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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방학을 맞게 되면 자연스레 아이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사춘기에 접어들지 않은 두 아이들이 휴가를 가자면서 강한 압력(?)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중학생만 된다고 해도 부모님을 따라 다니기 싫은 게 남자아이들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인 우리 집 두 아이들은 여름방학을 맞게 되면 당연히 휴가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둘째 아이는 방학을 하기도 전인 지난 7월 초순 무렵부터 휴가를 가서 낚시를 할 꿈에 한참 들떠 있었답니다. 하루는 집 냉장고의 냉동실 문을 여니 이상한 작은 종이상자가 있습니다. 이게 뭔가 하고 들여다보니 작은 종이상자에 쓰여 있는 문구가 제 웃음보를 터트리게 만듭니다.

 

'손대지 말 것. 물고기 밥'

 

그렇습니다. 낚시 바늘에 끼울 미끼를 제 나름대로 준비해서는 냉동실에 얼려 놓은 것입니다. 초보 낚시꾼인 둘째 아이가 제 나름대로 정성스레 미끼를 준비한 것입니다. 하지만 준비한 미끼를 물고기는 전혀 좋아하지는 않을 듯싶습니다. 냉동실에서 얼리고 있는 미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였으니 말입니다.

 

2박 3일 일정으로 '대이작도'로 향하다 

 

오는 8월 25일 월간 '시사법률' 창간 준비를 하다 보니 시간이 여간 빠듯한 게 아닙니다. 창간 원고 청탁을 비롯해 해야 할 일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바쁜 와중에도 밤늦게 들어오는 아빠의 입에서 '휴가 가자'는 말이 나오기만을 애오라지 희망하며 쳐다보는 둘째 아이의 눈초리가 나날이 매서워 갑니다. 눈초리를 견디다 못해 아이들 학원이 쉬는 8월 1일 부터 사흘간 휴가를 잡았답니다. 행선지는 서해 '대이작도' 입니다.

 

대이작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에 속해있고 면적은 2.57㎢인 작은섬입니다. 특히 이작도는 썰물 때면 드러나는 모래섬 '풀등'으로 유명한 곳 입니다. 2년 전 이곳을 가본 경험이 있어 이곳으로 가자고 제안을 했고 행선지를 이곳으로 정한 것이지요.

 

제가 창간을 준비하면서 신세를 지고 있는 '교통사고조사연구소'의 변동섭 소장에게도 함께 휴가를 갈 것을 제안했답니다. 변 소장은 쾌히 승낙합니다. 일주일 전이지요. 우리 가족과 변 소장네 가족 등 일행이 10명입니다.

 

온갖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는데 문제는 기상청 예보가 지난주 내내 심상치 않습니다. 주말인 금요일 오후부터 날씨가 흐려져 금요일(1일)부터 시작해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까지 사흘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입니다. 가는 날이 장날인 셈입니다. 변 소장도 날씨가 걱정인지 몇 번인가를 묻습니다.

 

"괜찮을까요?"

"뭐 어쩔 수 없지요. 비 맞으면서 낚시도 하고 조개도 캐자고요."

 

 

말은 그렇게 해도 제 마음도 그리 편치 않습니다. 어렵사리 가는 휴가인데 날씨가 며칠 뒷받침되어주면 좋은데 하필이면 휴가 기간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이니 말입니다. 뉴스에서 날씨 예보가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보지만 그리 시원치가 않습니다.

 

출발 하루 전인 지난 31일 목요일 예보에서는 주말에는 서해남부 해상에는 많은 비가 예상되니 주의하기 바란다고 하니 내심 걱정을 더해갑니다.

 

정 안 되면 비 맞으면서 놀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면서 준비를 마치고 금요일 새벽 휴가 일정에 들어갔습니다. 기상청 예보상 비가 시작된다는 1일 아침 6시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대부2호를 승선해 1시간 40분 남짓 걸려 대이작도에 도착했고 짐을 풀자마자 물때에 맞춰 '풀등'으로 향했답니다.

 

날씨가 더 없이 좋습니다. 적당한 구름이 해를 가려주는 바람에 따가운 햇살에 고통 받지 않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물놀이를 즐기니 무릉도원이 달리 없습니다. 이런 날씨만 휴가기간인 사흘 내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휴대폰으로 들어보는 기상청 예보는 여전히 주말에는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만 흘러나올 뿐입니다.

