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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B 초등학교 5학년 3반을 찾았다.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26일 B 초등학교 5학년 3반을 찾았다.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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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제기한 학부모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학교가 정치적 문제에 휘말려 선생님들이 마음 고생이 크다. 학교가 우선 정상화돼 더 이상 아이들 학습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이 사건을 광우병 위험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관련 촛불집회 문제를 진화하는 정치적 도구로 언론이 악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 26일 인천 부평 B초등학교에서 만난 한 학교운영위원의 말.

인천 부평 B초등학교 5학년 2반 P교사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신문광고를 위해 자신이 맡고 있는 학급의 부모 동의를 거쳐 학생들에게 2000원씩 모금하려 한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26일자로 <소녀와 '광우병 비디오'>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윤이(가명·11)는 6월 7일 이후 악몽에 시달렸다"며 "사회시간에 담임 최모(38) 교사가 보여준 '지식채널e-17년 후(5월 12일 EBS 방송분)' 비디오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조선>은 지윤이의 말을 인용해 "담임선생님이 나를 '왕따'시켰다"고 지적했으며, 최 교사의 반론과 함께 사회면에 비중있게 실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짜에 <전교조 교사들이 딸 괴롭혀>라는 제목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여교사가 학부모들에게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신문 광고비를 거둔 사실을 제보한 학부모의 자녀가 전교조 교사들에게 핀잔을 받는 등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언론 보도 이후 해당 학교운영위원회 소속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해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해야할지 대책을 고심하고 있었다.

기자가 B초등학교를 찾은 26일도 학교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날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이 같은 학교 분위기 때문인지 기자와의 인터뷰를 꺼렸다. 그래도 어렵사리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사와 학생들에게 들은 사건 발단과 논란의 확산
이번 사건은 부평 B초등학교 5학년 2반 P교사가 지난 5월초부터 학생들이 학교급식으로 나온 고기반찬, 쇠고기 볶음밥을 거부하는 모습을 대하면서 시작됐다.

P교사는 학생들로부터 '미국산 쇠고기냐, 광우병 위험은 없느냐'는 등의 질문을 계속적으로 받았다. 또한 5학년 수업 시간에 '촌락'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수입농산물에 대한 수업 중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또 다시 거론됐다.

이에 P교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관련 토론회의 필요성을 느껴 EBS <지식채널>에서 방송됐던 '17년 후'라는 영상을 보여주고 학생들의 자발적 학급 토론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P교사는 2반 학생들에게 촛불집회에서 가져온 배지를 일부 나눠줬다. 또한 3반 최아무개 교사도 사회과 3단원 자연재해와 환경문제를 위해 '17년 후'라는 영상을 지난 10일 학생들에게 상영했다.

그러나 3반 학부모 전아무개(49)씨가 2반 담임인 P교사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전씨는 3반 담임 최 교사에게 P교사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미친 소 너나 먹어'라는 배지를 수거한 사진 자료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전씨는 지난 16일 교장실을 찾아가 P교사에 대한 경고장 공문을 빼앗아 자신의 속옷에 넣었고, 이를 되찾으려는 교장과 실랑이가 일어났다. 전씨는 교장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전씨는 17일 새벽 6시에 '우리 딸이 오늘부터 등교 거부합니다. 추후에 모든 대응 강구하겠음을 알립니다'라는 문자를 최 교사에게 보내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이후 일부 언론을 통해 전씨의 딸인 전양이 '17년 후'라는 영상을 보고 악몽을 꾼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최 선생의 설득으로 등교한 전씨의 딸 전양에 대해 최 선생은 23일 수업에서 전양에게 꿈을 꿨는지 여부를 물어 보았다.

