 조그마한 폐교 공간 안에서 이른바 ‘문명치료사’라는 너무 큰 꿈을 꾼 게 문제였다는 분석이다. 몇 명 되지도 않는 학문공동체, 생활공동체의 처지로 당장 생활하는 것도 힘겹고 버거운데 거대한 문명이라는 담론을 한아름씩 껴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거대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닌 소박하고 단순 명쾌한 꿈을 실천하자는 게 녹색대학 재생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거대문명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이른바 우리 주위의 ‘생태문화공간’부터 창조하자는 것이다. 녹색대학의 목표는 그런 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녹색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샘, 물, 녹지사 등 사람들과 함양군 백전면 주민들, 지구와 우주의 세 겹 구조로 된 이 땅 위에 창조하려는 것이다.

그 숙제를 풀기 위해 무엇보다 교과목들은 통합학문을 지향하고 있다. 가령 샘 한 분이 한 두 시간 하는 일방적 강의가 아니라 두 세 분 샘이 제각기 다른 입장에서 한 주제를 동시에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물들은 입체적으로 다양한 지식, 경험, 학문에 대해 다양하게 이해의 폭과 깊이를 늘리게 된다.

박사 학위나 교수 자격증 가진 강사만 강의하는 게 아니라 농민, 시인, 일반시민, 목사, 스님,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듣게 된다. 생생하고 실감나는 복합적 인간읽기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또 농업연구소를 구체화해 전통농법, 유기농법, 농자재연구소를 만들려고 한다. 건축도 조경, 건축재료, 목조 등 전문화된 연구소를 만들어 물들이 기초학문을 거쳐 연구소에서 연구생 수업을 한다. 실사구시 하면서 생태문화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장인의 경지에까지 오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학문, 공동체적 삶, 영성적인 삶 등이 모두 통합된 학문 공동체의 기반 위에 실제 생활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총체적 공동체를 건설해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루어지는 생태문화공간은 곧 생태문화마을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에 공동체 구성원들은 지난해말부터 허병섭 샘을 중심으로 학교를 재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학교 사람들은 이 과정을‘재생‘(Regeneration)’이라고 부른다. 우선 사단법인 ‘녹색누리’를 만들고, 녹색대학을 사단법인 부설 평생교육원으로 두어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학의 만성적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제도적, 사회적 장치를 비로소 마련한 것이다. 김호열 지리산두레공동체 본부장, 유정길 에코붓다 대표, 원택 녹색연합공동대표, 이선종 원불교 서울교구장, 천사령함양군수, 박재오 채식연대공동대표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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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대학 생태뒷간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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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대학의 무게중심, 대표일꾼 허샘 

재생 또는 부활의 깃발을 높이 내건 오늘날 녹색대학의 중심에는 허병섭 샘이 우뚝 서 있다. 허샘은 녹색대학의 교육목표인 '실사구시적 장인'의 구현은 생태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주체적이고 대안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대학이나 제도권 교육이란 것이 메커니즘 속에서 거대한 기계의 부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질만능의 문명 속에서 농사, 식품, 건축 등을 통해 영성적이고 생태적 상품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절실하다. 그 작업을 하는 인재를 기르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는 게 녹색대학의 대표일꾼 허샘의 교육철학이다.

허샘은 녹색대학이 자리잡고 있는 함양의 지역터전을 중심으로 뿌리 같은 문화를 창조하고 싶어한다. 신앙적 규범에서부터 농사 짓고, 집 짓고, 옷 만들고, 음식 만들고, 똥 누고 거름 내는 것까지 생활 자체가 문화라는 평소의 생활철학이다. 종교에서 놀이문화까지 우리 삶을 포괄하는 모든 것을 조화있게 만들고 되살려 내 두레공동체를 회복하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졸업생들이 지역에 정착하고 물들의 일부가 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지역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 허샘은 고무되고 있다. 가령 수확할 때 농민들이 도움을 먼저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에서도 동네주민을 모시고 잔치도 하고 앞으로는 주민을 주체로 내세워 섬기고 봉사하는 활동을 통해 동화돼 나갈 것이다.

요즘 허샘이 지고있는 가장 큰 고민 또한 재정문제이다. 학교 구성원으로 샘과 물, 그리고 직원인 여울 등 30명이 넘는데 한 달 예산이 500여만원 남짓밖에 안 된다. 생태적 삶이란 것이 굳이 많은 돈을 필요하지는 않지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는 건 사실이다. 예산의 대부분은 '녹지사'라고 하는 녹색교육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내는 기부금이다. 현재 500명쯤 된다. 2000명만 되었으면 하는 허샘의 바람이 크다.

