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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
 가수 이효리.
최근 방송은 연예인들에게 최소한 두 가지의 다른 얼굴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아이돌 스타들이 '터프가이', '청순미' '귀여움' '섹시함' 등으로 대표되는 특정한 하나의 이미지 마케팅으로 승부했지만, 요즘에는 무대에서는 화려한 카리스마를, 예능에서는 좀 더 친근하고 털털한 매력으로 다가오기를 원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나, 아수라 백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카멜레온 같은 변신능력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아마도 이효리는 이러한 '투 페이스' 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연예인일 것이다. 지난 달 정규앨범 3집 '잇츠 효리쉬(It's hyorish)'를 발표하고 가수로 복귀한 이래 이효리는 각종 음악과 방송 무대를 누비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3집 컴백무대가 알려지자마자 실시간으로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고 그녀의 신곡과 안무, 패션에 대한 팬들의 열렬한 반응이 이어질 정도로, '가수 이효리'에 모아지는 대중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그렇지만 앨범 발표 이전부터 이효리는 가수 이전에 '예능인'이라는 또다른 얼굴로 대중에게 어필하며 충분한 사전포석을 가졌다.

이효리는 그룹 핑클에서 독립한 이후, 방송 프로그램을 누비며 가수 혹은 예능인, 때때로 배우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상반된 다중적 캐릭터의 매력을 동시에 선보이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무대에서는 최대한 화려하고 당당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섹시함'로 승부한다면, 예능 프로그램의 MC나 게스트로 출연할 때는 옆집 누나 혹은 친구같이 솔직한 화법을 선보이며, 프로그램의 컨셉에 맞춰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않는 모습으로 친근한 매력을 선보여 왔다.

한 시간 전 가요 프로그램에서 선정적인 의상과 요염한 눈웃음으로 섹시한 매력을 발산하던 가수가 잠시 뒤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자다 일어나 퉁퉁 부은 '쌩얼'을 그대로 화면에 들이밀며 유재석과 티격태격하고 막춤을 춰도 그 이미지의 간극이 어색하지 않은 여성 톱스타는 이효리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지현과는 다른 이효리의 밀고 당기기 전략

분야는 다르지만, 이효리가 전지현이나 김태희 같은 당대의 미녀스타들과 차별화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연애로 따지면 대중과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선을 유지하는 이효리식 '밀고 당기기' 전략은, 너무 천박한 관능미나 부담스러운 신비주의와도 다른 '이효리만의 섹스어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1집 '텐 미닛'을 선보였을 때 이효리는 당시만 해도 대중적이지 않았던 힙합 장르를 내세우면서, 컨셉 또한 여성이 남녀관계의 주도권을 움켜쥐고 남자를 호령하는 '발칙한 매력'을 앞세워 그해 최고의 핫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런 파격성이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은 이전에 각종 방송을 통하여 구축된 자연인 이효리의 일상적이고 편안한 이미지가 기반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이효리는 솔로 앨범 발매이전부터 <해피투게더>, <타임머신>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하여 MC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기존의 여성스타들과는 달리 가식없는 친근하고 솔직한 매력으로 남성팬뿐만 아니라 여성팬들에게도 적지않은 호감을 얻었다.

이것은 섹시 컨셉으로 한정되기 쉬운 이효리의 이미지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하여 확대 시키고, 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화려함과 신비주의를 생명처럼 내세우는 여성 섹시가수가, 방송에서 화장실에 물 안 내리고 도망가다 망신당한 이야기를 한다거나, 민망하게 캡쳐된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함께 웃고 즐기는가 하면, 촌스러운 의상을 입고 망가지는 몸개그를 펼쳐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대중이 그것조차 '이효리 스타일'로 인식하기에 가능했다.

3집 발매를 앞두고도 이효리는 <상상플러스>,<일요일이 좋다> 등의 예능물과 케이블 TV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무대와는 또다른 '자연인 이효리'의 컨셉을 꾸준하게 대중들에게 어필해 왔다. 대중에게 잊혀지지 않으면서도 식상하지 않은 매력으로 이효리가 장수할 수 있는 것은 무대와 예능물에서 보여주는 이효리의 이미지가 '같은 듯, 또 다르게' 차별화되어있기 때문이다.

이효리는 유재석·신동엽이 있어야 산다?

이효리 효과를 등에 업고  출발한 <세잎클로버>. 하지만 시청률 저조로 연출자 교체라는 유례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효리 효과를 등에 업고 출발한 <세잎클로버>. 하지만 시청률 저조로 연출자 교체라는 유례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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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시도가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가수, MC에 이어 연기에까지 도전장을 던진 <세잎클로버>의 실패는, '이효리 효과'가 무조건 통하지는 않는다는 준엄한 교훈을 선사했다. <해피투게더- 프렌즈>나 <체인지>, <상상플러스>에서의 연이은 중도하차도 그리 매끄럽지는 않았다.

신동엽이나 유재석 같이 그녀의 순발력을 잘 살려줄 수 있는 파트너가 없을 때는 진행 능력에서 분명히 한계를 드러냈고, 자신이 아닌 남을 돋보이게 하거나 게스트의 장점을 끌어낼 수 있는 연륜이 부족했다. 그녀가 MC직을 중도하차한 프로그램들도, 결국은 자신이 중심이 되지 않는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스스로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리얼 버라이어티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패밀리가 떴다>는 예능무대에서 새로운 포지셔닝이 필요하던 이효리의 고민에 잘 부합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이효리는 더 이상 국민요정이나 보호받는 막내가 아니다. 이제 어느덧 30대에 접어들며 프로그램내에서도 중고참급 반열에 접어든 이효리는, 위로는 철없는 오빠들과 티격태격하고 아래로 아이돌 남동생들에게 추파를 던지며 자신보다 어린 자매(박예진)를 질투하는 '푼수끼 있는 누나'의 캐릭터다.

이효리, 엄정화만큼 할까?

마돈나를 연상시키는 엄정화의 'DISCO'. 패션코드도 적절하다
 마돈나를 연상시키는 엄정화의 'DISCO'. 패션코드도 적절하다
ⓒ YG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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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이효리에게 앞으로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적어도 핑클 시절부터 이효리는 세월의 흐름에 맞춰 그때그때 효율적으로 자신의 캐릭터와 포지셔닝을 수정해 왔고, 지금까지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효리 스타일'의 마케팅 전략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섹시 아이콘으로, 이효리의 선배 롤모델 격이라 할 만한 엄정화는 30대를 넘기며 배우로서, 가수로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자생력을 가질수 있었다. 몇 년후 당장 '젊음'이라는 단어를 뺀 이효리에게 과연 뮤지션으로서 혹은 방송인으로서의 자생력은 얼마나 남을까?

음악적으로 1집 당시만 해도 이효리 스타일의 등장은 당시 대중가요계의 트렌드를 뒤흔드는 파격이었지만, 이제 어느덧 주류로 접어든 '이효리 스타일'에는 5년 전 만큼의 신선함은 없다. 2집 이후로 계속되고 있는 음악, 패션, 뮤비 등의 끊임없는 표절 논란은 그것이 단순히 현행 제도상의 표절이 맞느냐 아니냐를 넘어, 독창성이 결여된 미국 팝아트의 아류 혹은 모방을 넘지 못하는 '효리쉬(hyorish)'의 한계에 대한 대중의 따가운 시선이다.


태그:#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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