하지만 전씨는 오후 학교에 전화해 딸을 왕따를 시켰다고 항의했다. 전양도 23일 네이버 카페 '구국! 과격불법 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에 아버지 아이디(화산폭발)를 빌려 자신이 왕따를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또한 전씨도 25일 인천시 교육청을 찾아가 자신의 딸이 왕따를 당했다며 분신 소동을 벌였고, <조선> <동아> 등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악몽' '왕따'...전씨-교사 주장 엇갈려

학생들이 떠나고 난 텅 빈 교실 풍경. B 학교는 최근 언론 보도로 인해,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어수선한 분위기다.
 학생들이 떠나고 난 텅 빈 교실 풍경. B 학교는 최근 언론 보도로 인해,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어수선한 분위기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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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는 26일자로 전양의 아버지가 지난 25일 시교육청을 방문해 "전교조 교사들에 의해 딸이 제대로 수업을 받지도 못하는 등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기 어렵게 됐다"고 항의하며 분신자살을 기도해 소방대원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전씨는 26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분신으로 인해) 화상을 입어서 병원 치료를 받았다"며 "교장에게 폭행을 당해서 몸도 아프다, 이렇게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들이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전씨는 "(<지식채널>) '17년 후' 동영상을 6월 7, 8일 보고 난 후 딸아이가 악몽을 꾸었고, 무서워 잠을 잘 자지 못해 등교를 시키지 않았다"며 "최 선생이 집으로 찾아와 다시 학교에 보냈는데, 반 학급 아이들이 다 보는 첫째 수업 시간에 '너희 아버지가 고발하려고 했다, 정말 꿈을 꾸냐'고 말해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이어 "학교에 항의했고, 북부 교육청에 항의했지만, 최 선생이 우리 카페('구국! 과격불법 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에 핑계만 늘어놔서 화가 나 분신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또한 전씨는 딸 전양이 1교시가 시작한 23일 오전 9시 15분경에 학급 학생들 전체가 보는 앞에서 담임 최 교사가 '너희 아버지가 날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는 등으로 아이를 왕따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 교사와 이날 만난 학생들은 그날 10여명이 등교한 오전 8시 25분 경에 따로 불러 악몽을 꾸었는지 여부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직접 만난 최 교사는 "5일 동안 결석했다가 23일 등교했기에 수업시간 전인 오전 8시 25분경 아이를 불러 영상을 보고부터 악몽을 꾼다는 말이 진짜인지 여부만을 확인했을 뿐"이라며 "5일 동안 결석했다가 등교한 학생을 교사가 상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씨는 P교사의 징계 공문서를 빼앗으려다 교장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에 교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또 전씨는 지난 24일 딸아이의 담임인 최 교사를 학습권 방해와 아동 모욕죄, 언어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가 최 교사를 고소한 것은 "C교사가 EBS 지식채널에서 방송됐던 '17년 후'라는 영상을 보여줘 자신의 자녀가 악몽을 계속 꾸고, 23일 5일만에 출석한 자신의 자녀를 나무랐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경찰 관계자는 "이미 여러 방송에서 나왔던 내용의 영상이고, 선생님이 훈육을 준 것으로 형사 고소를 하니 경찰 입장에서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씨는 화상을 이유로 26일에는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언론으로 인해 학교 공중분해 되는 거 같다"

한편, 26일 학교에서 만난 3반 C군은 "처음엔 조금 놀랐지만, 인간에 의한 재해가 무섭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악몽을 꾸는 친구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 그런 거(영상) 기억하는 아이들 없는데…"라고 말했다.

같은 반 K군은 "선생님과 '화산폭발'(전씨)이 인터넷 카페에서 싸우는 거 반 아이들도 다 알고 있다"며 "선생님도 그렇지만, 아빠(전씨)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 얼굴이 좀 힘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17년 후'란 영상을 본 다른 반 학생들도 대부분 "광우병이 무섭다는 것을 알았지만, 악몽을 꾸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26일 학교에서 만난 D교사는 "TV나 인터넷, 게임기 등에서 그런 영상보다 더 잔인한 장면이 많은데, 그것을 보고 악몽을 꾼다는 주장의 신뢰성에 의문이 있지만, 다 제쳐 놓더라도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학교가 엉망이 될 거 같다"며 "언론에 의해 학교가 공중분해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비전교조 교사가 이렇게 했다면 과연 <조선> <동아> 등이 이렇게 크게 보도했을지 의문스럽다"며 "언론에 의한 왜곡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해당 학교 학부모들은 이번 사건이 하루 속히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www.bpnews.kr)에 실린 기사 일부를 발췌·정리했습니다.



태그:#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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