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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밤 후레쉬맨보다 빠른 방구차를 쫓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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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부와와와왕~' 하는 소리와 함께, 동네는 온통 하얀 연기로 뒤덮였습니다. 촌마을이라 집주변에 논과 개천이 있어 모기장과 모깃불, 모기향이 없이는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그 시절, 여름 저녁이면 새하얀 세상이 아이들 앞에 펼쳐지곤 했습니다.

 

요즘처럼 인터넷게임이다 뭐다해서 놀거리가 많지 않아, 그 신기한 광경과 소리에 이끌려 철없는 아이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집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 쌉쌀한 냄새를 풍기는 하얀 연기를 쉴새없이 뿜어대는 방구차를 동구 밖까지 따라가곤 했습니다.

 

하얀 연기에 휩싸여 동생과 동네 아이들과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자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도 모를 만큼 멀리 와있곤 했습니다. 그러다 이웃동네 아이들과 만나면 밤늦게까지 어울리다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내일도 다시 방구차가 동네를 찾아주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당시 포장된 도로가 없던 저희 마을에서는 자동차보다 구르마와 달구지, 경운기를 더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용달트럭이 마을과 집 구석구석에 연기를 뿜어대며 휘집고 다니는 것은, 정말 신나는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방구차 잊힌 동심을 연기속에 실어와

 

그런 방구차를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마주했습니다. 빌라가 들어선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방구를 뿜어대는 폼새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 방구차를 옛동심을 되살려 자전거로 쫓아봤는데 쉽지가 않았습니다. 어찌나 빠르던지 눈깜짝할 사이에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방구차를 쫓는 이는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빌라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도 공원에서 놀다 방구차의 소리를 듣고는 옛날 저와 동네 친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방구차를 쫓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방구차가 어디를 지나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꿰고 있었습니다.

 

유명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오랫동안 구가하는 방구차의 모습을 어렵게 사진과 영상에 담아봤습니다.

 

 

 

 


태그:#방구차, #방역차, #여름밤, #동심,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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