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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추억 미래의 혁명 - 역사의 대반전, 신자유주의 이후의 새로운 세계 | 박세길 지음 | 시대의창 | 692쪽 | 2만9500원

 

<다시 쓰는 현대사>(전 3권)의 저자가 '자주성'과 '세계성'이란 두 렌즈로 '혁명의 추억'을 반추하고 '미래의 혁명'을 전망한다. 프랑스대혁명, 러시아혁명, 중국혁명, 쿠바혁명, 68혁명 등 근대 이후 혁명의 역사를 통해 권력의 본색과 본석을 성찰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후 혁명의 조건과 비전을 나름으로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미래가치 구현의 4대 요소는  '생태주의, 문화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그는 이를 바탕으로 '창조적 다수'가 소통하고 연대하는 사회연대국가를 건설하여 진정한 주권재민을 실현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가 이 책을 처음 구상한 것은 1992년 가을. 소련의 붕괴로 '혁명'이 혼란에 빠졌던 무렵이었다. 이후 무려 15년 동안 1만여 매의 초고를 작성하고 2600여 매의 원고로 다듬어 700쪽에 가까운 책으로 펴냈다. 저자 스스로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상당 부분 나의 주관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

 

한국 현대 실천철학
- 박종홍부터 아우토노미즘까지 | 김석수 지음 | 돌베개 | 488쪽 | 2만2000원

 

마르크스는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에서 "철학자들은 세계를 그저 다양하게 해석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라고 썼다. 그럼 우리의 철학자들은 어땠던가. 이 책의 저자 역시 참된 철학자의 첫째 조건으로 이론과 실천, 해석과 변혁의 상호긴장과 조화를 꼽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지난 100년간 한국의 철학자들이 어떻게 현실을 해석하고, 현실에 개입(실천)해왔는지를 정리했다. 20세기 초 마르크주의를 수용한 식민지시대의 실천철학자들부터 21세기 초 지구적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새로운 이론으로 수용된 '다중' 논의까지, 또 현실 체제의 철학적 토대를 제공함으로써 권력에 적극 협력해온 철학자들부터 그에 저항해온 철학자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한국 현대 실천철학의 흐름을 정리하고 있다. 또한 그런 정리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과 그에 대한 철학적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5리터 - 피의 역사 혹은 피의 개인사 | 빌 헤이스 지음 | 박중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438쪽 | 1만8000원

 

제목에서 금방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피에 대한 책이다. 제목 '5리터'는 우리 몸속을 흐르는 북은 액체의 강, 피의 평균 총량이다. 상대방의 피를 마심으로써 그 힘과 용기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 했던 고대 로마 검투사들의 시대로부터, 유능한 과학자들이 혈액 검사를 통해 에이즈와 같은 난치병을 밝혀내고 치료법을 개발해 내는 현대까지 피에 얽힌 인류의 과학사와 의학사를 때론 서정적으로 때론 엽기적으로 때론 유머스럽게 펼쳐보인다.

 

저자 자신의 체험도 곳곳에 녹아 들어가 있는 점이 특별하다. 특히 '게이'로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로 오염된 피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감정을 키워 나가는 저자가 현실과 부닥치면서 겪는 고통도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거대한 뿌리여, 괴기한 청년들이여 - 김수영 40주기 기념 시집 | 서동욱·김행숙 엮음 | 민음사 | 153쪽 | 8000원

 

1968년 6월 16일 밤 '풀의 시인' 김수영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40년이 흘러 그가 한국 문단에 내린 '거대한 뿌리'는 오늘 '괴기한 청년들'의 '내일의 시'로 뻗어갔다. 1968년 이후 태어난 40명의 시인들이 신작 시 한 편과 산문 한 편을 통해 선배 김수영의 40주기를 기념한 책이다.

 

한 후배 시인은 김수영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다. "그는 차라리 억압이고, 고통이다. 그의 시 앞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좌절로 지새워야 했던가. 더러는 영향 받지 않겠다, 내팽겨쳐 버린 뒤, 정반대의 길을 모색하며 얼마나 앙탈을 부렸던가. … 그러나 그 쏘아보는 듯한 눈빛으로부터 나는 영영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이제, 고백한다. 시가 되지 않는 밤마다, 책장 어딘가에 방치해놓은 그의 시를 슬쩍 슬쩍 훔쳐보곤 했음을. 도리질 쳐 온 억압과 고통이 나를 꿈꾸게 했음을."

