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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6월 30일(월), 뱃속에 있던 아기가 세상 구경을 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진통이 10분 간격으로 진행되면 병원에 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수술 예정일이 7월 3일(목)이었지만 예정보다 빠른 진통 때문에 불가피하게 수술을 앞당겨야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뱃속의 아기가 생각보다 작기 때문에 혹시 모르니 소아과 의사가 함께 수술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수술을 하는데 있어서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간호사가 세세하게 알려주면서 그러한 경우에 처하더라도 '모든 책임은 산모 측에 있다'는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했습니다(다른 수술의 경우에도 이런 동의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가고 대기실에서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양가 어른들에게 '일정을 앞당겨서 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었을 때 수술실 안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잠시후 의사 선생님이 나오시더니 '생각보다 아기가 더 작게 태어났다'고 알려주었습니다.

 

 

 

1.94kg, 42cm. 첫째 아이가 3.59kg로 태어났는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체중으로 태어난 것입니다. 우는 소리와 외견상으로 봐서는 건강하다고 하는데, 작게 태어난 아기는 면역력이 약할 수 있으니 큰 병원으로 옮겨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상계동 백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다른 산모들은 하루에 세 번씩 신생아실로 가서 아기를 면회하는데, 우리 가족은 면회시간이 되어도 아기를 볼 수 없었습니다. 백병원은 하루에 한 번, 그것도 12시에 아기의 부모만 면회가 가능했습니다. 아내가 수술 후 회복 중이라, 아기를 볼 수 있는 특권(?)은 아빠인 나에게만 주어졌습니다.

 

아내가 모유를 짜서 주면, 그것을 아기가 있는 백병원으로 배달하는 임무를 부여받고서 집, 회사, 산부인과(아내가 입원해 있는), 백병원(아기가 입원해 있는)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아내는 토요일에 퇴원했고, 아기는 주일(7월 6일)에 인큐베이터에서 나왔습니다. 2kg가 넘어서 인큐베이터에서 나왔고, 현재까지 아무 이상 없이 모유와 우유도 잘 먹고 있습니다. 월요일(7월 7일) 면회시에는 조만간 퇴원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었습니다.

 

둘째 딸이 태어난 6월 30일은 공교롭게도 아빠인 나의 생일이었습니다. 덕분에 아빠의 38번째 생일은 작게 태어난 둘째 딸 때문에 마음 졸이면서 정신없이 보낸 하루가 되었습니다. 이 녀석이 아빠와 생일을 같은 날 하고 싶어서 예정보다 일찍 세상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비록 태어나기는 작게 태어났지만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U포터뉴스, 티스토리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기,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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