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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장마가 지나고 맑게 개인 지난 어느날. 점심을 먹고 마을 뒤편 숲을 찾아, 계곡으로 피서를 나온 꼴불견 행락객들도 보고, 어렸을 적 가재 잡던 기억을 떠올려 사라진 가재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발길을 옮겨 철마산 줄기를 타고 나아가, '개발'이란 미명 아래 드넓은 농지와 자연을 깔아뭉개고 콘크리트 도시를 건설하는 청라지구를 둘러보고 내려왔습니다.

 

 

인천지방공무원연수원 쪽으로 산을 내려와서는 서구근린공원 벤치 그늘에서 책을 읽다가, 해가 서쪽하늘로 넘어갈 쯤에 집으로 향했습니다. 나무계단을 내려와 공원 주차장을 지나쳐 공원 바로 옆에 새로 생긴 아파트촌을 지날 때였습니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에서 갈색의 작은 물체가 매달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괜한 호기심에 가던 길을 멈추고 쭈그려 앉아 살펴보았는데, 매미 유충의 허물이었습니다.

땅 속에서 긴 잠을 자던 매미는 욕심많은 사람들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벽돌로 뒤덮은 삭막한 세상으로 힘겹게 비집고 나와 그 자리에서 허물을 벗고 날개를 펴서는 숲으로 날아간 듯 보였습니다.

 

그 애처로운 모습을 한참 보다보니, 매미 유충이 깨어난 이 자리는 원래 사람들이 터를 이루고 살던 마을이 아니라 숲과 농지였음이 떠올랐습니다. 10년 사이 작은 생명들의 보금자리마저 가차없이 빼앗아 버린 사람들이 지금은 그 자리에서 그들만의 삶터를 이루고 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암튼 살아 숨쉬는 흙을 밟아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나 흙과 분리된 생물들은 생명의 근원을 상실한 채 그렇게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매미, #흙, #숲,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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