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찰이 지난해 11월 11일 '2007 범국민행동의날' 상경투쟁을 막은 것에 대해 노동자·농민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9일 창원지방법원 제8민사단독(판사 이미정)은 경남진보연합 이병하 상임공동대표(현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 등 88명이 대한민국(당시 법무부장관 김경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 88명에게 각 10만원씩을 지급하고, 지난 해 11월 11일부터 선고가 있은 8월 19일까지 연 5%의 이자를 지급하고, 8월 20일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서울 집회가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 등의 이유로 적법하게 금지처분됐다손 치더라도 집회 예정 시간보다 무려 9시간 30분 전에 400여km나 떨어진 곳에서 상경하려 했다는 행위만으론 범죄행위가 목전에서 행해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다양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은 마땅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으로 미뤄 경찰이 단지 효율적이고 필요한 상황이라는 판단 하에 상경을 차단한 것은 경찰권 행사의 한계를 벗어난 위범한 공무집행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경남진보연합은 이병하 대표를 비롯해 함안·의령·양산지역 농민 등 88명을 모아 소송을 냈다. 경남진보연합은 이번 소송을 내면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이 대표가 소송업무를 맡아서 했다.

 

'2007 범국민행동의날 조직위원회'는 지난 해 11월 11일 서울에서 100만명을 모아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범국민행동의날 경남조직위원회'도 이날 각 시·군지역별로 버스를 동원해 상경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날 경남지방경찰청과 각 시·군경찰서가 노동자·농민들의 상경을 막아 곳곳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졌다.

 

특히 의령에서는 경찰과 농민들이 대치하는 속에 한 경찰관이 "총 놔뒀다 뭐합니까, 총 줘 보이소"라고 해 농민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상경투쟁이 무산되고 경찰이 관련자들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하자 '범국민행동의날 경남조직위'는 지난 해 12월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위헌적인 원천봉쇄 과정에서 이동권 봉쇄와 차량 탈취, 경찰들의 폭력, 심지어 총기 위협 발언까지 수많은 인권탄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남진보연합은 당시 버스 임대료와 점심 비용, 정신적 피해 등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던 것. 이들은 소장·준비서면 등을 통해 "범국민행동의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관광버스 업체와 계약을 이미 체결해 놓았고, 서울에서 먹을 밥도 준비해 놓았는데, 경찰이 상경을 막아 버스 임대료를 물고 밥도 못 먹게 되어 피해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 경남진보연합은 "범국민대회처럼 폭력이나 혼란이 우려된다는 경찰의 자의적 판단으로 사전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강제로 봉쇄했다"면서 "단순폭력시위 우려는 자의적 판단이며, 명백하고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위험성이 입증되어야 가능한데, 경찰은 집회의 자유를 제한했다"고 밝혔다.

 

경남진보연합은 "당일 상경 차량에는 3세의 어린 아이부터 70대의 노인 등 남녀노소가 탑승하였고, 경찰은 모든 차량을 불법적으로 검색하였으나 화염병도 각목도 그 어떤 폭력을 위한 수단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남진보연합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강압적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막아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무리하게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헌법과 경찰직무집행법, 형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민주주의의 기본원칙과 공권력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헌법에 의한 집회의 자유보장과 이동의 자유를 방해해서는 안되기에 손해배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병하 대표는 "지금도 전국적으로 무리한 공권력이 동원되면서 국민들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으며, 촛불집회로 인해 무려 3000여명이 연행되기도 했는데, 이번 판결은 그같은 공권력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액 보상을 받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당시 상경이 무산된 지역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함안·의령·양산지역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모아 소송을 냈는데, 앞으로 논의를 거쳐 추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 업무를 담당했던 경남지방경찰청 경비계 관계자는 "아직 판결문을 받지 못했다"면서 "항소를 하게 될 것 같은데, 판결문을 받아본 뒤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공권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