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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중동에 불났다. 누리꾼들의 광고주 압박 운동으로 광고가 잇따라 떨어져나가고 있다. MBC에서도 불이 아주 크게 난 적이 있다. '황우석 교수 사태' 보도로 <PD수첩> 광고 12개가 단 한 주만에 전멸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 이야기를 하면 지금도 떨린다"는 당사자가 입을 열었다.

 

"황우석 교수 사태 당시 광고주 압박에 대한 MBC 대응은 지금의 조중동과 아주 큰 차이가 있다. MBC는 법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진실을 보도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게 기본 자세였다. 

 

실제로 MBC는 진실 보도를 통해 광고주 압박운동을 헤쳐 나갔다. 이것이 언론사의 품위이며 정도가 아닌가? 허나 지금의 조중동 대응은 어떤가. 법적으로 걸겠다고 한다. 카페에 운동하지 말라고 공문을 보냈고, 검찰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최근 조중동의 광고주 압박 대응에 대한 MBC 한학수 PD의 평가는 분명했다. "품위 있는 행동이 아니다"고, 나아가 "언론사로서 정도가 아니다"고도 했다.

 

"조중동의 대응은 품위 없다"

 

28일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대회 '촛불은 한국언론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특강에서 한 PD는 "82쿡닷컴 사례를 보니까 조중동이 인터넷 공동체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지금의 광고주 압박 운동은 소비자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란 말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다만 한 PD는 "그러나 정당한 소비자 운동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거친 욕설로 표현된다면, 이것마저 양해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소비자에게나 언론사에게나 서로에게 요구되는 품위가 있을 것"이란 말도 함께 강조했다.

 

최근 조중동의 <PD수첩> 공격에 대해서는 "오버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한 PD는 "저널리즘의 가장 큰 기능은 감시이고, 이번 <PD수첩> 광우병 보도의 가장 큰 뼈대는 위험에 대한 경고였다"며 "99개는 잘하고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단 1개의 잘못을 들어 너희 때문에 들고 일어났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고 매섭게 쏘아붙였다.

 

"마녀사냥인 동시에 촛불시위에 참여한 수많은 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란 비판도 이어졌다.

 

반면 촛불 정국에서 나타난 인터넷 저널리즘의 힘과 가능성은 높이 평가했다. 한 PD는 "주류 언론사 PD로서 디지털 게릴라들의 1인 생중계가 이렇게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주류 언론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할수록 '날그림'이란 현장성을 갖고 있는 디지털 게릴라들의 파괴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끝으로 한 PD는 "물대포에 물감이나 최루액을 넣겠다고 하고 <PD수첩>에 대해서는 검사 4∼5명이 붙어 전담반을 만들겠다고 하는 등 유례없는 행동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어쩌면 촛불시위도 무력진압으로 겉으로는 장렬하게 전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한 PD는 "그러나 진압된다 하더라도 '무(無)'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촛불시위를 통해 분출된 에너지가 하나의 응축된 힘으로 남을 것이며, 이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가 시민사회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열공 특강' 중 주요 내용 요약.

 

"MBC는 법적 대응하지 않아, 진실보도로 헤쳐나가"

 

촛불 시위가 한국에서 처음 일어난 것은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다. 당시 PD수첩은 미군 장갑차 사건의 진실과 소파(SOFA)라는 제도적 틀을 조명해보자는 문제 의식에서 1탄부터 3탄까지 방송했다. 그런데 3탄이 끝나고 새벽에 아이디 '앙마'라는 한 청년의 제안으로 촛불시위가 시작됐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한국 사회 최초의 촛불 시위는 그렇게 일어났다. 그로 인해 촛불시위와 PD수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고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사회에서 PD수첩이 뜻하지 않게 촛불시위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황우석 교수 사태 당시에는 인터넷 대중들이 광고주 압박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MBC 대응은 지금의 조중동과 아주 큰 차이가 있다. MBC는 법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진실을 보도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게 기본 자세였다. 실제로 MBC는 진실 보도를 통해 광고주 압박운동을 헤쳐 나갔다. 이것이 언론사의 품위이며 정도가 아닌가? 허나 지금의 조중동 대응은 어떤가. 법적으로 걸겠다고 한다. 카페에 운동하지 말라고 공문을 보냈고, 검찰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이는 언론사로서 정도가 아니다. 품위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

 

"디지털 게릴라 파괴력 더욱 커질 것"

 

'82쿡닷컴' 사례를 살펴보니까, 어떻게 보면 조중동이 인터넷 공동체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의 광고주 압박 운동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내가 싫어하는 곳에 광고 내지 마' 소비자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큰 맥락에서는 소비자 불매 운동과 큰 차이가 없다. 소비자 주권이라 본다. 다만 욕하지 말고, 점잖게 했으면 더 좋겠다.

