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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필리핀 마닐라보다도 더 덥다는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구라청’이라는 소리마저 듣고있는 기상청에 따르면, 예년보다 보름 정도 앞선 여름 폭염이라고 한다. 낮이면 30℃를 쉽게 넘기는 요즘 같은 때는 좀 시원해야 할 한밤중에도 열대야가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늦은 저녁에도 길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생맥주 전문점 야외 테이블은 자정이 가까워도 빈 자리가 쉽게 나질 않는다. 밤 늦게까지 아파트 놀이터나 연립주택 주차장 공터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네사람들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어젯밤 10시경, 도서관에서 나와 잠시 운동삼아 동네를 산책하다 한 교회 모퉁이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 들었다. 커피 한 모금을 음미하며 무심코 벽돌로 지어진 건물 벽면을 한 손으로 짚다가 깜짝 놀랐다. 밤 10시가 다 되었음에도 벽면에서 느껴지는 그 뜨듯한 열기. 정말 덥긴 더운 모양이다.

 

 

요즘들어 별다른 저녁 약속이 없는 경우엔 일과 후 ‘반드시’ 찾아가는 곳이 있다. 동네에 있어 가까운 구립정보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주로 주말이나 일요일에 이용하곤 했는데 요즘에는 평일 저녁에도 자주 이용한다. 책들이 있어 좋은 도서관이지만, 요즘같은 때는 ‘냉방이 확실한 곳’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바깥기온은 후텁지근하지만 도서관 자료실에 들어서면 온 몸이 금방 시원해 진다. 게다가 사방으로 가득 비치된 책들의 장막에 갇혀 있으면 머릿속까지 다 시원해 지는 느낌이다. 시원한 자료실에 앉아 하루일과를 정리하기도 하고, 무작정 서고를 뒤져 흥미로운 책들을 꺼내들고 순서없이 편하게 읽어 내려가기도 한다.

 

시원한 자료실 책상에서 만나는 책속 역사와 위인, 사람 사는 이야기들은 정신을 맑게 하는 청량제가 된다. 그들이 내뱉은 아름다운 격언과 삶의 궤적들은 때론 나의 메모수첩에서 다시 살아난다. 

 

 

요즘은 대학가가 방학에 들어간 지 오래고, 중고등학교도 기말고사를 끝내고 여름방학을 준비하고 있어 도서관이 좀 더 여유로워졌다. 사실 시험기간만 다가오면 밤늦은 시각에도 자리를 쉽게 찾기 어려웠었다.

 

분주했던 상반기 학기를 마감하면서 도서관은 이제 ‘시험공부’하는 공간에서, ‘책을 열람’하는 공간으로 서서히 털갈이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자격증이나 취업을 위해 수험서를 든 청년들이나, 머릿속이 희끗희끗한 일부 중년층 이용자들은 시험이 채 끝나지 않은 모양새다.

 

시험 때만 되면 즐겨찿던 학생들은 방학을 맞이했지만, 도서관엔 방학이 없다. 학생들로 붐볐던 학기 때보다는 좀더 여유로워진 도서관. 게다가 잘 갖추어진 냉방시스템으로 인해 시원스럽기만한 이 공간은 요즘들어서 여름밤 열대야를 극복하는 나만의 '비밀 아지트'인 셈이다.

 

 

“요즘 밤마다 어딜 그렇게 나가세요?”

 

요즘 밤이면 규칙적으로 나서는 저녁 나들이 길에 얼굴이 익숙한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묻는다. 그동안 저녁이면 운동하는 모습만 보아오던 아주머니는 한 손에 파일철과 메모수첩을 들고 밤길을 나서는 내 모습이 꽤나 낯설었던 모양이다.

 

“아 네, 날이 더워서요 시원한 곳 찾아 갑니다.”


태그:#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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