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나는 촛불 정국이 발생하기 전까지 일반으로서 하루하루 생활하기 바빴고, 이런 언론시민운동이나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일반 시민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예전에 대학을 다니던 20대 시절보다 더 많은 생각과 고민에 빠지게 됐다."

 

'안티 조중동' 운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이태봉 <다음카페> 'STOP CJD' 운영자는 이처럼 평범한 시민이다. 그는 최근 '많은 생각과 고민'에 빠진 이유에 대해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도저히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비상식적인 모습에 대해 "잘못된 욕망의 결과물"이라며 "특히 시민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 역할을 했던 것이 언론"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평범한 시민 이씨를 깨운 것은 우리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언론이라는 것.   

 

평범했던 시민들이 언론 운동가보다 더 큰 영향력 행사

 

그렇다면 이씨가 보통의 시민들과 다른 '언론개혁 운동가'로 돌변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씨는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 'KBS 본관 앞 촛불 들기' 등 일상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을 통해 언론개혁 운동을 하고 있다. 또한 이씨와 같은 시민들은 이제 유별난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의 활동은 결코 무겁고 계몽적이지 않다. 일상 속의 작은 실천이지만 '조중동' 등 표적이 된 보수언론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반대로 KBS 등의 공영방송 구성원들에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은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과연 '촛불 정국'으로 인해 촉발된 국민 중심의 새로운 언론 운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국의 민주주의와 언론운동'(주최: 민주언론시민연합·성공회대 사회운동연구소)이란 주제로 토론에 나선 8명의 언론전문가들이 새롭게 대두된 '시민 언론운동'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이 토론회는 3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프레스센터 7층 레이첼카슨룸에서 진행됐다.  

 

[시민들이 왜?] "언론의 불합리성에 대한 저항"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조중동'에 대한 누리꾼들의 문제제기는 전형적인 불합리성에 대한 저항"이라며 "시민들은 광우병 정국에서 최소한 합리적이라 여겼던 언론영역이 굉장히 불합리한 것을 보고 '어떻게 언론이 이럴 수 있나'는 문제의식을 가졌고, 이런 면에서 언론운동진영과 지식인들이 둔감하게 여겼던 불합리성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처장은 "시민들은 기존 언론단체 등에서 해오던 '부수 줄이기 운동' 등을 넘어 (광고주 압박을 통해) 밧줄을 끊겠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며 "이는 우리사회가 민주화됐다고 믿는 만큼 언론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에 대한 저항"이라고 강조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서 크게 확산되고 있는 누리꾼들의 안티 언론운동의 핵심은 미디어 내용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구체적인 행위"라며 "쇠고기 협정과 광우병의 위험성에 관한 보도 내용 비교를 통해 소위 '조중동'의 왜곡실상을 인식하게 됐고, 이것이 새로운 안티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웹 2.0 시대의 안티운동 양상은 이전 세대와 여러 가지로 다르다"며 "거창한 명분 없이 왜곡보도 하나만 집요하게 문제삼고 있으며, 동시에 소비자로서 구독거부운동과 광고주 압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지금의 새로운 현상은 우리가 오래 전부터 피땀 흘려 이룩해 왔던 민주화의 성과와 연계된 채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촛불 세대와 새로운 미디어 주체들의 등장은 80년대 이전부터 진행돼 온 민주언론운동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확보돼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의의 및 평가] "'촛불 세대'가 스스로 미디어 만들어간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촛불 정국'을 통해 '조중동 족벌자본의 실체'가 국민 앞에 드러난 점을 무엇보다도 높게 평가했다.   

 

홍 기획위원은 "우리사회는 보수-진보가 아니라 상식-몰상식을 기준으로 신문을 나눠야 한다, '조중동'은 철저한 사익추구집단이었는데 신문이란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사회구성원들이 이를 알기 어려웠다"며 "'촛불 정국'을 통해 시민들이 광장에서 '조중동'의 실체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하게 됐고, 이 모습은 '안티조선'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굉장히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홍 기획위원은 또 "그러나 역으로 보면 한국사회가 굉장히 불균형한 상식체계 위에 올라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이 새로운 현상을 어떻게 공공성의 차원으로까지 확대하여 시민적 주체성과 공공성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성공회대 교수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에 대한 거부감도 나타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사회운동세력의 영향력도 약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론장에 있어서도 기존의 87년 체제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기존의 여론주도세력은 단지 '인터넷논객' 혹은 '블로거'로 상징되는 수많은 정보생산자 중 하나가 되었다"며 "이제는 권위를 통한 인정이 아니라 검증을 통한 인정이라는 새로운 권위형성 메커니즘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오연호 대표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시민들이 새로운 독자임과 동시에 새로운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언론운동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비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대안이 될 수 있는 미디어를 만드는 것이고, 이것이 그 동안 <월간 말><한겨레><오마이뉴스>등의 형태로 만들어져 왔다면 이제는 '촛불 세대'가 스스로 미디어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그:#언론, #민언련, #조중동, #안티조선, #언론개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