 

아울러 주류 언론사 PD로서 디지털게릴라들의 1인 생중계가 이렇게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새로운 현상이고, 이에 대한 학술논문이 수없이 많이 나올 것이다.

 

앞으로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감히 예단하기 어렵다. 방송사는 정제된 그림을 내보내는 반면, 1인 생중계는 '날그림'이란 현장성을 갖고 있다. 깔끔하지 않은 대신 편집하지 않은 그대로 막 들어오는 그림은 현장성이 크다.

 

다만 역사라는 것이 매번 격렬하게 움직이는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매일 촛불시위가 있기는 힘들다. 결국 현장성이 강한 사안이 터졌을 때, 주류 언론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할 때일수록 더욱 더 강하게 디지털 게릴라들의 시장이 형성되겠구나, 앞으로 더욱 파괴력이 커지겠구나 하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기획의도가 문제? 대단히 무식한 말"

 

사실 인터넷 언론의 등장부터가 참 반가웠다. 든든한 동료를 얻은 기분이었다. 인터넷언론, 특히 시민기자들과 PD들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따로 출입처가 없다. 문제가 생기면 사안에 따라 파고 드는 것도 비슷하다. 주류 언론사의 기자 조직처럼 강력한 네트워크는 부족하다. 어찌보면 서로의 강약점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런 구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터넷 시민기자든, 지상파 방송 PD든, 뉴스데스크 기자든, 본질적으로는 하등 다르지 않다. 저널리스트란 이름으로 묶인다. 아프리카 방송 역시 저널리즘이다. '날그림'이라고 주관이 없나. 카메라가 이미 무엇인가를 찍는 순간 이미 그것은 '사료의 선택'이 된다. 저널리스트의 기사나 영상이 '모든 것을 담는 객관 그 자체'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애초부터 기획의도를 갖고 덤벼든다며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 이거 대단히 무식한 말이다. 기획의도를 바꿔 말하면 문제의식이다. 아무 문제의식 없이 어떻게 취재가 가능한가. 생각 없는 사람과 똑같은 꼴이다. 신문보도에는 기획의도가 없나? 그렇다면 신문 지면은 그 중요도를 어떻게 나눠서 구성하고, 심층취재 시리즈물은 어떻게 가능한가? 스트레이트 기사 외에는 다 기획의도가 있지 않나.

 

광우병이 위험한가. 그럼 알아봐야 하지 않나. 위험하다면 경고가 필요한 것 아닌가. 기획의도를 갖는 자체가 대단한 문제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오버다. 문제는 기획의도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얼마나 충실하게 취재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취재한 '사실'과 저널리스트의 '추정'을 정확하게 구분하여 표현하였는지가 초점인 것이다.

 

"유례 없는 시국, 촛불시위 장렬하게 전사할 수도"

 

유례 없는 행동들이 나타나고 있다. 물대포에 물감이나 최루액을 넣겠다고 한다. PD수첩에 대해서는 검사 4∼5명이 붙어 전담반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런 행동들을 봤을 때, 어쩌면 촛불시위도 무력 진압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겉으로는 장렬하게 전사할 수 있다.

 

그러나 진압된다 하더라도 '무(無)'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50여일 넘게 이어진 촛불시위 안에는 수많은 에너지가 있었고, 이를 겪었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 할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하나의 응축된 힘으로 남을 것이다. 이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가 시민사회가 고민해야 할 과제다.

 

"PD수첩에 대한 마녀사냥, 촛불 시민에 대한 모독"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문1답 주요 내용

 

 

한학수 PD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과의 만남은 '통했다'. "사실 인터넷 언론의 등장부터가 참 반가웠다"는 말에 어느덧 참가자들은 서로 든든한 동료가 됐다. 특강 후에는 격의 없는 대화가 오갔으며, 특히 한 PD의 재치 있는 입담에 여러 차례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다음은 주요 문답.