 

일정을 하루 앞당길 수밖에 없습니다. 당초 토요일 날 낚싯배를 타고 선상낚시를 하려고 했던 일정이었는데 아직 날씨가 좋으니 오전에는 풀등에서 조개 캐기 등을 즐기고 오후에는 곧 바로 배낚시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날 오후 낚싯배를 탔지만 여전히 비는 내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결국 포인트로는 한 번도 나가지 못하고 부둣가 앞 쪽 근방을 배회하면서 4시간 남짓의 낚시 시간이 흘러갔답니다.

 

아이들 포함해 6명의 낚시꾼(?)이 잡은 고기라고는 달랑 여섯 마리가 전부 입니다. 다만 낚시 막판에 제법 큰(1.3kg  남짓)광어를 잡은 것에 이날의 조과에 만족 할 수밖에요. 이날 오후 예보에서도 비가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 내린다고 하지만 않았다면 다음날인 2일 날 배낚시를 했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비가 계속 온다는 예보에... 일정을 하루 앞당기기로 결정하다

 

하룻밤을 지내지만 급하게 예약한 관계로 숙박시설이 썩 좋지 못합니다. 아내를 비롯해 변 소장네 식구들도 간밤을 그리 편하게 지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좁은 방 두 개에 9명이 있으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그래도 야영하는 것 보다는 낫다며 말을 건넸지만 오늘부터 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하니 체념을 하면서도 여간 아쉽습니다. 하필이면 휴가기간 내내 비가 오니 말입니다. 어쨌든 2일 오전까지는 날씨가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구름이 낮게 깔려있고 선선하게 알맞은 바람이 불어주니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마을 어촌계에서 개방한 마을 앞 바지락 밭에서 관광객들이 바지락 캐기에 열중합니다. 아내는 물론이고 두 아이들을 포함해 변 소장네 식구들 까지 총 동원되어 바지락 캐기에 나섰답니다. 카메라를 가지러 숙소에 갖다가 개펄에 들어가니 아내가 생뚱맞은 이야기를 건넵니다.

 

"자기야 오늘 오후 배로 나가자."

"왜? 지소에 신고한 대로 내일 오후 배로 나가야 되는데!"

 

"아니야 변 소장네에게도 얘기 했는데 어제 낚시도 하고 섬에 들어와서 할 것 다했는데 잠자리도 불편하고 비 오면 할 일이 없으니 오늘 오후에 나가기로 얘기가 다 되었어."

"알았어!"

 

많은 비가 내린다는데 제 의견만 고집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놀 것 다 놀았는데 비오고 구질구질한 가운데 방 안에만 있으면 그것도 답답할 노릇이니 그리하기로 했답니다. 아직까지 비는 내리지 않지만 날씨가 꾸물꾸물한 게 좋은 날씨는 아닙니다.

 

휴가철에는 차를 가지고 섬에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나오기도 수월치 않는 것 같습니다. 나갈 배편을 알아보니 예약이 다 꽉 차 있다는 것 입니다. 어렵사리 수소문해 차는 3시 반 배로 인천으로 나가고 사람들은 5시 15분배로 대부도 방아머리로 가기로 결정이 되었답니다.

 

드디어 온다 말만 나오던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오후 3시 20분경 입니다. 시원하게 내립니다. 차는 먼저 떠나고 섬을 떠나기 위해 대부2호선에 올라탔답니다. 풍랑이 거세 배를 선착장에 대는 게 쉽지 않은 듯합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접안을 하고 사람과 차가 배에 올랐답니다.

 

선교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툭 트인 경치가 '끝내주네!'

 

대이작도에서 대부도까지 약 1시간 40분여가 소요됩니다. 그 시간 동안 선장이 궁금해 인터뷰를 해보기로 했답니다. 과연 이 배를 운전하는 선장은 누구고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한 기자정신(?) 때문입니다.

 

선장실에 들어선 후 조심스럽게 가는 동안 인터뷰 하자며 엉덩이를 의자에 앉혔답니다. 선장은 추경일(42)씨입니다. 기자와 종씨 입니다. 추 선장은 인터뷰 요청에 선선히 응합니다.

 

그는 완도수산고를 나와 여수수산대를 거쳐 항해사 등을 거쳐 선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부해운에서 배를 몬지는 14년째라는 설명입니다.

