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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내리 4연승을 한 상황에서 치르는 경기였다. 대만은 1승 3패의 부진한 전적을 보이고 있었다. 때문에 한국팀은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반면 대만팀은 절박했다. 이번에 지면 고국 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야만 하는 순간이었다.  

대만 응원단도 이대로 짐을 싸기는 싫었던 것 같다. 한국과 대만의 야구 대표팀이 예선 5번째 경기에서 맞붙은 18일 오전,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은 대만인들이 완전히 '접수'했다. 좌펜스와 우펜스 모두 대만국기를 흔들고 있는 대만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승리' 말고는 길이 없는 대만인들은 '열띤 응원'을 무기삼아 배수의 진을 쳤다.

반면 한국 응원단은 이날따라 유독 차분해 보였다. 숫자도 적었고, 그나마 있는 한국인들도 삼삼오오 떨어져 '맘 편히' 경기를 관람했다. 예선 통과를 거의 확정지은 '강자'다운 여유가 응원단에도 그대로 묻어있었다. '대~한민국'의 함성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지난 한·일전(16일 밤) 분위기와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이처럼 이날 관중석의 응원 모습은 4승팀의 '여유'와 1승 3패팀의 '절박함'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경기 최종 스코어는 9대8, 결국 '여유 있는' 한국의 한 점차 승리로 마감됐다. 경기장의 표정은 더욱 엇갈렸다.

[대만 응원단] 좌·우 합작으로 "홈런쳐!", "멀리쳐!"... 경기장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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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대만 응원단은 이날 그야말로 '후회 없는' 응원을 펼쳤다. 숫자도 숫자지만 그들이 펼친 응원 열기는 야구장 전체를 휘감았다. 한여름 내리쬐는 베이징의 따가운 햇살보다 더 뜨거웠다. 응원만을 놓고 보면 한국의 완패였다.

대만 응원단은 일제히 "타이페이 찌아요"를 외치며 1회부터 경기장 분위기를 압도했다. 한국이 1회초 난타를 퍼부으며 7점을 득점한 순간에도 대만인들은 목소리를 줄이지 않았다. 미리 준비해 온 응원풍선을 부딪히며 끊임없이 대만팀의 파이팅을 부르짖었다.

좌·우펜스를 모두 장악한 대만인들은 대대적인 응원전을 펼쳤다. 메아리를 치듯 서로에게 목청을 높이며 '좌우합작'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좌펜스에서 "홈런쳐"를 외치면 곧바로 우펜스에서는 "멀리쳐"라고 받아치며 장단을 맞췄다. 대만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넣는 순간 하나하나에도 큰 환호를 보냈다.

대만 응원단의 열광적인 응원소리를 대만 선수들이 들었을까?

1회부터 7:0으로 뒤지며 '맥빠진' 모습을 보이던 대만팀은 2회 두 점을 따라잡고서는 5회와 6회 내리 6점을 얻으며 '불방망이 타선'으로 되살아났다. 결국 대만팀은 6회말 8:8 동점 상황을 만들어내며 기세를 올렸다. 대만인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기뻐했고, 경기장은 이들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하지만 7회 한국에 내준 한 점을 따라잡지 못하고 결국 대만팀은 석패했다. 예선 통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가지고 경기 내내 목청껏 "찌아요"(화이팅)을 외쳤던 대만 응원단들에게는 일말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버린 순간이었다.  

[한국 응원단] 예선통과 확정적... "응원단도 체력 비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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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의 관중석은 대만과 달리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1회부터 7:0으로 앞서나가자 승리를 확신한 듯 팔짱을 낀 채로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베이징 제2외국어대에서 유학 중인 김화정(22)씨도 "한·일전 때는 버스를 대절해서 오는 등 정말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는데 오늘은 느긋하게 즐기듯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응원의 상징인 "대~한민국" 함성소리도 4회가 넘어서야 처음으로 흘러나왔다. 이마저도 경기장을 압도했던 지난 16일 밤(한·일전)과 달리 '매가리'가 없는 모습이었다. 중국 칭화대에서 유학 중인 김금섭(31·석사과정)씨는 "응원을 한 번 해 보려고 목소리를 모아보려 하는데, 오늘은 흩어져서 편하게 관람하는 분위기여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KOREA'라고 적힌 붉은색 수건을 목에 두르고 응원에 임하던 유학생 구형민(25·베이징대 대학원)씨는 "오늘은 지난번과는 다르게 여유롭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선 통과가 확정적인 상황이어서 그런지 우리 응원단들도 체력을 비축하는 분위기"라며 차분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3년간 베이징에 거주했다는 이홍렬(34·여성 쇼핑몰 운영)씨도 "이기면 더욱 좋지만 지더라도 4강은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담담하게 경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팀이 역대 어느 때보다 강한 만큼, 은메달은 무난할 것 같고 금메달을 딸 확률도 80%가까이는 되리라 본다"며 다음 경기를 내다보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대만이 무서운 기세로 쫓아와 급기야는 6회말 8:8 동점 상황까지 만들어내자 한국 응원단의 여유 있던 표정이 다소 굳기도 했다. 이때부터는 결코 질 수는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여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결국 한국이 이겼다. 만족한 표정을 짓던 제주대 재학생 김태우(24)씨는 "처음에는 콜드게임을 예상했는데 갈수록 박진감 넘치는 게임이었다"며 "4연승 상황에서 펼친 여유로운 게임이었지만 어쨌든 승리는 언제나 즐거운 것"이라고 말했다.

'여유 있던' 한국으로서는 남은 예선 경기를 앞두고 더욱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야구 대표팀 한국 대만 올림픽 응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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