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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이리 와 춥지. 여기 누워 할머니가 모래이불 덮어줄게"

 "할머니 빨리 빨리 추워"

 

손자녀석들은 입술이 시퍼래지고 온몸에는 소름이 송글 송글 솟아났다. 녀석들에게 따뜻하게 달구워진 모래를 덮어주었다. "할머니 이젠 따뜻해, 우리 집에 갈 때 바다도 데리고 가자" "저 큰 바다를 어디에 담아가지고 갈까?" "음 음 음." 녀석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나 보다.

 

29일 밤 2박3일 동해바다로 떠나다

 

지난 29일 밤 1분이라도 빨리 집을 나서야 했다. 금요일밤에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제법있다. 우리 가족들은 길이 막힐세라 서둘러 집을 나섰다.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했기에 김밥도 넉넉히 준비해 가지고 갔다. 자동차 안에서 먹는 김밥은 더 맛있다. 뜨거운 커피도 마시니 여행하는 기분이 더욱 실감이 났다.

 

부지런히 속력을 내서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강원도 고성군에있는 숙소에 도착하니 30일새벽 0시 30분. 간단하게 맥주 한 잔씩 하면서 목을 추겼다. 가족이 모두 모이니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딸네 4식구와 아들아이까지 모이니 우리 가족은 모두 7식구.

 

아들아이는 연구소에 근무를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 혹은 2주일에 한번 집에 온다. 집에 오는 날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늦게 들어오는 날이 허다 하다. 집에 와서는 밀린 잠을 자느라 정신이 없다. 하여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제대로 해먹이지도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런 아들까지 합류를 했으니 안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다음 날 어디로 갈 것인가 대충 계획을 짜고 잠자리에 들어섰다. 우리숙소는 12층이고 바로 동해바다가 보이는 곳이라 일출을 보기에 아주 그만인 장소이다. 아들아이는 새벽에 일출을 본다고 알람을 해놓고 잔단다. 하지만 우리가 잠든 시간은 새벽 2시30분경 아들아이가 일출을 못 볼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을 깨고 아들은 새벽에 일어나 일출을 보려했다. 그날따라 안개가 끼어 일출을 보지 못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고 말았다.

 

 몇시쯤이었나? 창가 가까이에서 자던 내가 누운채로 커튼을 치고 졸린  눈을 뜨고 어렴풋이 수평선을  쳐다보니 해가 바다 위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일어나서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포기 하고 말았다. 나중에 일어나 생각하니 후회가 밀려왔다. 혹시 내 열정이 식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에는 귀찮아도 몸이 조금 피로해도 포기 하지말자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30일 청간정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아직 폐장하지 않은 해수욕장을 찾아 나섰다. 늦더위가 계속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동해안의 바닷물은 차가웠다. 몇군데의 해수욕장을 찾아다녔다. 하조대, 삼포리 등. 폐장되지 않은 해수욕장은 그래도 늦은 피서객들이 찾아 와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선뜻 물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하는 듯했다.

 

백사장을 걷다보니 깨진 유리조각, 조개껍질 등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하여 그곳은 아이들이 놀기에 적당하지 않아 보였다. 우린 다시 다른 해수욕장을 찾아나섰다. 숙소에서 가까운 청간정해수욕장을 찾아냈다. 물도 깨끗하고 바위도 있어 아이들이 놀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 급수시설, 화장실,샤워장 모두 가까이에 있어 더욱 편리했다.

 

또 멀지 않은 곳에 낚시를 할 수있어  남편에게나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그곳으로 정하고  텐트를 치고 짐을 풀었다. 특히 손자들이 좋아라 한다. 물이 어찌나 깨끗하던지 그물로 밥도 짓고 빨래도 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곳에서 조금 놀다 준비해 온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바닷가에서 먹는 삼겹살은 진짜 맛있었다. 삼겹살이 그렇게 맛있기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일단 그릴에서 기름을 빼고 다시 살짝 구워내니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점심식사후 남편은 낚시터로 갔다. 저녁메뉴는 남편이 잡아온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이기로했다. 그렇게 부담감을 주어야 더 잘 잡을 수있다면서 우린 남편의 물고기를 벌써부터 기다리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은 호언 장담을 하고 낚시터로 향했다.

