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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저녁 에너지의 날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열릴 '통기타 합주 이벤트'의 시민참여 요청을 위한 퍼포먼스가 14일 오전 11시 30분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있었다. 통기타를 연주하며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을 호소하고 있는 에너지시민연대 회원들
 오는 20일 저녁 에너지의 날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열릴 '통기타 합주 이벤트'의 시민참여 요청을 위한 퍼포먼스가 14일 오전 11시 30분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있었다. 통기타를 연주하며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을 호소하고 있는 에너지시민연대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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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의 낭만을 상징하는 '통기타'가 에너지 절약 운동의 전면에 나선다. 통기타와 에너지 절약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어? 라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둘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화려한 조명, 전기기타 등의 문명적 환경 속에, 통기타는 '코드를 뽑자'는 언플러그드 운동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전자음향이 아닌 자연적 소리를 즐길 수 있는 통기타는 에너지 위기를 말하는 요즘, 에너지 절약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관련 시민운동 단체들이 통기타를 낭비적 문명과 성장 위주 산업화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상징화하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위기감 고조,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파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 등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에 경종을 울린다는 의미에서 통기타는 그 상징의 하나다.

에너지 위기의 시대, 통기타가 상징하는 것

제5회 에너지의날 행사가 오는 20일 저녁 서울시청 앞 펼쳐진다.
▲ 불을 끄고 별을 켜다 제5회 에너지의날 행사가 오는 20일 저녁 서울시청 앞 펼쳐진다.
ⓒ 에너지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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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에너지의 날을 맞아 통기타 향연이 준비되고 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예정된  '불을 끄고 별을 켜다'가 그것이다. 제5회 에너지의 날을 맞아 에너지시민연대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에너지 문제에 대한 경각심 고취와 에너지 절약 운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7%에 이르는 현실에서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고 이를 시민운동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가수 한대수씨가 이끌 통기타 합주는 그래서 준비한 이벤트다.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합주곡으로 선정된 노래 '행복의 나라로'를 통기타로 함께 치며 자연과 어우러지는 소리 속에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겠다는 것.

따라서 이날만큼은 거침없이 코드를 뽑을 것을 요구한다. 전자 기타에서 벗어나 통기타의 선율로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을 느껴보자는 취지다.

특히 이번 행사는 이벤트답게 2020명의 기타 합주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0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 줄이자는 목표를 의미한다.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기네스북 기록에도 도전한다.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세운 동시 합주 기록 1876명을 깨 보겠다는 것이다. 기네스북 기록 도전은 지난해 행사 때도 시도했으나 903명만이 참가해 세계기록 경신에는 실패했다. 대신 한국기록으로만 인정받았다. 기네스북 도전은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환경과 에너지 절약의 첨병으로 나서는 '통기타'에는 한편으로 또 다른 의미도 담겨있다. 저항의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반전 히피 문화의 중심에 통기타가 있었다면, 우리나라도 민주화 운동의 험난한 여정 속에도 통기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민주화 운동의 과정, 잔디밭에서 또는 광장에서 기타 소리에 맞춰 목 놓아 부르던 '아침이슬'이나 '광야에서'. 그리고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치 떨리는 노여움'으로 부르던 '타는 목마름으로'의 기억은 통기타 추억을 아련하게 간직하고 있는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향수다.

이번 행사에 참가 의사를 밝힌 생태운동가 황대권(<야생초 편지>저자)씨는 "백발 수염을 달고 통기타 치는 게 좀 우습게 보일는지 모르겠으나 노래 '행복의 나라로'는 내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의미 있는 노래"라며, 통기타 합주에 참여해 옛 추억을 떠올려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대수씨의 노래 '행복의 나라로'는 1974년 발표됐으며 한국 포크 록의 새 장을 연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친숙한 노랫말과 자연친화적 삶에 대한 의미가 깊게 포함돼 있어 합주곡으로 선정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에너지의 날 행사 때의 모습. 이때도 기네스 북 기록에 도전했으나 903명이 모여 한국기록만 인증받았다.
▲ 통기타 합주 2007년 에너지의 날 행사 때의 모습. 이때도 기네스 북 기록에 도전했으나 903명이 모여 한국기록만 인증받았다.
ⓒ 에너지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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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 원자력보단 신·재생에너지 확충해야

자신을 386세대라고 강조한 에너지시민연대 이기명 사무처장은 "통기타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나름 의미 있는 역할을 했고,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도구와 같은 것이었다"면서, "저항과 민주주의의 상징인 통기타가 이번 행사를 통해 지구 온실 가스 감축과 에너지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처장은 에너지의 날 행사와 관련해 "에너지의 날의 궁극적 목적은 절약과 재생가능 에너지 확충"이라고 말하고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한 관건"이라면서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자력보다는 신·재생 에너지를 확충하고 수요관리 위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의 날은 2003년 8월 22일 전력수요치가 사상 최고를 기록해 대한민국 개국 이후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날로 기록된 것이 계기가 돼 이듬해 생겨났다. 에너지 시민운동 단체들은 2004년부터 해마다 8월 22일을 전후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소등 행사 등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올해는 8월 20일 저녁 서울시청 광장에서 본행사가 열린다. 

