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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피맺힌 투쟁의 흐름 속에 고귀한 순결함을 얻은 우리 위에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환히 비추이나

찬란한 선조의 문화 속에 고요히 기다려 온 우리 민족 앞에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 김민기 시, 송창식 노래 <내 나라 내 겨레> 모두-

 

어디선가 1970년대 우리 가요계를 풍미했던 송창식 특유의 구성진 노랫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아침이었다. 어둑어둑하던 바다가 동쪽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빛을 받아 선홍빛으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 바다를 향하여 고기잡이를 나가는 어선과 동행이라도 하려는지 갈매기 몇 마리가 날아올랐다.

 

8월 1일 아침은 동해시 묵호동 어달리 바닷가에서 맞았다. 회갑을 훌쩍 넘긴 늘그막 백수들에게는 마냥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동해안을 찾은 일행들은 전날 속초에서 점심을 먹은 후 묵호까지 내려와 하룻밤을 묵은 것이다.

 

휴가철이 절정이어서 바닷가 전망 좋은 방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창문이 어슴프레 밝아오고 있었다. 창문 앞으로 다가가 바라본 바다와 맞닿은 수평선 위의 하늘엔 낮고 옅은 구름이 끼어 있었다.

 

곱고 화려한 일출을 보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보다는 구름이 적당히 끼어 있는 것이 훨씬 멋진 일출풍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챙겨 들고 바닷가로 나섰다. 바닷가엔 이미 몇 사람의 다른 여행객들도 나와 있었다.

 

곧 수평선 위에 떠있는 구름 사이로 희미한 태양 빛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하게 비치기 시작한 태양빛은 5분이 지나지 않아 구름 위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번져나갔다. 동쪽이 아닌 다른 하늘은 아직 희부연 모습이었다.

 

발밑의 바다에서는 바위에 부딪쳐 철썩이며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정겨웠다. 빨갛게 번져가는 하늘과 구름의 빛깔이 점점 더 진해지고 있었다. 카메라 셔터를 1분 간격으로 눌렀다. 떠오르는 태양과 그에 따라 변해가는 하늘과 바다의 빛깔을 담기 위해서였다.

 

"와아! 저 찬란한 태양 좀 봐."

 

가까운 곳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젊은 여성 둘이 탄성을 질렀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10여 분이 지나자 드디어 태양이 그 찬란한 얼굴을 수평선 위로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하늘은 물론 태양을 일직선으로 바라보는 바다까지 화려한 붉은 빛이 선명해졌다.

 

새벽바람이 고요해 바다물결도 잔잔했다. 그 잔잔한 물결을 붉게 물들인 풍경이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가슴 가득 벅찬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는 동쪽을 향하여 계속 나아가면 꿈에도 그리운 우리 섬 독도가 있을 것이다. 독도는 이곳 동해안보다 더 일찍 떠오른 태양 빛에 밝게 빛나고 있을 것이다.

 

"아저씨, 우리 섬 독도가 저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 방향에 있겠지요?"

 

이심전심이었을까?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며 묻는다. 그들도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독도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럴 것이라고 대답하자 그들이 돌아선다.

 

"일본은 정말 나쁜 나라야. 우리 섬 독도를 왜 자기네 섬이라고 억지를 부리는지 모르겠어. 요즘은 일본이 미워죽겠어, 그냥 가라앉아버렸으면 좋겠다니까."

 

젊은 여성들은 일본이 앞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표정까지 굳어 있었다. 수평선 위로 솟아오른 태양은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구름이 끼어 있는 하늘이 온통 붉은 빛으로 불타올랐다. 잠시 후 태양은 구름을 뚫고 다시 솟아올랐다.

 

붉은 태양이여, 힘차게 솟아올라라. 네 고운 눈빛으로 하늘과 바다를 곱게 물들여다오. 아름다운 우리 민족의 희망을 담고 솟아올라라.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그러나 우리 한민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 결코 외롭지 않은 독도를 밝게 비쳐다오. 저 탐욕스런 일본이 감히 넘겨보지 못하도록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나갈 우리의 자랑스러운 동해바다와 독도를 더욱 밝게 비쳐다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떠오르는 태양, #동해바다, #묵호, #어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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