허샘은 1941년 경남 김해 출생이다. 1967년부터 서울 하월곡동에서 개척교회를 열고 빈민선교를 했고 1970, 8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 교회의 변혁에 앞장섰다. 1988년 목사직을 반납하고 '건축일꾼 두레'를 만들어 도시빈민 운동에 뛰어들었다. 이어 1996년 전북 무주로 귀농해 농촌공동체 운동을 시작했다. 무주의 대안학교 푸른꿈고등학교와 함양의 녹색대학 설립에 참여했다.

“근원으로 돌아가자”고 늘 외치는 허샘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문명 속에서 인간, 자연, 삶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 저마다 돌이켜보자. 세상은 신자유주의 물결이 넘치며 인간의 욕망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 와중에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과 거리가 멀어지고 사회는 자기 분열적으로 간다. 여기서 어서 멈추어야 한다”고 세상과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만물은 다 평등하다.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 인간과 사물, 모든 관계의 조화가 공생이다. 풀 한 포기도 우리와 같은 생명이라는 것이다. 말이나 생각으로는 안 된다. 실천이 따라야 한다. 바로 노동이다. 이때 노동이란 생산의 수단, 생산의 증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자체를 품어내는 것이다.” 허샘의 생태관 또는 생명관은 허점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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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대학이 공부하는 책들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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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대학이 공부하는 법

녹색대학이 공부하는 법은 남 다르다. 전반부 2년간의 기초과정은 생태이념과 관련된 기초학문, 영성을 수련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삶의 자리인 온배움터, 샘, 물, 녹지사, 함양군 백전면, 지구우주 등의 생태문화공간을 주로 탐구한다. 사회읽기, 자연읽기, 인간읽기, 문화읽기 등 통합과목을 외부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참여샘들이 맡아 토론수업으로 진행한다. 한 가지 주제를 3주 동안 연속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그 뒤 3년간의 연구생과정은 연구소 또는 공방수업을 한다. 공방은 노동의 가치, 생태적 가치 대안적 가치를 창조하는 공간이라는 믿음이 바탕이다. 공방수업을 통해 서로가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영성을 확인하고 감동을 얻고 생태문화공간 창조 기술을 터득한다. 등록금이 없는 공방수업은 물들이 샘들과 조율해 개설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생태건축공방, 소목공방, 설계공방, 식품공방, 약초공방 등이 가동되고 있다.

녹색대학의 학부 입학대상은 공식적으로는 고등학교 졸업을 자격요건으로 하고 있다. 아직 사례는 없지만 반드시 고등학교 졸업자가 아니어도 입학할 수는 있다. 대학원도 기본적으로는 4년제 대졸자가 입학대상이나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문은 열려 있다.

생태교육학과에서는 어린이, 청소년, 성인들에게 생태 이념과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생태교육 교재 만들기, 생태 현장 읽고 쓰기, 생태적 각성을 위한 말하기와 대화하기를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생태건축학과에서는 건축과 사람, 삶, 문화, 사회, 환경에 대한 상호관계를 연구하여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삶을 조직해내는 '생태건축'을 구현한다. 건축행위를 통해 사람과 건물, 건물과 자연, 자연과 건축, 인간과 인간의 조화를 꾀한다. 자연환경과 집이 다르지 않는 불이(不二), 상생(相生), 조화(調和)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게 교육목표이다.

자연의학과는 산업주의 의료의 반생태적 세계관과 방법론이 초래한 의료의 자기제약을 극복하는 비판적 대안을 모색한다. 의료서비스의 소비자로 그치지 않고, 스스로 치유와 건강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구체적 건강법을 익힌다.

교실이나 연구실 밖에는 더 큰 공부가 기다리고 있다. ‘큰 야단법석’으로 불리는 총회는 녹색대학의 최고 의결기관으로 매년 개교기념일을 전후해 축제처럼 열린다. 실제 학교 운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운영위원회에도 학부 각 학년 물대표 1명씩, 대학원 각 과대표 1명씩이 참여한다. 캠퍼스 내의 생활과 관련되는 사안들은 샘과 물들이 참여하여 정기적으로 열리는 작은 야단법석에서 논의하고 의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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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대학 배후생태마을 함양 청미래마을 전경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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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대학촌 ‘청미래마을’의 실험 

인근 대안리 600m 지리산 자락에는 청미래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녹색대학이 지향하는 생태적인 삶. 인간다운 삶의 방식을 공유하려는 마을공동체이자 대안교육의 배후지로 2001년부터 조성한 15가구 규모의 ‘생태마을’이다.

