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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토요일, 울산의 촛불집회는 서울 시청 앞 상황과는 사뭇 달랐다. 전경버스로 울타리가 만들어졌던 서울과는 대조적으로, 녹음이 우거진 울산대공원의 숲이 약 400여명의 촛불시위 참가자들을 둘러쌌다.

 

저녁 7시 정각이 되자 즐거운 율동과 노동자 노래패의 노래로 집회가 시작됐다. 광우병 액을 막기 위한 노래라며 이어진 '액맥이 타령'은 시민들의 흥을 돋웠다.

 

이어진 자유발언 시간에 눈길을 끈 사람은 인근 고등학교의 사회 선생님이다. 무자비한 탄압과 독재의 길을 걷다 결국 심판을 받은 히틀러와, 한미FTA와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교했다.  

 

"히틀러는 무력으로 집권한 것이 아니라, 엄연히 다수당을 통해 수상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당시의 히틀러는 독일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었죠. 이명박의 대통령의 경우도 히틀러와 비슷합니다."

 

'촛불문화제의 스타'가 돼 버린 노래패 '파란'은 흥겨운 노래와 함께 바람을 얘기했다.

 

"지금 우리들 상황은 짜치고(쪼들리고) 힘들지만, 맑고 밝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16살, 중학교 3학년인 이은지 양과 박슬기 양은 활짝 웃으며 시민들에게 초를 나눠주고 있었다.

 

여긴 어떻게 왔냐는 말에 "미친소 먹기 싫어서요!"라고 단박에 대답한다. 초와 함께 'OO라면 먹기' 운동의 일환으로 OO라면을 곁에 쌓아둔 두 소녀는, 시험기간에도 빠지지 않고 나왔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 6월 초부터 촛불시위에 참가했다는 이들은,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초 나눠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남희나(18) 양은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 중이다. 자유발언대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시민들에게 내뱉은 첫마디가 "지금 고등학교 등교시간이 몇 시인 줄 아십니까?"라는 질문이다. 8시가 등교시간이라고 밝힌 남희나 양은, "곧 0교시가 부활할 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특별반도 만들어질 거라고 합니다. 성적순으로 열등반에 들어 가게 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반의 수업은 거의 난장판이라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라 너무 떨린다던 남희나 양은 또박또박 현재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은 미래가 아닌 현재입니다."

이날 촛불문화제 현장에는 공원으로 나들이를 왔다가 촛불시위에 참여한 가족들이 많았다. 더불어 중·고등학교의 기말시험이 끝나서인지 교복을 입고 참가한 학생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아, 이따금 즐거운 웃음소리가 오고가는 이곳 울산의 촛불집회는 흡사 여름밤의 피서 같았다. 울려 퍼지는 노래 중 특히 자우림의 '하하하 송'이 귀에 박힌다.

 

  모든게 그대를 우울 하게 만드는 날이면 이 노래를 불러보게

  아직은 가슴에 불꽃이 남은 그대여 지지말고 싸워 주게

  라라라라 후회는 저 하늘에 날리고

  라라라라 친구여 새롭게 태어나게

 

  비굴한 인생은 그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네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지금이 시작이라네

  라라라라 마음에 가득히 꽃피우고

  라라라라 친구여 마음껏 웃어보게 - 하하하송 일부

 


태그:#울산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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