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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으시는 아버지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으시는 아버지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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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직원 면담 후 의사 소견서 제출

고령이나 각종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의 수발과 간병을 도와주는 노인장기 요양보험제도가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전 국민의 의료보험료가 4% 정도 인상된다고는 하지만 치매를 앓고 계시는 친정아버지와 친정아버지를 수발하시느라 고생하시는 친정엄마를 생각하면 저에게는 더 없이 고마운 제도가 분명합니다.

저 역시 지난 6월 초 아버지의 장기노인건강보험을 신청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작성해 접수했더니 일주일 정도 후에 의료보험 공단에서 직원이 집으로 실사를 나왔었지요. (관련기사: '아버지, 똑똑한 척 하시면 안돼요')

집으로 찾아온 2명의 공단직원은 30~40분 동안 설문지를 작성하고 간단한 운동기능 검사를 한 뒤 52개 항목의 '장기요양인정조사표'를 작성했습니다. 이후 공단에서 의사소견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때 해당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아 제출하면 신청절차가 끝난다고 했습니다.

가정 방문시 작성 하는 장기요양 인정조사표 항목
 가정 방문시 작성 하는 장기요양 인정조사표 항목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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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손녀뻘로 보이는 공단직원들이 왜 당신을 만나러 왔는지 알지 못하셨습니다.  그저 처음 보는 아가씨들이 할아버지를 보고 친절하게 묻고 상냥하게 웃어주니 좋으셔서 어떻게든 그녀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시려고 노력하셨지요.

공단직원들이 돌아가고 난 며칠 후 의사소견서를 제출하라는 우편물이 왔습니다. 우편물 도착은 금요일이었는데 제출일은 월요일까지로 되어있습니다.

'뭘 이렇게 촉박하게 제출하래? 차 없고 자식들 없는 노인들은 어떻게 하라고 제출날짜를 이렇게 짧게 잡은 거야?'

우편물을 받은 날이 금요일인데 월요일까지 소견서를 받아 우편으로 제출하라니 어떻게 일을 처리하라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단서조항을 보니 시간이 촉박할 경우 마감 시한인 월요일까지 소견서 사본을 팩스로 넣고 이후 원본서류는 우편으로 보내라고 되어 있습니다.

만약 노인 두 분만 사셨다면 혹은 혼자 사시는 노인이었다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잘 접수를 하실 수 있을까 의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의사소견서
 의사소견서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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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소견 나중에 묻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

병원 소견서도 아무 병원의 것이나 다 받아주는 것이 아닙니다. 공단에서 인정한 일정한 자격을 갖춘 병원의 의사가 발급한 소견서만 받는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노인성 질환에 전문적인 소견을 갖춘 의사가 진료를 하고 발급하는 소견서라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단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소견서 발급 가능 병원을 찾아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일정한 교육을 이수했겠지만 소견서를 발급해준다는 병원에 소아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등 치매나 중풍 등 노인성 질환과는 관련이 없어보이는 병원들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다행히 아버지가 다니시던 병원은 노인전문병원으로 소견서 발급이 가능한 병원입니다. 그래서 진료도 받고 소견서도 받을 수 있었지만 의사조차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시행을 급하게 서둘다보니 이런 저런 문제가 보인다는 지적을 합니다.

"노인성 질환, 특히 치매라는 것이 하루, 이틀, 몇 시간 눈으로 보아서 진단할 만한 사항이 아니거든요. 더구나 의사도 아닌 사회복지사나 간호사들이 먼저 의료 판단을 한 뒤에 의사에게 소견을 묻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거지요. 어떤 경우에는 의사소견서조차도 요구하지 않고 등급 외가 되는 수도 있어요. 의사 소견도 마찬가지인데 전문의도 아닌 사람들이 노인을 잠깐 보고 이렇다 저렇다 진단할 수 있을까요? 실시는 했는데 준비가 미흡해서 인력도 부족하고…."

진료를 끝내고 소견서를 받아드니 마감시간이 몇 분 남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신청이 누락될까 병원의 양해를 구해 팩스를 넣고 원본은 다음날 우편으로 송부했습니다. 조마조마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를 2주….

아버지는 드디어 재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장기요양보험 3급 통지를 받으셨습니다. 목이 빠지게 좋은 소식을 기다리던 엄마와 저는 뛸 듯이 기뻐했지요.

3등급은 재가급여 대상입니다. 재가급여란 시설입소가 가능한 1, 2 등급(시설급여)과는 달리 집에서 방문간호, 방문목욕, 방문요양, 단기보호 등의 서비스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장기요양인정서
 장기요양인정서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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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활동지원'과 '가사활동지원' 받게 돼

아버지가 받으실 재가급여의 상세한 내용과 신청절차가 궁금해 몇몇 장기요양전문기관의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신청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장기요양 인정서를 수령한 후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요양기관에 전화로 신청을 하고, 기관의 직원이 직접 집으로 찾아와 노인의 상태를 살피고 원하는 서비스 내용과 시간, 일자 등 세부내용을 적어 계약서를 작성하면 되는 것이지요.    

계약하면 기관에서 보내준 요양보호사로부터 세면, 구강청결, 목욕, 옷 갈아입히기, 배설, 식사 이동 등 '신체활동지원'과 청소, 주변정리, 취사, 세탁, 외출 시 동행, 일상 업무 지원 등 '가사활동지원'을 받게 됩니다.

재가급여비용
 재가급여비용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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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한 요양전문기관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3급의 경우 한달에 19일 정도를 이용할 수 있으며 1회 이용 시 6천 원 정도(하루 4시간 이용 시 5925원)의 개인부담금을 내면 된다고 합니다.

최근 며칠 동안 아버지에게 적합한 재가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장기요양기관이 어디일까 고심하면서 찾아보고 있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되면서 우후죽순처럼 많은 시설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시행초기인지라 인력과 서비스 질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어 신중하게 찾고 있는 것이지요.

다음 기사는 좋은 장기요양기관, 좋은 요양보호사를 만나 참 기쁘다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태그:#노인장기요양보험, #치매, #재가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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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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