애초에 녹색대학에서 배우고 익힌 것을 실천할 수 있는 생생한 현장실습장의 모델을 상정한 것이다. 하지만 생산공동체가 전제되지 않은 태생적 한계로 인해 애초 일곱 세대가 이주해 왔지만 생활 방편을 찾지 못했다. 시행착오 끝에 현재 네 가구가 전업농으로 남아 정착한 상태다.

청미래마을은 30,000평 땅 전체가 공동등기 되어 있다. 한 가구당 땅 지분은 1,400평 정도로 대지는 약 100~120평, 텃밭 약 300평, 임야 약 700평 정도이다. 9,000평은 공동체 경작지, 도로 등의 공유부분이다. 건물의 지상권만 개인 등기가 되어 있다.

함양읍에서 약 12Km, 백전면에서 약 3Km 거리에 자리하고 풍수학적으로 보면 닰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형 산세를 이루고 있다. 청미래마을이 들어선 오매실마을 안에는 지리산약초마을이라는 또 하나의 전원마을이 조성되고 있기도 하다.

마을의 건축물의 골조는 주로 목재를 사용하고 주춧돌은 그 지역의 돌을 사용하고 있는 등 모든 자재를 토착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남향의 건물배치를 통해 태양열을 활용하고 건물의 문과 창을 관통이 되도록 해 바람의 흐름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황토흙집이나 통나무집 주택, 재래식 생태화장실, 온돌방, 유기농업, 공동작업장, 배산임수의 자연지형에 순응한 마을입지 등 우리 전통마을의 생태학적 측면을 모두 살린 생태공동체마을을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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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미래마을 주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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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공동체, 녹색대학

녹색대학은 사람의 공동체이다. 자본도 없고 땅(마을)도 없다. 모인 사람들이 자본이고 마을을 이루는 셈이다.

공동대표는 녹색대학을 창립한 허병섭샘과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으로 녹색대학 자연의학과를 수료한 이순일씨(53세)가 맡고 있다. 유상균샘(43세)는 서남대 교수를 지낸 고려대 물리학 박사로 미 일리노이대 연구원을 거쳐 2005년부터 전임샘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교양과정 및 교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종원 생태건축학과 샘은 38세로 부산대 건축학 박사이다.  2006년부터 생태건축학과 학부, 대학원 샘으로 일하고 있다. 정하주 자연의학과 대학원 샘(49세)는 뜸사랑 강사로 활동하다 2003년부터 녹색대 자연의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무처에는 여울(직원)들이 있다. 우관식씨는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2003년부터 녹색대의  전체 살림을 총괄하고 있다. 이희정씨(35세)는 2003년 학부 1기로 입학해 2007년 풍류예술/녹색문화학 전공으로 졸업한 동문이다. 2006년부터 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노재화 녹색교육학과 조교(38세)는 감리교 목사이다. 서울의 기독교환경단체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다 2003년 녹색대학교 대학원 녹색교육학과 입학하여 2005년에 수료했다. 내내 학교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다 지금은 녹색대학 내 산들교회에서 목회활동과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김재덕 자연의학과 조교(42세)는 2005년 대학원 자연의학과에 입학, 학교 주변에 정착해 오로지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송성주 자연건강학과 연구원(42세)는 서울에서 영화작업을 하다 2003년 학부에 입학해 자연건강 전공으로 2008년에 졸업했다. 이후에도 계속 학교에 남아 자연의학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의 영원한 주인 물들이 있다. 생태건축학과 대학원 물인 김주희, 김선희씨(각 24세)는 2003년 입학해 현재  대학원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김선희씨는 거창의 건축사무소에 취업해 직장 일을 병행하고 있다.

신성우 생태건축학과 대학원 물(34세)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2003년 학부에 입학. 생태건축 전공으로 학부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건축학과의 여러 사업들에 참여하고 있다. 2003년 학부에 입학한 우상옥 녹색살림학과 물(23세)는 현재 살림학과 졸업 예정으로 식품공방에 참여하고 있다.

