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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제가 이렇게 아버질 부를 수 있는 날이 그리고 제 부름에 대답을 주실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풍채 좋고 당당하시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병원 신세만은 안 지실 것 같던 아버지께서 이 병원 저 병원을 바꿔가며 입, 퇴원을 반복하시더니 근자엔 횟수도 잦아지셨다.

 

얼마 전에도 일주일 정도 입원을 하셨다가 퇴원하신 지 보름 밖에 되질 않았는데 지난 17일 또 다른 병원에 입원을 하시게 되었다. 

 

자주 병원을 드나드시다보니 짐을 꾸리는 엄마의 손놀림도 능숙해 지신 거 같다. 엄마 연세도 76세, 환자를 돌보시는 일이 무리라 생각되어 지난번엔 간병인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역시 아버지 곁엔 엄마가 계셔야 한다는 걸 알기에 힘이 드신 줄 뻔히 알면서도 이번엔 아예 다른 방법은 생각지도 않았다. 

 

자식이 여럿 있어도 대신할 수 없는 엄마의 자리,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시는 엄마, 차의 뒷모습이 아파트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 돌아서는 발길이  무겁기만 하다.

 

두 분이 떠나신 집안은 빈 둥지마냥 썰렁했다. 아버지가 늘 앉아 계시던 의자도 잠시 외출을 하셨을 때완 달리 무척이나 쓸쓸해 보인다.

 

오래 전부터 당뇨가 있으셨지만 철저한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생활로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해 오셨는데 침대모서리에 발이 채여 작은 상처가 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치료를 해도 낫지를 않고 점점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더니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혈관이 막혔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치료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워낙 연세(83세)가 많아 선뜻 시도를 할 수가 없다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가족들의 마음은 통로가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듯 착잡하기만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 곳 저곳을 수소문해 방법을 찾던 중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더니 이런 상황을 두고 이르는 말인가 보다."

 

결과는 장담 못하지만 우리에겐 유일하고도 최선의 방법인 혈관확장시술이 있다고 하여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입원해 있는 서울 모병원에서 수원에 있는 아주대부속병원까지 이동을 해야 했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아버진 가족들의 간절한 전송을 받으며 앰브란스에 옮겨지셨다. 필자와 셋째 동생이 모시고 가기로 하고 차에 올랐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던 앰브란스는 대로로 접어들자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거리의 무법자처럼 고속 질주를 한다.

 

차내 한 쪽 벽면은 여러 가지 구급용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환자 침대가 놓인 뒷 칸은 약간 어두웠다. 비좁은 이동침대에 불편하게 누워계신 아버지 모습을 뵈니 만감이 교차하여 눈시울이 젖어든다.  

 

마치 이별연습이라도 하는 것 같아 더욱 눈물이 쏟아졌다. 행여 눈치 채실까봐 울지 않으려 애써봤지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뺨과 목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평소 엄하기만 하셨던 아버지. 큰딸의 나이도 50을 넘어 이제 사위 볼 나이가 되었건만 여전히 아버지 앞에선 긴장이 된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에 그 모습이 아니었다. 높이 매달린 세 개의 투명한 봉지에선 똑 똑 똑 쉬지 않고 떨어지는 약물이 혈관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요즘들어 부쩍 야위신 아버지 모습이 너무도 가슴 아파서 잠시 망설이다 주사바늘이 꽂힌 손을 꼬옥~ 잡아드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버지의 체온, 어릴 땐 목마도 태워 주시고 업어도 주셨는데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을까. 고령인 까닭에 전신마취를 할 수가 없어 가볍게 수면상태에서 시술을 한다는데 아프지나 않으실지 걱정이 된다.

 

"아버지~ 저희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마음 놓으시고 잘하고 나오세요~."


#아버지의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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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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