 

한국의 바위그림 | 김호석 지음 | 문학동네 | 294쪽 | 1만8000원

 

'전통형식으로 현대와 소통'하는 수묵화가의 대가가 우리의 선험적 예술혼을 찾아 암각화 여행을 떠났다. 그는 "험한 바위에 새겨진, 저 유구한 시간들의 자취에서 읽히는 옛 미의식의 구조나 원형질로서의 가치,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인 미감이나 예술의 근원성 등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10만원권 새 지폐의 얼굴로 채택돼 화제를 낳았던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부터 울주 천전리 암각화, 그리고 칠포리형 암각화 등의 제작 방법 및 시기, 도상적 특징 등을 바탕으로 한국 암각화의 총체적 성격을 밝혀내고 있다. 사진과 탁본, 그리고 실측도 등 풍부한 자료가 책의 깊이를 더해준다. 저자의 박사학위논문 '한국 암각화의 도상과 조형성 연구'(2006)를 가다듬었다.

 

축제의 문화사 | 윤선자 지음 | 한길사 | 409쪽 | 1만8000원

 

축제는 양면을 갖고 있다. 재생을 위한 '창조적 파괴'로서 제도와 권력의 억압에 저항하는 한편, 욕구의 체제내적 해소를 통해 기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원시시대부터 근대까지 축제를 둘러싼 다양한 문화적 관행들을 살펴봄으로써 축제가 인간사회에서 갖는 본래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아간다.

 

특히 프랑스 카니발을 중심으로 유럽의 축제와 그와 관련된 풍습과 관행이 지역적, 경제적, 종교적 환경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본문 사이사이에 배치된 쉽게 접할 수 없는 도판들도 내용을 이해를 돕고 있다. 프랑스대혁명 기간에 정치적으로 이용된 축제들에 대한 보고서인 <축제의 정치사>도 함께 출간됐다.

 

칼릴라와 딤나 | 바이다바 지음 | 이븐 알 무카파·이동은 옮김 | 강 | 400쪽 | 2만5000원

 

유대인의 <탈무드>에 비견되는 아랍세계의 지혜서이자 고전이다. 인도의 구전 설화집 <판차탄트라>를 아랍·이슬람적으로 개작했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칼릴라'와 '딤나'라는 두 마리 재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동물우화집으로, 인간의 사악함과 어리석음, 인간세계의 부조리와 함께 인간 내면의 악덕을 다스리고 현실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 등을 담고 있다.

 

 또한 우화가 전하는 교훈 뒤에는 정치적 풍자도 숨겨져 있는데, 당대의 통치자인 '칼리파' 알 만수르를 겨냥했다고 한다. 역자 이동은은 한국외국어대에서 '칼릴라와 딤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10년 전 나온 한국어판을 문장과 어휘를 새롭게 다듬고 아랍세계에 전해 내려오는 삽화를 보강해 다시 펴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 - 박사와 루트 그리고 나의 이야기 | 오가와 요코 + 후지와라 마사히코 대담 | 김난주 옮김 | 이레 | 168쪽 | 8800원

 

혹시 '우애수'라고 들어봤는가. 말 그대로 '우애'가 돈독한 수다. 수학적으로 풀어 설명하면 무한한 숫자 가운데 자기 자신을 제외한 약수의 총합이 다른 한 수가 되는 관계다. 그래서 '220'과 '284'는 우애수다. 이렇듯 숫자, 수학을 놓고 소설가와 수학자가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었다.

 

소설가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영화로도 제작돼 국내에서도 개봉됐다)으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한 오가와 요코, 수학자는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 이학부 교수인 후지와라 마사이코. 소설가가 질문을 던지고, 수학자가 거기에 대답한다.

 

수학자들의 놀라운 집중력과 연애의 상관관계, 노벨상에 수학상이 없는 이유, 천재 수학자가 태어나는 조건, 파이(π)의 신비로움, 골드바흐의 추측을 둘러싼 수학자들의 좌절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신이 숨겨놓은 아름다운 질서'가 드러나고, 예술적 언어와 수학적 언어가 서로 소통할 수 있음이 '증명'된다. <수학의 정석>에서는 결코 깨닫을 수 없는 새로운 수학의 세계다.


혁명의 추억 미래의 혁명 - 역사의 대반전, 신자유주의 이후의 새로운 세계

박세길 지음, 시대의창(2008)


태그:#이주의 새책, #김수영, #혁명, #수학,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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