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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촛불집회'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며 촛불 집회에 나선 시민들의 폭력 사진과 동영상만 편집해, 경찰청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팝업창'으로 띄워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 홈페이지는 첫 화면 팝업창에 "'촛불집회,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며 촛불 집회 현장에서 평화롭게 시민들을 인도로 밀어올리는 전·의경 모습과, 실신하거나 다친 경찰과 대조적으로 시민들은 사다리를 타고 경찰버스 위에 오르거나, 경찰버스 창문을 깨는 사진과 동영상만 모아놓았다.

 

촛불집회 관련 경찰의 견해를 밝힌 글과 별도로 실은 '글모음'에도 "촛불집회 반대" 의견을 적은 시민들의 글과 경찰이 쓴 글만 모아 올려놓았다.

 

경찰 옹호 일변도의 사진과 동영상

 

경찰청이 밝힌 "'촛불집회' 사실은 이렇습니다"만 보면, 경찰들은 쩔쩔 매며 평화롭게 촛불을 든 시위대를 진압하려는데, 시민들은 흥분해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폭도로 보인다.

 

경찰청이 게재한 '사진'을 클릭하면 "촛불시위, 그 긴박한 순간들"이란 사진 모음이 걸려 있다.

 

2008년 6월 6일부터 8일까지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와 5월 31일부터 6월2일까지 '집회시위 및 거리행진', "전의경, 그들도 우리의 소중한 가족입니다"로 나누어 놓았다. 그 나눈 글을 클릭하면 "촛불집회 관련 불법행위 및 경찰피해 상황입니다"라며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격렬한 사진과 부상당한 경찰 사진만 모아 놓았다.

 

또 "경찰 기동대 버스 위에 올라가 가림막을 파손하는 시위대" "시위대의 폭력 행사로 부상당한 경찰관" "차벽 위에서 떨어져 부상당한 경찰관"라고 친절한 설명까지 달아놓았다.

 

동영상도 일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이 '08.5.31-6.8까지 진행된 '쇠고기 수입 반대' 가두시위 및 청와대 진출 시도 상황을 종합 정리한 자료입니다"라고 밝힌 동영상에서 경찰은 "청와대 방면 진출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 올리는" 모습을 애써 강조한 반면, 시민들의 경우 "경찰버스에게 수십 개의 물병을 던지는 시위대"로 묘사했다. 

 

이 장면엔 6월 1일 새벽 3시 시각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그뿐이 아니다. 경찰이 공개한 이 동영상에선 곧 이어 '살수차'의 맹렬한 물줄기가 시민들을 향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경찰은 이 동영상 설명에서 '살수차'의 살수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물병 몇 개에 경찰은 거대한 '물대포'로 진압에 나섰음을 경찰 동영상으로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경찰 동영상이 경찰 폭력 증명?

 

또 "탈취한 경찰 방패를 들고 버스 위에 올라 청와대 진출을 선동하는 장면"이란 설명이 붙은 동영상 장면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버스 위에 올라간 시민들을 떨어뜨리려는 듯이 '살수차'의 강한 물줄기가 버스 위의 시민들을 향해 맹렬하게 솟구쳤다. 시민들의 폭력을 증명한다면서 경찰이 되레 버스 위 시민들의 추락 위험에 아랑곳하지 않고 살수차의 물을 쏴 경찰이 시민들 안전에 불감했던 당시 상황을 증명해준 셈이다. 

 

이어서 이 동영상에선 버스 위에 올라간 시민들을 잡으려고 경찰들이 버스 위로 우르르 올라가 시민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경찰 한 명이 버스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에 동그라미까지 그려넣으며 경찰의 추락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동영상 시점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 동영상에 또렷이 적힌 6월 1일 새벽은 효자동길에서 시민들의 부상이 속출해 인근 병원 응급실이 만원을 이룬 날이다.

 

이 날 현장을 생중계한 <오마이뉴스>는 "새벽 3시10분 경, 사고가 발생했다. 시민 5명은 시민들을 향해 계속 물대포를 쏘아대는 전경들을 저지하기 위해 전경버스 위로 올라갔다"며, "하지만 전경들은 버스 위로 올라간 시민들을 향해서도 물대포를 쏘았고, 이에 흥분한 시민 10여명이 더 버스 위로 올라갔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오마이뉴스>는 "전경버스 위에서 버스 위로 올라온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계속 쏘아대던 전경들은 이들을 연행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물대포에 맞거나 연행을 피하려던 시민 대여섯 명이 버스 아래로 떨어졌다"며 "부상자 속출 '아수라장'"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때가 경찰버스 위에 올라간 시위자를 경찰이 강제 연행하는 과정에서, 이 시민의 바지가 벗겨져 하체가 그대로 드러난 채 경찰에게 끌려 가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던 때다.

 

하지만 경찰청 동영상은 버스에 떨어진 시민들 이야기나 시민들의 부상에 대해선 일절 침묵한 채, 마치 시민들을 광분한 폭도처럼 묘사해 빈축을 사고 있다.

 

또 '촛불집회 글모음'에도 '어느 의경의 눈물' '경찰이 촛불을 막아야 하는 이유' 등만 올려놓았다.

 

'경찰이 촛불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경찰이 또 전의경이 불법으로 행해지는 촛불시위를 막아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위의 글은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과 네이버 카페 '과격불법 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의 게시판에 제가 올린 글"이라고 카페 주소까지 올려놓았다. 이 카페는 <100분 토론>에서 서강대 여학생이 나와 "촛불집회 반대" 카페로 누차 소개했던 곳이다. 

 

경찰청 홈페이지를 본 시민은 경찰청 열린게시판에 "공지 창 참으로 뻔뻔하다 못해 기도 안 찬다"라며 "'전의경들도 우리 국민이고 가족이다 우리 자식들이다' 구구절절 호소하는 공지 창 띄우면서 정작 당신들이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수십, 수백, 수천만 국민들의 대호소는 어찌하여 폭력으로 진압하십니까"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MBC와 KBS 앞에서 가스통 들고 불 지르겠다 협박하고 당연하게 사람 패고 진중권 교수 폭행하고 기자들 폭행하고 사람 목 조르고 했던 보수단체 집회에 대한 경찰들의 입장도 밝히라"고 요구했다.


태그:#경찰청,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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