 

- 권력은 강한 것이다. 그래서 <PD수첩>이나 진실보도를 위해 뛰는 사람들이 걱정된다. 변질할 수도 있고,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먼저 염려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사실 두렵다. 이렇게 말하겠다. 황우석 교수 사태 당시 제보자가 연락하게 된 계기는 15주년 특집에서 당시 진행자였던 최승호 PD의 마무리 멘트였다.

 

저희 PD수첩은 능력이 모자라서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적은 많았지만, 압력 때문에 피해 간 적은 없었다고 했다. 시청자만을 두려워하는 방송. 그것은 PD수첩의 신념이라고, 저희들이 이 신념을 지켜갈 수 있도록 때로는 감싸주시고 때로는 매섭게 질책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취재가 부족한 적은 있지만, 권력 앞에서 휜 적은 없다는, 그것이 우리의 자랑이고,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시청자들뿐이라는 말이 30대 중반 남자 가슴에 확 꽂힌 것이다. 그 다음날 낮에 제보가 들어왔다.

 

<PD수첩>은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란 모토를 내건다. 그럼 정직하게 목격했느냐, 그대로 반영했느냐, 이것말고는 두려운 것이 없다. 청와대, 국정원, 경제권력 등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런 프로그램이 한국 사회에 하나쯤 있다는 것이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국민들이 아픈 데를 긁어주지 않는 순간에 우리 프로그램은 막을 내릴 것이다. 저절로 외면 받을 것이다. 시청률 몇 프로가 문제가 아니라, <PD수첩>도 맛이 갔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더 이상 존재 의미가 없다. <PD수첩>이 정권 혹은 힘을 가진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순간, 냉정하게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 황우석 교수 사건 보도를 위해 많이 공부했던 것으로 안다. 언론인에게 전문성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는데.

"저…힘들었어요(웃음). 전문성에 함정이 있다. 의학이나 과학 쟁쟁한 기자들이 참 많다. 다 박사들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제보했으면 황우석 교수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을까? 아니면 우리가 전문가라서 밝혀냈을까? 그렇지 않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디 정신, 기자 정신이다. 저널리스트로서 진실 추구가 가장 우선이다. 그 다음이 전문성이다. 선후가 바뀌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 젊은 세대들의 보수화 경향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요즘 젊은 PD들의 경우는 어떤가.

"예전에 나와 함께 황우석 교수 사건을 취재했던 조연출이 이번에 광우병 보도한 김보슬 PD다. 나와 같은 젊은 PD다(웃음).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인문학적 교양을 쌓거나 사회 비판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미처 하기도 전에 취직 전선에 내몰리는 젊은 세대들이 불쌍하게 보인 것이 사실이다. 신자유주의 10년이 영악하게 실속만 챙기는 것을 하나의 인간 군상으로 굳어지게 만든다고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번 촛불시위를 통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지들이 젊은이들에게 여전하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우리 사회의 10대와 20대들에게서 에너지와 희망을 함께 느꼈다. 그들보다 좀 더 세상을 산 사람으로서, 그만큼의 책임감을 더욱 느끼고 있다."

 

- 어제 만난 여학생들은 광우병에 대한 공포로 울기까지 하더라. 문제 제기로 인한 과중한 공포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인 듯 하다. 대안 보도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도전적인 반문을 던져보겠다. 대안이 없다면 기사를 쓰면 안 되는가. 대안이 없는 기사는 잘못된 것인가. 항상 대안이 포함돼야 하는가란 질문으로 바꿔볼 수 있겠다. 저널리즘의 가장 큰 기능은 감시다. 대안 마련이 반드시 언론의 몫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의 가장 큰 뼈대는 위험에 대한 경고였다. 대안 마련은 정부의 몫이다. 그런 일 하라고 세금 준 것 아닌가. 그런데 이미 아고라에 다 대안이 나와 있더라(웃음). 재협상! 재협상의 뼈대는 이것이라는… 국민들이 다 아는 대안을 지금 방송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99개는 잘하고 단 1개 잘못한 것을 들어, 그것도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것을 갖고 너희들 때문에 국민들이 들고일어났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그건 다시 처음의 광우병 괴담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PD수첩에 대한 마녀사냥이면서 동시에 촛불시위에 참여한 수많은 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다."

 


태그:#PD수첩, #한학수, #광우병, #황우석,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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