 

- 대부 2호 선에 대해 말해 달라

"이 배는 278톤으로 정상적인 속력일 때는 17노트(백령도 운항 쾌속선은 30노트) 정도로 운행하는데 오늘은 역조 때문에 13노트 밖에 나오지를 않는다. 이 배에는 승무원은 선장인 저를 포함해 항해사, 기관장, 기관사등 4명이 책임지고 있다. 배 크기는 길이가 55m 폭은 10m다.

 

대부2호는 대부도와 승봉, 대·소 이작도 간을 하루 3번 왕복운행하고 있다. 승봉~대부의 항로는 약 32km 가량 나온다. 육지에서는 짧은 거리지만 바닷길로는 제법 먼 거리이기도 하다. 참고로 백령~인천 간은 항로가 233km다. 이 배를 12년째 몰고 있다."

 

-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재미있는 일이나 혹은 짜증나는 일은 없는가?

"휴가를 즐기는 관광객들을 위해 섬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며칠째 집에 못 들어가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으니 재미가 있다. 짜증나는 것은 배가 막 떠날려고 배를 선창에서 빼고 있는데 태워 달라고 손을 흔드는 사람이 있을 때다.

 

보시면 알겠지만 배가 큰 관계로 한 번 접안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번 배 대고 빼는데 몇 분의 시간이 소요되곤 하는데 그럴 때가 난감하다. 가고자 하는 그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고 어떻게든 다시 배를 대고는 하는데 조금 일찍 나와 준다면 바랄 게 없겠다. 비행기 타려면 당연히 30분 먼저 도착해 순서를 기다리듯 배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나오기로 예약을 했으면 그 시간을 맞춰줘야 다른 사람이 피해가 없는데 오늘 같은 경우, 낮 배에는 서로 타려고 아우성을 치다가 오후 배에서는 몇 대가 취소되는 바람에 10여대 이상의 공간이 남았다.  기상청 예보의 어려움을 알기는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 비가 온다고 하니까 관광객들의 에약 취소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기상청에서 섬 예보의 경우 좀 더 신중을 기해줬으면 좋겠다.

 

한 섬 주민은 어제 저한테 "사람들 많이 싣고 들어와"라고 말하더라. 결국 우리 배가 사람들을 싣고 들어가야 섬 경기가 있는데 이번과 같이 기상청 예보가 틀리게 되니까 관광객들 줄어들어 타격이 많다.

 

그리고 결국 들어간 숫자가 있으니 섬에서 다시 그 숫자만큼 나와야 되는데 오늘 10대가 빠진 분량만큼 내일 혼잡을 겪게 될 것이다. 집에는 사흘째 못 들어가고 있고 다섯 살 된 딸이 저번에는 '아빠 집에 놀러 오세요'라고 하더라."

 

- 관광객들에게 바라는 희망사항, 그리고 하실 말씀이 있는가.

"차를 가지고 섬에 들어와서 나가게 되면 꼭 하부 세차 등을 꼼꼼하게 해줘야 한다. 그리고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안전을 위해 다소 불편하더라도 승무원들의 지시를 잘 따라줬으면 한다. 바다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승무원들의 지시를 따라 주지 않아 위험을 자초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안전은 승무원들이 지켜주는 게 아니라 자신부터 지켜야만 할 것이다. 기왕에 나선 휴가가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길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승객들 스스로 먼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감사하다." 

 

하루 앞당겨 끝난 1박 2일 일정의...'2008년 여름휴가'

 

배는 서서히 야경으로 물든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기상청 예보 처럼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강수 확률 90%.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하루를 앞당겨 일정을 진행했지만 막상 육지에 발을 내딛으니 그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아무래도 섬으로 들어가게 되면 나오는 게 걱정이 되니 말입니다.

 

기상청 관계자님들 다른 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나 여름 휴가철 그때만이라도 정확한 예보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기상이변으로 가뜩이나 맞추기 힘든 날씨가 되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6주 연속 주말 예보가 틀렸으니 도대체 이게 뭡니까!

 

오늘(3일) 기사 작성한다고 컴퓨터 들여다보고 있는 저에게 포털 메인 뉴스로 떠 있는 '6주연속 주말예보 빗나가' 기사를 보면서 아내가 한 마디 툭 던집니다. 

 

"기상청 욕 먹을 만하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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