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가 스웨덴을 2-0으로 물리치고 유로 2008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 UEFA
히딩크 감독의 마법이 또 다시 일을 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한국 시각으로 19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 2008) 조별리그 D조 마지막 경기에서 스웨덴을 2-0으로 물리쳤다.
나란히 승점 3점을 기록해 패하는 팀은 곧 탈락이라는 살얼음판 같은 맞대결에서 러시아는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고 소련이 해체된 이후 처음으로 유로 대회 8강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가 객관 전력에서 스웨덴에 뒤쳐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러시아는 빠르고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그라운드 전체를 일사불란하게 누비며 주도권을 잡았다.
자신감을 얻은 러시아는 전반 24분 정확한 패스 플레이로 스웨덴 수비를 무너뜨린 뒤 공격수 로만 파블류첸코의 재치 있는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러시아는 후반 5분에도 안드레이 아르샤빈이 추가골을 터뜨려 스웨덴의 추격 의지를 꺾어 버렸다. 스웨덴은 계속되는 러시아의 공세에 막혀 이렇다 할 반격도 못해 보고 오히려 러시아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결국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헨릭 라르손 등 화려한 스타 선수들과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던 스웨덴은 이날 패배로 8강 진출에 실패하며 러시아 돌풍의 희생양이 됐다.
히딩크, 다음 상대는 조국 네덜란드
이날 승리로 히딩크는 러시아를 8강에 올려놓아 또 한번 '마법사'의 위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얄궂은 인연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가 8강전에서 만날 상대가 바로 히딩크 감독의 조국 네덜란드인 것.
판 바스턴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 최고의 '죽음의 조'로 꼽히던 C조에서 3전 전승을 거두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네덜란드는 조별 경기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루마니아 등 강호들을 상대로 무려 9골을 터뜨리며 내용면에서도 완벽한 경기를 펼쳐 이번 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른 강팀 중의 강팀이다.
네덜란드로서는 모든 면에서 러시아보다 앞서있지만 상대가 히딩크 감독이라는 점이 불편하다. 대표팀의 상당수 선수들이 '옛 스승' 히딩크 감독의 손길을 거치며 성장했기에 자신들의 장점과 단점을 그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이 자신의 조국이자 한때 지휘봉을 잡은 네덜란드를 상대로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을 끈다. 러시아와 네덜란드의 8강전 대결은 오는 2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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