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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객의 음식취향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숙성'이다. 한국의 식문화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숙성이고 보면, 토속적인 입맛을 가진 맛객으로선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생물의 신선함도 좋지만, 미각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아무래도 염장이나 말린 생선이 한 수 위다. 숙성에서 오는 감칠맛. 그러다 보니 맛객은 이틀이나 지난 생선회도 초밥으로 먹는다.

 

뿐인가, 부패하기 일보 직전의 콤콤한 갈치구이나 찌개를 즐기기도 한다. 그 맛을 모르면 부패이고, 그 맛을 안다면 숙성이다. 완전 감칠맛이다. 맛객은 입은 후자이다. 이렇듯 맛객의 미각은 숙성을 만나 춤을 춘다.

 

그런데 이 숙성이 음식에만 있는 건 아니다. 불에도 있는데 그게 바로 짚불이다. 특히 이즈음의 짚은 일년 동안이나 자연숙성과정을 거쳤기에, 햇짚에 비해 짚불의 향취가 극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잘 숙성된 짚불에 굽는 삼겹살의 맛은 풍미가 절정이다.

 

잘 숙성된 짚불에 굽는 삼겹살은 풍미백배

 

 

짚불삼겹살의 참맛을 보려면 산넘고 물건너서 전남 무안의 두암식당까지 가야 한다. 명함에는 무안역 옆에 있다지만 완전 촌동네나 다름없다.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도로 옆에 있는 그 집의 입구에는 노송 서너 그루가 서 있고 그 아래에는 고인돌까지 있다. 업소의 외관과 간판은 초등학생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원색의 유치함이지만, 음식의 맛을 보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차림부터 살펴보자.

 

 

짜릿한 감칠맛의 송어젓(타지에서는 밴댕이젓으로 통용된다), 마늘철에 잔뜩 담가두고 내놓는 마늘대김치, 지방 맛기행의 묘미 중 하나는 이렇게 예상치 못한 찬거리를 만났을 때 아니겠는가. 무안의 특산물인 양파김치 등등 하나같이 손맛이 제대로 표현되어 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이 따로 놀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자, 정말 그런지 일단 짚불삼겹살구이부터 청해보자.

 

 

짚불삼겹살구이는 바로 구워 먹어야 제맛이기에 한 석쇠(1인분)씩 나온다. 일단 아무것도 곁들이지 말고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씹어보자. 아~ 짚불의 향기가 삼겹살을 감싼 맛이라니.

 

혹, 그런 느낌 아는가? 고향집에서 쇠죽 끓일 때 문틈과 갈라진 벽틈으로 스멀스멀 피워나는 구수한 냄새를. 혹은, 골방 그 특유의 흙냄새를. 맛객은 그런 고향의 냄새를 순간 떠올렸다.

 

 

이번엔 뻘게장에 찍어 맛을 보자. 게의 풍미와 짚불의 풍미가 어우러지며, 삼겹의 고소함이 박자를 맞춘다. 약간 짭짤하다면 이번엔 쌈으로 맛을 볼까.

 

집 앞 남새밭에서 기른 채소에 뻘게장을 찍은 삼겹과 마늘대지를 올리고 쌈을 했다. 짚불의 향취는 반감되지만 그냥 삼겹살쌈과는 확실이 다른 깊은 맛이다. 그날 일반 쌈장도 나왔지만 완전 찬밥신세였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자, 느끼해? 이 쯤에서 양파김치를 맛봐야 한다. 양파 특유의 상큼한 맛으로 입안의 느끼함은 싹 달아난다. 특히 아삭거리는 식감은 그동안 맛 본 양파김치 중에 으뜸으로 쳐줄 만했다. 그 맛에 탄복한 나머지 한 통 구입해 와 먹을 정도였으면 말 다했지.

 

 

식사를 마치고 짚이 쌓여 있는 공간으로 가봤다. 아직도 상당한 양의 짚이 쌓여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짚불의 향취에 매료되어 돌아갔을까? 지금이야 짚불삼겹살구이로 명성을 얻었지만 처음엔 시행착오도 겪었다고 한다.

 

솔잎으로 구워봤는데 그을음이 생겨 결국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짚을 이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때는 장사의 목적이 아니라 식구들끼리 구워먹었던 음식이었다. 그랬던 것이 지금은 무안 향토음식의 반열에 올랐으니 세상 참….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업소정보는 http://blog.daum.net/cartoonist/13493981 에서 확인바랍니다.


태그:#짚불삼겹살구이,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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