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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맛비가 실망스런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전국에 여름 장맛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빗방울이 잠시 여름 더위를 잊게 해주긴 하지만 사실 갑작스런 비가 썩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연인, 혹은 가족, 친구와의 달콤한 피서를 계획했던 사람들의 꿈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죠. 비오는 여름날, 피서를 감행하기에는 많은 불편과 위험이 따르기에 계획을 취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그 장맛비 때문에 피서 계획이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서를 못간다고 실망에 빠진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슬픔(?)을 감당하지 못해 집에만 틀어박혀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대책없이 축 늘어져 있어서야 되겠나요? 제가 비 내리는 여름 날에 딱 어울리는 장소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산이냐고요? 혹 바다냐고요? 아닙니다. 추천할 그곳은 누구나 이름 한 번 들으면 알 수 있는 곳이에요. 장맛비 때문에 휴가를 못가도, 피서를 안가도 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그곳, 바로 서울의 덕수궁 돌담길(지하철 1·2호선 시청역 2번 출구)입니다. 이 말에 "에이~ 뭐야?"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분들께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비 내리는 돌담길을 사랑하는 사람과 걸어본 적 있나요?
 비 내리는 돌담길을 사랑하는 사람과 걸어본 적 있나요?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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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돌담길을 걸어본 적 있나요?"

추천합니다.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돌담길을 걸어보세요. 행복이 밀려오는 소리를 들으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 내리는 돌담길. 연인과 함께 한다면 그 사랑이 더 애틋해질 것이고, 가족과 함께 한다며 그 마음이 더 소중해질 것이며, 친구와 함께 한다면 그 우정이 더 깊어질 테니까요.  

24일 필자는 우연히 덕수궁 돌담길에 들렀다가 빗속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만남은 제게 비 내리는 돌담길이 간직한 특별한 매력을 알게 해 주었지요. 그 특별한 '돌담길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장맛비 속 여름, 비오는 날의 덕수궁 돌담길은 아름답다

사실 제가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 가게 된 것은 계획된 일이 아니었어요. 24일 아는 사람과 약속이 있어서 광화문 근방에 들렀다가 그만 그 특별한 일이 시작되어 버렸죠. 분홍색 우비와 빨강색 우비를 입은 꼬마공주, 꼬마왕자님을 보게 된 거예요.

덕수궁 돌담길에서 천진난만 아이들을 만나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천진난만 아이들을 만나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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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 아이들이 어찌나 해맑게 덕수궁 주변을 뛰어나니던지, 저도 모르게 사진기에 손이 가더라고요. 그렇게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던 중에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덕수궁 돌담길이었죠.

그런데 비 내리는 덕수궁 돌담길은 '빛난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런 돌담길 밑에서 찍은 아이들의 웃음도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예쁜 우비 만큼이나 돌담길에 선 아이들의 표정이 행복해 보입니다. 아이들은 사진기를 보며 까르르 웃었고 그런 웃음 소리에 렌즈에 집중해 긴장되어 있던 제 마음은 괜히 밝아졌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난 꼬마 공주님. 왕자님. 비오는 날 예쁜 우비를 쓰고 사진을 찍는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난 꼬마 공주님. 왕자님. 비오는 날 예쁜 우비를 쓰고 사진을 찍는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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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엇에 홀린 것처럼 돌담길을 따라 걷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약속 시간까지는 두어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기에 편한 마음으로 돌담길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가 있었습니다. 빗방울이 주룩주룩. 굵어졌다가 퉁퉁퉁. 가늘어졌다가 했기 때문에 사진 찍기가 수월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런 불편함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돌담길의 풍경은 특별함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비내리는 돌담길의 아름다움을 깨달은 것은 비단 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담기에 바쁜 카메라 작가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재밌는 사실 하나는 관광 명소인 해수욕장, 국립공원, 그리고 데이트 코스인 청계천 등 내로라 하는 장소들이 비 내리는 날은 썰렁하기 그지 없는 데 반해서, 이곳 덕수궁 돌담길은 비 내리는 아름다움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새로운 활기를 띄고 있다는 겁니다.

정말  멋있지 않나요? 장맛비 오는 날 더욱 활기를 얻게 되는 곳이라니.

비내리는 돌담길의 아름다움에 빠진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었다. 한 카메라 촬영 고수(?)를 만나다.
 비내리는 돌담길의 아름다움에 빠진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었다. 한 카메라 촬영 고수(?)를 만나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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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가던 걸음 멈추고, 아름다운 돌담길에서 설정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분명 오래 간직할 추억이 될 것같다.
 친구들끼리 가던 걸음 멈추고, 아름다운 돌담길에서 설정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분명 오래 간직할 추억이 될 것같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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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기분을 만끽(?)하며 열심히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제 옆으로 할머니 두분이 느릿느릿 길을 걸어 오십니다. 뭐랄까요, 그 모습은 너무나 정겹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유난스러움과는 다른 할머니들의 표정의 담담함. 이 돌담길이 오랫동안 살아온 삶인듯 너무나 평온스럽고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이 비 내리는 돌담길의 아름다움을 하나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두 분이 부러웠습니다.

아름다운 돌담길을 만끽하며 느릿느릿 걸으시는 할머니 두분
 아름다운 돌담길을 만끽하며 느릿느릿 걸으시는 할머니 두분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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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계속 돌담길 주변을 서성였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아들을 여행 가방에 태우고 돌담길을 구경하는 한 아저씨를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이곳 돌담길을 구경온 온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이 아저씨, 자식 사랑이 남다릅니다.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너무나 다정스럽게 말하고, 사진을 찍을 때 섬세하게 아들 포즈에 신경씁니다. 한 눈에 봐도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찬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분명 아들에게, 그리고 아버지에게도 이 비오는 날의 덕수궁 돌담길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자녀의 귀여움을 깨달을 수 있었던 바로 그런 특별한 장소로 기억되겠지요. 그렇기에 '행복하다'라는 표현은 이럴 때 가장 적절히 쓰는 언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본인 여행객들. 배낭위에 올라탄 아들과 배낭을 끄는 아버지, 자식 사랑에 풀풀 넘치는 아버지를 본듯하다
 일본인 여행객들. 배낭위에 올라탄 아들과 배낭을 끄는 아버지, 자식 사랑에 풀풀 넘치는 아버지를 본듯하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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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이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친구들끼리 가던 걸음을 멈추고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 돌담길에서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가족들 등 덕수궁 돌담길의 풍경은 '행복'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그리고 젊은 연인들도 이 돌담길을 걸으며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한 우산 아래서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그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기에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인지 사진에 담겨진 연인들의 얼굴에선 꽃보다 더 예쁜 웃음이 엿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아름다운 연인들을 보며 저도 상상을 해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비내리는 돌담문을 걷는 풍경을 말이죠. 장맛비 속 여름, 비오는 날의 돌담길은 제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꼭 올 여름이 가기 전에, 비내리는 덕수궁 돌담길에 다시 들러봐야겠습니다. 그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말입니다.

사람하는 사람과 함께 우산을 쓰며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다는 것,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일 같다.
 사람하는 사람과 함께 우산을 쓰며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다는 것,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일 같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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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장맛비 온다며 방안에만 툴툴 박혀있는 당신, 용기를 내세요. 그리고 시간을 내세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비 내리는 돌담길'의 추억을 공유해 보세요. 여름휴가. 피서 부럽지 않은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그러면 그때는 여러분이, 장맛비 때문에 실망한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실을 말해주겠죠? "비 내리는 돌담길을 걸어 본 적 있나요?"라고요.

덧붙이는 글 | <2008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



태그:#덕수궁 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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