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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 포럼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들은 현행 좌파중심 역사 교과서가 올바른 역사를 기술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증주의에 입각하여 새롭게 집필했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역사학자들과 시민들은 뉴라이트의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 식민지 근대화론을 인정하고 ▲ 제주 4·3 사건을 좌파 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하며 ▲ 이승만·박정희 반공 독재체제를 긍정한 내용을 담아 논란을 일으켰다고 비판을 받는 책이다. 올바른 역사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왜곡시켰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가 역사 왜곡에 대하여 민감한 이유는 일본 우익 집단이 일제 강점기 동안 식민지배와 종군위안부, 중국이 시도하고 있는 동북공정을 통하여 우리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사 왜곡이 비단 일본 우익이나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 포럼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김한중이 쓴 <역사왜곡과 우리의 역사교육>은  우리 역사교육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있다. 일본 역사 왜곡 교과서와 국사를 필수과목 '이다', '아니다'와 교과서 일부 내용 위험성만을 표피적인 논쟁을 비판한다.

 

김한중은 우리 역사 교육이 단순성과 단발성으로 끝내는 이유가 대중적일뿐 학문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가 역사 교육을 학문적인 바탕으로 공부해본적이 거의 없다. 국사를 배우는 이유가 고등학교 입시와 대학교 입시를 위한 공부일뿐이다.

 

그리고 역사 다큐멘터리와 역사 드라마를 통하여 사람들은 대부분은 우리 역사를 배운다. 대하 역사소설도 마찬가지다. 특히 김한중은 역사 다큐멘터리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한다.

 

"역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채 의문으로 남아 있는 역사적 사실을 다루기도 하지만, 대부분 우리 역사의 화려함이나 강대함, 문화의 우수성이나 독창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소재를 택하고 있다 … 우리 역사를 능동적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친 자민족 중심의 역사 해석으로 객관적 역사 인식을 어렵게 하며, 비판적 역사관을 무디게 할 가능성이 있다." (27-28쪽)

 

이런 흥미와 자민족중심관이 가진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사교육이 일시적과 대중적이 아니라 학문이 가진 고유한 지적능력과 객관성을 바탕에서 출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 교육이 올바른 역사 의식과 학문성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사 연구 방법을 공부한 역사 교사들을 양성하고 입시 성적을 매기는 국사 교육이 아니라 학문으로서 역사를 가르치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는데 이유는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이 일어나도 냄비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비판이 가능하며, 우리 역사 교육도 왜곡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기르는데 있다. 역사를 앎으로써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을 다룬다. 사람이 살아왔던 시간과 공간을 앎으로서 현재 학생들은 과거와 미래를 서로 공유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 사람들이 세계의 일원임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블로흐는 역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역사는 올바른 생각을 하는 사람의, 올바른 행동의 정당성을 증명해줄 것이다.'라는 믿음이었을 것이다. <역사를 위한 변명> 곳곳에서 블로흐는 '역사가 다루어야 하는 것은 인간의 모습이다.'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간다'." (38쪽)

 

하지만 우리나라 역사교육은 입시교육의 한 부분으로 전락했고 그마저도 이데올로기 쇠퇴 이후 나타난 국가간 치열한 경쟁, 컴퓨터나 정보통신 분야의 첨단과학기술 발전 등 급속한 사회변화 따라 교육의 사회적 효용성에 밀려 역사교육이 가졌던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세계인으로 살아가게 하는 공동체성을 훼손해버렸다고 그는 지적한다.

 

제3장 '역사교육은 이데올로기의 도구인가' 질문을 통하여 2001년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임나본부설, 군대위안부누락, 한국강제병합, 한반도의 일본 위협설, 임진왜란 정당화, 한국사 폄하 등 과 1994년 한국의 국사교과서 준거안 파동-'4·19의거'를 '4·19혁명'으로, '5·16혁명'을 '5·16군부쿠데타'로 '12·12사태'를 '12·12쿠데타'로 '제주 4·3사건'을 '제주4·3항쟁' 등으로 시안을 발표하자 보수단체들가 거세게 반발했다. '12·12쿠데타'와 '제주 4·3항쟁'은 '제주 4·3사건'으로 바뀌었다.

 

이런 일들을 김한중은 우리 사회가 이중의 이데올로기적 잣대로 역사를 바라보면서 건전한 논쟁이 아니라 마녀사냥식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올로기적인 잣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김한중은 학생들의 코드에 맞는 교재 개발 연구의 필요성, 실제 수업에서 추체험이나 감정이입에 의한 역사수업, 대중의 일상 생활사를 강조함으로써 역사를 친근함과 재미가 깃든 교육이 되도록 가르쳐야 함을 강조한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고 역사 가운데 자신이 들어가 있으며 자신이 역사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지도록 하고 하나의 역사 사건을 두고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도록 할 때 우리는 역사를 바로 인식할 수 있고, 편중된 역사 인식으로 말미암아 역사를 왜곡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으로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역사교육에 대해 가르치는 저자가 우리의 역사교육에 실존적 물음을 던진다. 부실과 모순으로 가득찬 우리 교육현장과 왜곡된 역사교육의 문제, 대중매체의 흥미 위주 역사교육, 역사교육이 걸어온 길과 체제와 이데올로기의 도구 노릇을 하기에 바빴던 역사의 실체 등에 대해 진지하게 분석한 뒤 역사교육학을 정립할 것과 현장에서 나아가야 할 역사교육의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출판사 책소개)

덧붙이는 글 | <역사왜곡과 우리의 역사교육>  김한중 ㅣ 책세상 ㅣ 4,900원


역사왜곡과 우리의 역사교육

김한종 지음, 책세상(2001)


#역사왜곡#역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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