 

 

손자들은 제삼촌이 잡아온 게를 보면서 무척 좋아했다. 가지고 놀기도 하고 모래밭위에 놓아주기도 하면서. 한동안 게와 놀다가 너무 작아 그대로 바다로 보내주기로 했다. 그곳의 물이 깨끗하기 깨끗한가 보다. 다시마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 그곳에서 다시마를 헹구어 낸다. "이 다시마를 여기 이 바다에서 켄 거예요?" "그렇지요. 요즘 이곳에는 이렇게 싱싱한 다미마가 많이 있어요." 그들은 큰자루에 두 자루를 담아가지고 그곳을 떠났다.

 

 

잠시 후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주말이 되면 그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했다. 초보자도 있는지 바다에 들어가는 요령이 강사의 설명으로 한동안 계속 되었고 실습을 해보기도 한다. 마음처럼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자꾸만 실수를 하는 모습이다. 그러더니 어느샌가 저 멀리까지 나가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손자들도 그 모습에서 눈을 떼지를 못한다.

 

점심을 먹고 몸이 따뜻해지자 손자들은 물속을 들낙거리면서 물놀이를 즐긴다. 한낮의 물속은 그나마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물속에서 나오면 녀석들은 한기를 느끼는가 보다. 입술은 시퍼래지고 온몸에는 소름이 돋고 사시나무 떨듯한다. 뜨겁게 달구어진 모래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곤 몸이 따뜻해지면 또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곤 한다.

 

작은 녀석은 그것에 더 재미를 느끼는지 "할머니 집에 갈때 바다 집에 데리고 가자 응!"한다. 난 "그러게 할머니도 그러고 싶은데 저 큰 바다를 어떻게 데리고 갈 수 있을까?" 하고 물었다. 녀석은 잠시 생각하더니 "음 음"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나도 끝이 보이지 않게 탁 트인 코발트 빛깔의 깨끗한 바다를 보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모두 날라가는듯 했다. 맨발로 모래를 밟아보고, 바닷물속에 발도 담가보았다. 바위에 올라가 파도에 밀려오는 바닷물을 만나기도 했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몸속의 무거운 그 무엇이 빠져나간 것처럼 가벼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조금 작은 물고기 두마리를 잡고 아주 큰 것은 너무 커서 낚시대가 부러졌다면서. 저녁 매운탕거리에 조금은 도움이 될 듯 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깐 서늘함이 느껴졌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남편에게 갔다. 잡았다고 하는 두 마리는 작은 물고기였다. 대단하다고 하면서 우린 박수를 쳐주고 그것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 그곳 항구에 가서 생선회를 떠오고 매운탕거리도 가지고 왔다. 회에 소주를 먹고 남편이 잡은 물고기와 함께 매운탕을 끓여서 저녁을 먹었다.

 

다음날 길이 막힐 것을 예상하고 아침만 먹고 숙소를 나섰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근처 바닷가를 잠시 들렸다. 두 녀석은 집에 돌아가는 것이 무척 아쉬웠나 보다. 맨발로 모래위에 발자국도 찍어본다. 난 손자들에게 "우협아,우진아  바다야,  빠이빠이 안녕! 내년에 또 올게하고 인사해야지"했다. 두 녀석은 바다를 쳐다보고 손까지 흔들며 인사를 한다.

 

"바다야 안녕! 내년에 또 올게!" 녀석들의 인사가 바다에 울려퍼진다. 바다도 알아 들었으리라. 전날 바닷가에서 정신없이 놀고 그날(31일) 일찍 일어나더니 고단했던 모양이다. 자동차가 출발하고 얼마 안 되어 녀석들은 꿈나라로 빠져 들어갔다. 녀석들은 꿈속에서 또 바다를 만났을까?

 

내 마음 속에도 아직 에메랄드 코발트 빛깔의 바닷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하얗게 밀려왔다 산산히 부서지는 바닷가의 모습이.


태그:#바다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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