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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쇼핑몰 옥션의 1080만 명 회원정보 유출', '하나로텔레콤의 600만 명 회원정보 불법거래' 등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와 같은 개인정보 피해사례는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나타나는 안 좋은 현상입니다. 이런 피해가 점차 심각해지다 보니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국가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서관은 어떨까요? 도서관 역시 개인정보유출에 의한 피해사례가 있습니다. 물론 '옥션'처럼 해킹에 의해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거나, '하나로텔레콤'처럼 개인정보가 거래되는 일은 아직 없습니다만 일부 부도덕한 사람에 의해 개인정보가 악용되는 사례는 분명 있습니다.

 

지난 2월 서울의 모대학교 도서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도서관에 근무하는 남자 조교가 평소 흠모하던 여학생의 연락처를 도서관리시스템을 통해 알아내서 스토킹을 한 것입니다.

 

이 일은 스토킹을 당한 여학생이 그 내용을 학교 인터넷게시판에 게재하면서 알려졌습니다. 다른 도서관에서도 이와 비슷한 피해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한 해당 도서관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어쩔 수 없이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필요로 합니다. 가령 고객이 읽고 싶은 책을 신청했을 때 도서관은 그 책의 도착 여부를 신청한 학생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또 고객들이 빌려간 책을 장기간 반납하지 않았을 때 해당 고객에게 연락해서 반납요청을 해야 합니다. 이럴 때 고객들의 이메일, 전화번호가 필요하게 됩니다.

 

즉 도서관이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것은 효율적인 도서관서비스를 위해서입니다. 사정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서관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해야 합니다. 관리 소홀이나 의도적인 유출로 인해 고객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 개인정보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보통 개인정보라 하면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주소 등을 말합니다. 저는 여기에다 도서관 '대출내역'도 추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에서 무슨 책을 빌려 봤는지가 뭐가 중요하지?'라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서관 사서 입장에서 보면 이 역시 중요한 개인정보입니다.

 

사실 도서관이라는 곳은 목적이 어떻든 간에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기관입니다. 자연 고객이 대출해가는 책을 보면 해당 고객이 요즘 무엇을 고민하고 있고, 성향이 어떤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도서관 대출내역은 한 개인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범주 안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가령 미국에는 '애국법'이라는 법이 있습니다. 이 법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내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국가보안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애국법' 제215조에 따르면 도서관에서 누가 어떤 책을 빌려 갔는지를 CIA(미국중앙정보국)나 FBI(미국연방수사국) 등 정보기관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설명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최근 3개월 동안 미국내 도서관에서 '오사마 빈라덴'에 관한 책을 누가 빌려갔는지 정보기관에서 다 알아 볼 수도 있습니다. 또 평소 정보기관이 감시하고 있는 위험인물이 요즘은 어떤 책을 보는지 혹시 '테러'와 관련된 책을 빌려가지 않았는지도 알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런 대출내역들을 이용하여 미국 내 벌어질지도 모르는 위험사항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이 나오는 영화도 있습니다. 1995년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스릴러 명작 <세븐>에는 '단테'의 <신곡>과 '초서'의 <캔터베리 서사시>를 근거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주인공 형사(모건 프리먼 분)는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단테'와 '초서'의 책을 빌려간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는데 이는 범인을 잡는 결정적 단서가 됩니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 도서관 대출내역은 테러나 범죄를 예방하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가기관이 사회구성원을 감시하기 위한 정보로 사용한다는 비판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정보기관이 대출내역을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책은 도서관 고객들이 보기를 꺼려하는 일종의 자기검열 현상도 나타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일 우리나라도 정보기관이 도서관 대출기록을 볼 수 있고, 또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대중선동에 관한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해 갔다고 가정을 한다면 과연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까요?

 

결국 정리해보면 도서관에서 개인정보는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부도덕한 개인 혹은 국가기관에 의해 악용될 소지도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일이 양지와 음지가 있듯이 도서관에서 개인정보 역시 그런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도서관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얼마만큼 소중하게 여기고 관리하느냐 일 것입니다.

 

이 개인정보 문제는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그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또한 모든 산업이 정보화로 귀결되는 사회구조에서 개인정보는 마케팅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이기에 개인정보를 합법, 불법적으로 확보하려는 이들은 점차 늘어날 것이며 그에 따라 개인정보유출 피해도 점차 많아지고 심각해질 것입니다.

 

도서관 사서입장에서 보면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심각성이 높아지는 만큼 도서관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이고, 또한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비용지출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지금의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도서관이 고객들의 개인정보 보유를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도서관서비스 효율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정보#도서관#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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