"작년에 낳은 아이에게 좋은 환경 물려주자 생각"
[인터뷰] 노래 '행복의 나라로'의 가수 한대수씨


오는 20일 제5회 에너지의날 행사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통기타 합주 이벤트를 통해 기네스북 기록에 도전한다. 신촌의 한 노천카페에서 통기타 합주의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는 한대수씨
▲ 가수 한대수 오는 20일 제5회 에너지의날 행사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통기타 합주 이벤트를 통해 기네스북 기록에 도전한다. 신촌의 한 노천카페에서 통기타 합주의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는 한대수씨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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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 동시 합주 이벤트의 중심에는 한국 포크의 전설 한대수씨가 있다.

한대수씨는 이번 행사의 의미에 대해 "심각한 환경 파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에너지의 중요성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면서 "지금은 기름 갖고 싸우지만 조만간 물 갖고 싸우는 일이 도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은 중요하다"고 강조한 한대수씨는 지난해 낳은 아들을 언급하면서 "아이를 바라보면서 좋은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연을 준비하고 하는 일이 힘들지만 꼭 해야 할 것은 한다"고 말하고 "나라와 미래 세대를 위해 작은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가수 한대수씨를 지난 8일 신촌에서 만나 이번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통기타 집단 연주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에너지 단체에서 제안을 해 왔다. 지난해 첫 시도를 했는데 시도 자체가 아름다웠다. 그리고 요즘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 재미가 없지 않나? 분쟁과 투쟁이 중심이 되는 것 같고, 국가적으로도 숭례문이 타는 가슴 아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즐겁게 모여 보자라는 생각을 해 봤다. 갈등 관계를 넘어 누구나 함께 모여 즐겁게 노래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다른 공연 활동을 많이 안하시는데, 이 문제에 나서게 된 이유가 있다면?
"2년 전부터 공연을 안 하고 있다. 나이가 있다 보니 성대도 약해지는 것 같고, 환갑이 지나면서 체력적인 문제도 따른다. 에너지 문제는 관심이 많았다. 아름다운 지구를 해치는 것 같다. 지난해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를 보면서 좋은 환경 물려줘야지, 생각을 한다. 지금은 기름 갖고 싸우지만 환경이 악화되면 곧 물 갖고 싸울 일이 벌어질 것이다. 요즘은 공연을 잘 안하는데 이번에는 맘속깊이 새겨두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울림이 있는 모습이 됐으면 한다."

-에너지나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경험이라도 있는지?
"내 연고가 부산이다. 작년에 부산에 갔더니 친구가 식사 대접한다면서 횟집으로 갔는데, 바다가 오염돼서인지 냄새가 많이 났다. 회를 먹는데 도무지 먹을 수가 없었다. 자연이 파괴당한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기네스북 신기록에도 도전하고 있는데, 그것 말고 또 다른 의미도 있는지?
"생각과 의식을 넘어서 통기타를 매개로 즐겁게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간혹 생각과 의견이 틀리다고 좌익 빨갱이 운운하며 이 나라에서 떠나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우리나라가 어떤 한 부류의 나라는 아니지 않나? 모두가 다 우리나라 사람이고 한민족이다. 각자 사상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사상을 가졌건 애국심은 같잖은가? 통기타는 이들 모두를 아우르면서 통일을 이루는 아름다운 선율이 될 수 있다."

-작년에는 기네스 기록에 도전해서 실패했는데 재도전하게 된 이유는?
"제의가 나오니까 하는 것이지만 나 또한 노력파다. 권투를 할 때 KO패를 당했는데 다시 한번 일어난 셈이다. 기록을 깼으면 좋겠다. 참가하는 사람들이 부피가 큰 통기타를 들고 출근해야 하니까 나름 희생의식도 필요하다. 지난해 기록달성을 못했지만 노력 자체가 좋았고 영광스러웠다. 함께 기타 치는 소리가 파도소리처럼 들렸다."

-통기타가 단순하지만 상징적으로 갖는 의미가 여러 가지 되는 것 같다.
"통기타는 60년대 대중문화의 양심이었다. 한편으로 이번 행사는 막힌 광장을 여는 의미도 있다. 많은 분들이 함께해 별이 보이는 아름다운 밤을 즐기면서 통기타 선율을 맞췄으면 좋겠다."

-합주곡으로 <행복의 나라로>를 선택했는데, 직접 한 것인가?
"노래는 에너지 단체에서 선정했다.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노랫말이 좋고 선율이 가볍다. 치기도 쉽다. 광야는 넓고 하늘은 푸르듯 모든 것을 뛰어 넘어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적인 측면에서 함께 노래했으면 한다."

-평소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았나?
"외국뉴스를 자주 보면서 여러 나라 시민단체들의 활동 모습들을 파악하고 있다. 시민운동도 사안에 따라 입장 차이가 많은 것 같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에너지 관련 운동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자원도 부족한 나라가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0위다. 집에도 보면 냉장고도 김치냉장고가 보편화되면서 2개씩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지하철도 어떤 때는 너무 춥게 느껴진다. 에너지 낭비에 대한 고민과 절약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제5회 에너지의 날 누리집 http://www.energyday.org



태그:#통기타, #에너지시민연대, #한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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