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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완전히 정부가 무얼하고 앉아 있는지…."

 

김정훈(48) 사장은 혀를 찼다. 지난달 30일 밤 서울 중구 한 선술집서 만난 김 사장은 10년째 경기도 성남서 기계부품 조립 공장을 운영해 오고 있다. 오랜만에 모인 고교동창 모임 자리는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레 촛불과 경제문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다시 그의 말이다.

 

"요즘 정부가 촛불시위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진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100% 아니라고 할수도 없지만, 말이 안 되는 이야기야. 이미 작년부터 고유가든 뭐든 (경제가 안좋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는데, 이 정부가 해놓은 것이 뭐가 있나?"

 

김 사장은 "70, 80년대 경제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장관으로 앉아서 환율을 만지작거리면서 중소기업들만 죽어났다"면서 "지금 (한국)경제는 오로지 수출만 늘리면 되는 구조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위기 앞에서 촛불만 탓하고 있어서야..."

 

옆자리에 앉아있던 정아무개(49)씨가 말을 이었다. 그는 대기업 계열사 부장이다. 정 부장은 "촛불에 사람들이 호응하는 이유는 쇠고기 문제도 있지만, 경제를 살리겠다는 현 정부에 사실상 배신을 당했다는 느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 부장의 말이다.

 

"작년만해도 봉급쟁이나 장사하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물가가 오를 줄이야 알았겠어요? 하지만 정부 (경제)정책을 하는 사람들은 예상은 했을 것 아니야. 알았으면서도 이렇게 가는 것은 무책임한 사람들이고, 만약 몰랐다면 정말 우리가 내는 세금이 아까운 것이지."

 

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세상이 바뀌고 변하는데, 지금 정부는 오히려 과거로 후퇴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우리는 그래도 중산층 정도 되는 사람들"이라며 "우리가 이 정도로 느끼고 있으면 (우리보다) 힘든 사람들은 오죽하겠나"라고 탄식했다.

 

문제는 앞으로에 대한 희망이 잘 안보인다는 것. 이들의 우려는 실제 경제지표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실물 경제지표의 추락...경기하강 본격화되나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산업생산과 소비의 증가세가 뚜렷히 둔화되고 있고, 기업들의 설비투자 역시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다. 경기 하강이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5월 소비재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4월 5.7%보다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기업들의 기계류 설비투자 추계도 전년 동월대비 5.2% 줄어, 올 들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경기상황이 불투명해 투자를 꺼리고 있고, 개인도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모두 각각 4개월, 6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태성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대개 경기하강 초기에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3개월 연속 경기동행지수 지표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현재 4개월 계속해서 하락한 것은 경기하강 초기 국면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MB식 경제, 사실상 좌초... 경제팀 바꾸고 새롭게 출발해야

 

실물 경제지표의 추락과 함께 향후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경상수지 등 거시지표도 이미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지난 24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4/4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이 2.6%까지 가라 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상반기 5.2% 성장에서 하반기 3.1%로 후퇴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은 국내 거의 모든 경제연구소도 공감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하반기에 3.3%, 삼성경제연구소는 3.8%, LG경제연구원은 4.0%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하강이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경고다.

 

정부도 뒤늦게 올 6% 성장 목표는 물건너 갔음을 시인하고 있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최근 "올해 성장률을 4% 후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성장률은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다. 문제는 소비와 기업투자 등 내수쪽이다.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는 기업 수익 악화로 이어지고, 투자 축소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게다가 이미 배럴당 140달러를 뚫은 국제 기름값 상승으로 소비자 물가는 더욱 오를 수도 있다. 이미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경기침체와 물가급등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고물가)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우리 경제는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들어왔다고 본다"면서 "올해 정부의 미숙한 환율 정책이 앞으로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으로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MB식 경제는 사실상 좌초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강만수 경제팀을 교체하고, 경제 정책 기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이명박 경제, #강만수, #스태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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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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