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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새벽, 폭우를 뚫고 서울에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4살 남자아이(생후 38개월) 상이었습니다. 잘 알고 지내는 사돈집 아들이었습니다. 매형 남동생의 아들, 즉 누나 시동생의 4살 난 아들이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저도 그 사돈도 미혼이던 8년 전, 제가 누나집에서 2년 동안 살았는데 그때 사돈도 그 집에 있었지요. 2년 동안 같이 살았습니다. 술도 한잔 하고 취해 인생도 이야기하면서 2년동안 정 쌓고 같이 살았습니다. '관계 없는' 사돈 지간은 아닌 셈이죠.

 

그렇게 알고 지낸 사돈의 4살 난 둘째 아들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창가 침대에 올라가 창문쪽에서 놀다가 방충망과 함께 3층에서 떨어졌습니다. 운이 없었습니다. 10층에서 떨어져도 나무에 걸려 골절상만 입은 사례도 들었지만 그 아이는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이틀 동안 뇌사 상태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가 25일 새벽 그만 떠나고 말았습니다.

 

뇌사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얼마나 안 좋던지, 그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새롬이도 4살(36개월)입니다. 떠난 그 아이와 불과 2개월 차이입니다. 이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마 그 심정 잘 알겁니다.

 

문상을 가보니 아이 아빠는 하루 종일 울다 지쳐 영정 앞에서 쓰러져 자고 있었습니다. 6년째 술 끊고 입에 댄 적도 없는 매형도 6년 만에 처음으로 소주를 잔뜩 마시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살아오면서 힘든 일, 술 마시고 싶은 일이 많았을텐데, 그때마다 꾹 참았는데 조카의 죽음앞에서는 결코 참지 못했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4살 아이 영정 사진. 집안 벽에 걸려 있어야 할 예쁜 사진이 왜 국화 속에 다소곳이 놓여 있어야 하는지, 영정과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만 먹먹해질 뿐이었습니다. 세상이 무엇인지, 가족이 무엇인지, 사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맛있는게 어떤 것인지 한참 알아갈 쯤인 4살 그 아이. 그렇게 꺼져 버렸습니다.

 

여우짓, 예쁜짓 잘하고 사회성, 사교성 등이 매우 뛰어나며 여러 면에서 아주 특별한 게 많았다던 그 아이. 사고 며칠 전부터 엄마에게 많이 안겨 붙었다는 그 아이. 누나의 그 말을 들으면서 안타까움은 더욱더 커져만 갔습니다.

 

돌아오는 동안 호우가 내렸습니다. 26일 오전에 상이 나가는데 하늘도 이를 알고 눈물을 보내는 것일까요?

 

집으로 돌아와 모기장 안에서 잠자고 있는 4살 우리 새롬이 얼굴을 손으로 보듬어 보았습니다. 자꾸 그 아이의 영정 사진이 오버랩 되면서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제 마음도 이런데 엄마 아빠 속은 어떨까.

 

우리 새롬이는 집안에서도 엄마 졸졸 따라 다녀 귀찮게 한다고 아내가 늘 힘들다고 말하는데 이번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졸졸 따라 다니는게 오히려 더 고맙다고 하더군요.

 

떠난 사람은 이미 떠났고, 산 사람은 영원한 이별의 아픔을 가슴에 간직한 채 가슴속에 자식을 묻고 평생을 살아야합니다. 안타까워도, 후회해도, 아무리 울어도 이제는 소용이 없습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하는 수밖에요.

 

어린 아이 키우는 분들 계시다면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저도 네 살과 120일 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만, 간혹 아찔한 경우가 많습니다.

 

영유아 사고, 부모의 관심과 아이 위험 인지 교육 필요

 

아이가 머리에 땀 빠지라고 수건 같은 걸 머리에 깔아주는데 손으로 하느작거리다가 그 수건을 제 얼굴에 갖다대고 헐떡거리거나, 저 혼자 뒤집어서 바닥에 코 박고 힘들어하는 광경을 종종 봅니다. 처음에는 고개를 바짝 들고 있지만 힘 빠지면서 고개를 수그려 박게 됩니다. 뒤집기 시작할 때 침대 같은 푹신한 곳에 아기를 절대 혼자 두어서는 안 됩니다. 요람사, 즉 영아급성사망증후군의 원인을 최대한 줄여나가야 하는 것이죠.

 

큰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3~4살 쯤 되면 아이들이 엄청 까불며 놉니다. 특히 이 시기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작정 앞으로 달려 나가거나 높은 곳에 오르는걸 좋아합니다. 우리 새롬이도 외출하면 이 더운 날에도 무조건 앞으로 뛰어 달음박질 합니다. 그거 쫒아다니느라 엄마 아빠도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그리고 베란다 바깥 쪽에 선반 등을 이용해 아이 장난감, 신발, 옷, 양발 등을 놓아두거나 아이 빨래 같은 것을 너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물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위험을 분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너살 정도 되면 말귀를 어느 정도 알아듣기 때문에 사고 위험성을 반복해서 이야기해주면 위험한 짓은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새롬이의 경우 겁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건 위험해서 안돼"라고 주의를 주면 두 번 다시 그 위험한 일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아이의 성격과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요. 다만 부모가 일일이 통제할 수 없는 나이인만큼 주의를 상기시켜 아이 스스로 위험 인식을 하게 하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사고는 정말 눈 깜빡할 사이 일어납니다. 눈을 떼고 있는 10초 사이, 아니 5초 안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아파트 추락사고가 뉴스에서도 종종 나옵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닐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영유아·어린이 안전사고, 다시 한번 챙기고 주의를 줘, 어린 자녀를 가슴에 묻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4살 나이에 하늘 나라로 간 고 이유준 군의 명복을 빕니다.

덧붙이는 글 | 티스토리 블로그에 있습니다


태그:#안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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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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