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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3시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집행부 전원 삭발식을 한 KBS 노동조합은 곧바로 청와대 근처로 이동해 '공권력 투입 규탄 및 낙하산 사장 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박승규 위원장은 "공권력에 맞서 싸우는 게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인 중립과 공정한 방송이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면서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그리고 KBS 이사회를 향해선 "경찰을 동원하여 해임건의안을 가결시킨 걸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박 위장은 "정치독립적인 사장을 선출하기 위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접근해서 반드시 낙하산 사장이 오지 않도록 투쟁하고, 권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국민의 방송으로서 다시 태어나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강동구 부위원장은 "오늘은 공영방송으로서 비극적이고 치욕적인 날이다. 공권력으로부터 철저하게 공영방송이 짓밟히는 모습을 보면서 착찹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게 경고한다면서 "언론의 재갈을 물리고, 낙하산 사장을 임명하게 된다면, KBS 5000 조합원은 똘똘 뭉쳐 맞서 싸워 나갈 것이다. 또한 시민들도 공영방송 KBS를 그냥 바라보고 있지 않고 같이 싸워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봉호 사무처장은 "오늘은 KBS 역사의 오점을 남긴 날이다. 이 날을 잊지 않겠다. 낙하산 사장 저지에 온 힘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하였다.

 

최규식 중앙위원은 "낙하산 사장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정치중립을 지키지 못할 것이고, 국민들은 'KBS는 왜 저런가'하는 똑같은 고민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우리가 여기 선 것은 그 역사를 종지부 찍기 위해서다"라면서 많은 성원을 보내줄 것을 부탁하였다.

 

KBS 노조는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해서 8월 14일부터 20일까지 총파업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박승규 위원장은 이에 대해 "낙하산 사장이 온다면 총파업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부는 바로 KBS로 돌아가 회의를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더 세밀하게 논의할 계획이다.

 

아래는 오늘 KBS 노조가 발표한 성명 전문

 

KBS 독립 훼손, 이명박 정권 심판하자!

 

2008년 8월 8일, 오늘은 KBS 역사에 치욕스런 날이다. 이명박 정권이 사복 경찰 수백 명을 백주 대낮에 KBS 심장부에 무차별 난입시켜 방송 독립을 짓밟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노동조합은 민주광장 입구에서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몸을 던졌지만, 정권은 폭압적으로 이를 진압했다. 민주광장에 경찰력이 투입된 것은 독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90년 4월 투쟁 이후 KBS에 처음 있는 치욕스런 일이다.

 

이런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만행에 KBS이사회는 충견 역할을 자임했다. 방송의 정치 독립을 선봉에 서서 지켜야 할 이사회가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에 들러리를 서고 만 것이다. ‘KBS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던 유재천 이사장의 서면 약속은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과거 이사회는 참여정부의 낙하산 사장 정연주를 막지 못했고, 현재 이사회는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를 저지하지 못했다. 구 정권이 임명한 사장들이 쫓겨나는 모양새만 달랐을 뿐, 역대 이사회는 번번이 정권의 방송 장악에 시녀 역할을 담당했다.

 

그 만큼 방송 독립의 길은 멀고도 요원하다. 시대가 민주화되었다고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권이 은전으로, 혹은 외부 세력이 선물로, 방송 독립을 거저 주지도 않는다. 방송 독립은 오로지 우리 KBS인들의 단결 투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을 뿐이다.

 

이제 방송 독립을 사수하기 위해 우리 앞에 남은 일은 하나뿐이다. 이명박 정권 방송 장악 음모의 결정판, KBS 낙하산 사장을 막는 일이다. 노동조합은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사장 임명을 결사 반대한다. 

 

노동조합은 KBS 정치 독립을 위해,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해 총파업 투쟁으로 맞설 것임을 선언한다. 이명박 정권이 낙하산 사장 임명을 강행하려 한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다.

 

이사회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방송 독립의 역사에 더 이상의 오점을 남기지 말라. KBS에 경찰력을 불러들이는 정권의 시녀 역할을 수행하고,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사장을 막을 의지도 없는 이사회는 오욕으로 점철된 이사회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라.

 

2008년 8월 8일

KBS노동조합

 

 

덧붙이는 글 | 윤서한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KBS노조, #낙하산저지, #윤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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