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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한민국, 저들의 공화국 | 지승호 인터뷰 | 시대의창 | 344쪽 | 1만4500원

 

아마 '인터뷰어'라는 직업을 내세워 그 한 길로 계속 인터뷰집을 펴내고 있는 작가는 이 책의 저자 지승호가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유일하지 않나 싶다. 그는 그동안 유시민을 만나 한국정치의 현실을 따지고, 장하준을 만나 한국경제의 미래를 그리고, 또 신해철을 만나 한국대중문화에 관한 '독설'을 받아냈다.

 

그가 이번에 마주한 인물들은 삼성왕국의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를 비롯해 생태문화학자 홍성태와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생태마을 이장인 경영학자 강수돌, 아나키스트 음악가 조약골 등. 그들에게 대운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삼성공화국과 한국경제의 부패구조 등에 대해 묻고 그 대답을 꼼꼼히 풀었다. 애초 <인물과 사상>에 게재한 인터뷰 가운데 빠진 내용까지 다 살려 실었는데, 그게 더 친절한 작업인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다.  

 

일본의 재구성 - 현대 일본이 부끄러워하는 진짜 일본 | 패트릭 스미스 지음 | 노시내 옮김 | 마티 | 2만6000원

 

심심찮게 불거져나오는 '독도'와 '야스쿠니 신사' 문제가 아니더라도 일본은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이웃'일 수밖에 없다. 잊을 수 없는 역사적 맥락에서 일본에 대한 인식에 감정이 개입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좀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도쿄 지국장을 지냈고 20여년 간 아시아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약해온 저자가 자신의 취재를 바탕으로 서양, 특히 미국이 일본에 덧씌우고 강제해온 고정관념을 깨고 일본의 본 모습을 밝히기 위해 작정하고 쓴 책이다. 다만 전후 산물인 일본의 '평화헌법' 역시 일본인 스스로 다시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목에 이를 때, 일본의 재무장화를 우려하는 우리로선, 그의 시선 역시 또 다른 서양인의 그것임을 깨닫게 된다.

 

매혹과 열광 - 어느 인문학자의 스포츠 예찬 | 한스 U. 굼브레히트 | 한창호 옮김 | 돌베개 | 296쪽 | 1만4000원

 

베이징올림픽의 성화가 드디어 타올랐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땀방울이 빚어내는 드라마에 열광하면서도 한편으론 과연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중동원 기제로서의 스포츠' '스포츠 민족주의' 또는 '스포츠의 상업화' 등에 관한 사전 학습이 자신도 모르게 흥분해 소리치다가 주위를 둘러보게 만드는 것이다.

 

그때 이 책은 그런 '찜찜한 기분'을 털어내고 스포츠가 창조하는 몸짓과 욕망과 고통의 미학에 좀더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면죄부'가 될 수 있다. 고금과 종목을 넘나들며 스포츠가 갖고 있는 매혹의 비밀을 밝힐 뿐만 아니라 스포츠사의 이면에 대해 들려주기도 하는데, 예컨대 올림픽의 꽃으로 여겨지는 성화 봉송과 마라톤 경기는 실제론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히틀러가 고안해낸 구경거리였다고 한다. 원제는 'In Praise of Athletic Beauty'.

 

커튼 - 소설을 둘러싼 일곱 가지 이야기 | 밀란 쿤데라 지음 |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36쪽 | 1만3000원

 

카프카 이후 최고의 체코 출신 작가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밀란 쿤데라에 따르면 소설의 역사는 존재에 대한 세 가지 질문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개인의 정체성은, 진실은, 그리고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책 또한 그 세 질문에서 시작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위대한 소설에서 그 대답을 찾고 있다.

 

저자는 훌륭한 소설 작품은 우리를 현혹하는 '커튼'을 찢어버리고 그 뒤에 숨은 삶의 진실한 모습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반면 "일부러 진부하고 판에 박힌 책을 만들어내는 평범한 소설가는 경멸당해 마땅한 존재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비롯해 카프카, 플로베르, 프루스트, 오에겐자부로 등 당대 최고의 작가와 작품을 불러내 소설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햄릿 |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13쪽 | 1만원

 

셰익스피어의 <햄릿> 번역본이 '또' 나왔다. 아침이슬에서 5차에 걸쳐 출간하는 셰익스피어 전집의 1차 분으로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등 4대 비극, 그리고 만년작 <폭풍우>와 함께 출간됐다. <햄릿>은 이미 여러 번역본이 나와있으니 새삼스런 일도 아닌데, 이번 전집의 번역자 이름에 특히 눈길이 간다. 전방위 창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김정환 시인이 바로 그다. 

 

<햄릿>이 무대 공연을 위한 '실전' 희곡이자 시적 언어의 향연임을 생각할 때 출판사의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셰익스피어 당대의 언어와 사회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윤문을 피했다는 시인은 또한 "근대를 둘러싼 중세풍 '이전'과 현대풍 '이후'가, 일상성과 비극적 숭고, 그리고 희극성이, 교묘하게 살을 섞는 맛"을 살리려고 했다고 한다. 덧붙이자면, 아무리 글로써 밥을 먹고 사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시인의 장르를 불문한 왕성한 생산력은 정말 연구대상이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 김용택 시 | 이혜란 그림 | 창비 | 95쪽 | 8500원

 

올해로 환갑을 맞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뒤에는 커다란 산이 있고 아래로 작은 강이 흐르는' 마을에서 태어나 '아주 작은 산골학교'를 나오고 또 그곳에서 40년 동안 선생님으로서 친구로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놀고 울고 웃으며 시를 써왔다. 그리고 이달 정든 학교를 떠난다. 그동안 꽃, 풀, 새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해온 이야기를 담은 이 동시집은 시인이 교사생활을 마무리하며 퇴직사 대신 아이들에게 남기는 선물이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지내며 자연을 품은 마음"을 쓰고 싶었다는 그의 시는, 그러나 그저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노래하는 한가로운, 그런 시가 아니다. 거기에는 오늘 우리 농촌마을의 현실이 있고, 그곳에서 삶을 살아내야 하는 아이들의 웃음과 눈물이 배어 있다. 짧은 시 한 편을 옮겨 적는다. "엄마 없이 밥 먹어요. / 엄마 없이 옷 입어요. / 엄마 없는 집에 가요. / 엄마 없는 잠을 자요."(시 '엄마' 전문)

 

오백년 동안의 표류 | 김갑수 지음 | 어문학사 | 344쪽 | 1만원

 

5백년 전 제주에 있던 조선의 경차관 최부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전라도로 가기 위해 급히 배를 띄운다. 그러나 배는 표류하고, 그와 일행 22명은 속절없이 중국으로 떠밀려갔다가 조선으로 되돌아온다. 그는 그 경로와 과정을 기록해 <표해록>을 남겼다.

 

이 소설은 <표해록>을 바탕으로 최부의 시점과 그의 흔적을 좇는 현재 인물의 시점을 교차하며, 망망대해 위에서 죽음과 마주해야 했던 사람들의 공포와 상념과 의지, 그리고 애틋한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현재 <오마이뉴스>에 역사대하소설 '제국과 인간'을 연재하면서 또한 틈틈이 한국사회와 정치의 환부를 날카롭게 도려내 밝혀 보이는 시평을 써내고 있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 김용택 동시집

김용택 동시집, 이혜란 그림, 창비(2008)


태그:#이주의 새책, #김용택, #햄릿, #밀란 쿤데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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