백선희 식품공방 연구원(24세)는  녹색문화학 전공으로 2007년 졸업했다. 철딱서니 학교 교사를 거친 후 다시 함양으로 돌아와 살림학과 식품공방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봉준 생태건축학과 물(30세)는 대학 재학 중 2003년 학부에 입학, 현재 생태건축학과 4학년이다. 전통무예 수벽치기를 수련하는 수벽문화원 연구원 및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병철 생태건축학과 물(34세)은 2005년 학부에 입학해 현재 4학년 재학중이다. 학교의 농사, 시설, 청소 등 모든 활동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김단 녹색문화학과 물(28세)은 2003년 학부 입학 후 동북아 문화센터 간사로 외도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복학해 녹색교육학과와 함께 생태교재개발 공방에 참여하고 있다. 생태체험 프로그램 기획에 관심이 많다.

박영민 자연건강학과 물(33세)는 건축 인테리어 관련 전공한 후 2006년 입학, 현재 자연건강학과 약초 공방 연구생으로 활동. 농사와 약초, 술 담그기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박성길 교양과정 4학기차(34세)는 2005년 학부에 입학해 현재 2학년 2학기를 수료했다. 자연건강학과에서 약초공방 연구생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김연자 교양과정 3학기차(38세)는 성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수녀이다. 2007년 학부에 입학해 현재 기초교양과정 이수중이며 EM(유용미생물) 만들기 및 알리기에 노력하고 있다. 김철희 교양과정 3학기차(25세)는 학부 촌장(대표)을 맡고 있다. 고교 졸업후 2003년 녹색대학교 학부에 입학, 현재 기초교양과정 이수 중으로 농업을 전공할 예정이다. 박진우 교양과정 1학기차(20세)는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2008년 학부에 입학, 교양과정 이수 중이다. 이밖에 주말 대학원 과정에도 30여명의 물들이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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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미래마을의 생태건축(담틀공법)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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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배움터’녹색대학의 내일

녹색대학이 밝히는 미래계획은 크게 다섯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물들이 주체적으로 공부한다. 여러 다양한 샘들의 도움으로 물들 스스로 공부하고 개척하며 그 내용들을 캠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함으로써 녹색대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학문적 세계를 만들고자 한다.

둘째, 노동과 학문, 삶이 연계되는 공방을 설치하여 녹색대 학문과 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되도록 한다. 따라서 단지 지식을 위한 학문 탐구가 아니라, 삶을 위한 통합적 지식을 추구함으로써 기술력과 학문성이 조화된 전문인을 기르고자 한다. 나아가 철학, 과학, 영성, 노동이 융합된 새로운 학문, 새로운 학풍의 산실이 되고자 한다.

셋째, 녹색대 구성원들 스스로 생태 문화 공간을 창조하는 목적을 가진다. 구체적인 과제로 녹색대학이 속한 지역을 먼저 생태문화적 공간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전국 각지에 유사한 공간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넷째, 학교의 명칭도 대학이라는 무거운 틀을 벗어 던지고 보다 자유로운 학문 탐구를 위해 ‘녹색 온배움터’라 개칭한다. 이를 위해 현재 정해져 있는 고등교육법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학교의 틀을 연구 중에 있다.

다섯째, 재정적인 어려움을 타개해야 한다. 사단법인 녹색누리를 본격 활용하고 든든한 후원자인 녹지사의 수를 증가시켜야 한다. 따라서 많은 이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녹색대의 진정성있는 노력과 든든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여섯째,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지자체 등의 협조를 통한 여러 연계 사업들을 벌여나갈 것이다.

이렇게 녹색대학은 궁극적으로 생태와 문화가 어우러진 살만한 공간을 농촌 마을에 만들어 내고자 한다. 현재 인류가 닥친 여러 문명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이론적, 실천적 측면에서 열어줄 수 있는 인재들을 발굴하고 교육하는 장이 되고자 한다. 말그대로‘녹색 온배움터’로서 거듭나고자 한다.

지난날 녹색대학의 창립선언문은 이렇게 끝난다.‘ 녹색대학교! 몸을 부르르 떠는 사명감으로 그 창립의 기치를 오늘 여기 높이 듭니다.’ 그 사명감은 오늘날 여전히 당당하고 유효하다.

덧붙이는 글 | 정기석은 오래된미래마을(http://cafe.daum.net/Econet)이자, 국가의 인가를 받을 계획이 전혀 없는 <마을연구소 '마을과 사람'>의 마을일꾼입니다. 이 기사는 <월간인물과사상 9월호-마을로 가는 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마을, #공동체, #학교,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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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詩人(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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