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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장시기 동국대 교수가 '촛불'과 이번 선거 과정을 돌아보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주>

"미친 소, 미친 교육"을 부르짖으며 촛불소녀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곳은 모두 주경복 후보 지지자들이니 다른 지역 곳곳에 가서 선거운동 하라"고 등을 두드려주는 촛불시민들, 자발적으로 주 후보의 메이크업을 해주겠다고 연락한 인터넷 메이크업 동호인모임 등 수많은 인터넷단체의 지지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만이라도 반드시 미친 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의 회원들이 "촛불문화제의 시민들에게 최소한 하나의 희망만이라도 주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그동안 올곧게 교육운동과 학술운동에 헌신한 주경복 교수를 교육감 후보에 추대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학부모회, 교육개혁시민연대 등 교육 관련 시민단체 등과 함께 서울시 최초의 직선제 교육감 선거에 참여한 것은 예비후보 등록일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지난 5월말이었다.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300여 명의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10만원, 100만원, 혹은 200만원씩 모금을 하여 교육감 후보 선거운동기금을 마련하고 교육운동과 연관된 단체들의 교사들과 학부모 그리고 시민들도 각각 선거운동기금을 모금하여 서대문에 주경복 후보 선거운동본부 사무실을 마련한 것은 6월 중순경이었다.

 

그리고 내가 학기말시험과 채점 그리고 신규교수 채용 등 학교 업무를 마치고 장임원 교수와 함께 본격적으로 교육감 선거에 참여한 것은 6월말이었다.

 

서울에서만이라도 "미친 교육"을 꼭 막고 싶었습니다

 

주경복 후보 선거운동본부는 수많은 시민단체의 대표들과 이명박 정부의 미친 교육 정책을 심판하겠다며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의 연합군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정치적으로 수없이 많은 정파들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그리고 민주당 출신 중 진보적인 인사들의 연합이었다. 그리고 1%의 부자들만을 위한 영어 식민화 교육에서 벗어나 한글 교육을 토대로 한 영어 교육, 경쟁이 아닌 협동의 공교육,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인 미래인 양성을 위한 교육, 차이를 인정하는 교육정책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연합이었다.

 

장임원 선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주경복 후보 선거운동본부의 정책·홍보·기획전략·조직·대외협력·수행·유세, 그리고 언론 대변인실 등의 부서에서 일한 모든 선거구성원은 때때로 견해 차이로 논쟁을 하기도 하고 언성을 높이면서 싸우기도 했다.

 

그러나 "미친 소, 미친 교육"을 부르짖으며 촛불문화제의 희망을 만든 것은 패배 의식과 정파 중심주의에 빠져있는 기존의 운동 정파나 정당들이 아니라 중고등학교의 촛불 소년 소녀들과 이름 없는 시민들이고, 그들이 썩은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 우리는 모두 동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육감 선거에서 졌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문화일보>의 케케묵은 반공주의 색깔론이나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단체들의 전교조 공격 등 때문에 진 것이 아니다.

 

우리 선거운동원들이 묵묵히 일하는 서울시민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서 교육 문제의 중요성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

 

그래서 촛불을 든 소년 소녀들과 시민들에게 너무나도 죄송해서 눈물만 흐르고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머리를 들 수가 없다. "서울의 교육과 광우병 소 급식 때문에 중고등학생들이 촛불을 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촛불 시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해서 정말로 죄송하다.

 

촛불아! 미안하다. 그리고 온갖 색깔론과 논문 시비 등등으로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입이 부르트도록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마지막 날까지 "0교시 폐지, 우열반 폐지, 영어몰입교육 폐지"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유세를 한 주경복 교수와, 장맛비를 고스란히 맞거나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땀을 주룩주룩 흘리며 선거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며 유세를 한 유세단 도우미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그러나 촛불아! 우리는 한 가지 약속한다. 주경복 교수와 우리 선대본부 사람들은 미친 교육을 심판하는 시민들과 함께 계속 촛불을 들 것이라고.


태그:#교육감선거, #촛불, #주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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