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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만자들은 시집온지 20여년이 된 경우부터 5년 이하까지 다양하지만 이들은 한번도 자신들의 손으로 차례상을 차려보지 못했다고 한다.
▲ 결혼이민자인 소노다리에꼬씨 등이 추석 차례상에 올린 제물을 제기에 담고 있다. 결혼이만자들은 시집온지 20여년이 된 경우부터 5년 이하까지 다양하지만 이들은 한번도 자신들의 손으로 차례상을 차려보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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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다리에꼬(서산시 운산면 용장리)씨는 우리나라 시집온 지 8년이째이고 조선족인 주예란(서산시 운산면 용현1리)씨도 7년이 지났지만,  직접 추석 차례상에 제물을 올리며 상차림을 해보기는 처음이다.

결혼이민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 이젠 특별할 것도 이야기꺼리가  될 일도 아니지만 그들이 가장 먼저 부딪는 것은 우리 전통 문화다. 그 중에서 '추석'과 '설'명절과 조상제사 때 마련하는 음식과 전통 방식은 이 땅에서 낳고 자란 여자들도 달가워하지 않는 것과 같이 그들 역시 그렇다.

우리가 외국의 전통문화를 기이하게 바라보듯 그들도 우리고유 전통문화를 그런 눈으로 본다. 최근 들어 여기저기의 자치단체에서 앞 다퉈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문화체험을 시킨답시고 문화재 탐방, 산업시찰, 등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깊이 없는 1회성 '눈 관광'에 그치고 있어 그들을 여전히 '외국인'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짚어내는 경우도 있다.

결혼이민자들 대부분은 추석이나 설 명절때 차례상을 직접 차려 본 경험이 거의 없다.
▲ 생전 처음 차레상을 차려보는 소노다리에꼬씨 결혼이민자들 대부분은 추석이나 설 명절때 차례상을 직접 차려 본 경험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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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권순 교수(한서대 청소년학과)는 "우리문화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한 사람들에게 오래된 사찰이나 박물관, 지역 명소 등을 돌아보게 하는 것도 나름대로 이점도 있지만 그들은 관광객이 아닌 이땅에 뿌리박고 살려는 사람들인 만큼 그보다는 우리 전통문화를 익히게 해 문화 충돌을 덜 갖게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28일 서산시 운산면 면사무소 복지회관에서 이 지역 결혼이민자들을 초청해 추석음식 장만과 상차림, 예법, 추석에 대한 역사 등에 대해 설명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운산면 사무소와 이 지역 새마을 남녀지도자협의회가 마련했다.

석낙서 운산면장은 "우리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우리와 다른 문화권에 살던 결혼 이민자분들께 전통문화 체험의 하나로 '추석 차례상 차리기'를 직접 해 보도록 해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기 위해 이 같은 자리를 준비케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산시내의 재래시장에서 새마을 부녀회원들과 함께 제수용품을 사는 것을 시작으로 차례음식 만들기, 제기에  정갈하게 음식을 담는 것을 배웠다. '차례'상차림 과 지내는 순서 등 예법을 지도하기 위해 '운산 와우리 단군전 봉안회'의 유희채(76.운산면 안호리)회장이 강사로 나섰다.

차례상에 절하는 결혼 이민자들
▲ 차례상에 절하기 차례상에 절하는 결혼 이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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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시연 후 음복을 하는 결혼이민자들
▲ 차례후 음복 차례 시연 후 음복을 하는 결혼이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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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일찍부터 추석차례 제물을 장만한 이들은 유회장으로부터 일일이 설명을 들어가며 한가지씩 상에 올렸다. 유회장은 "추석이든 제사든 간에 상을 차리는 기본예법은 과일을 대추,밤, 배, 감 등 조율이시로 놓는 집안과 홍동백서 즉 붉은 색 과일을 동쪽으로 놓고 흰색과일을 서쪽으로 놓는 제례법이 있지만 이는 집안마다 달라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다"며 상차림을 지도했다.    

결혼한 지 14년이 되었다는 이민자인 최미란(운산면 수평리)씨는 "명절 때마다 큰집에서 추석음식을 만들어 보기는 했지만 만든 음식을 차례상에 차려보기는 처음이다"며 이마의 진땀을 닦아냈다.

소노다리에꼬씨는 "일본에도 추석명절이 있긴 하지만 차례음식을 장만하고 차례를 지내는 풍습은 없고 꽃이나 향을 사지고 절에 가서 조상들의 명복을 비는 정도여서 이런 일이 아직도 생소하지만 보존해야 할 전통으로 생각한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봄에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이번 추석에 처음으로 ‘차례상’을 차리게 됐다는 주예란씨는 "추석 차례상을 어떻게 차려야 할지 은근히 걱정했는데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어 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태그:#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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