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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신발을 신고 입구에서 출구까지, 다시 출구에서 입구로 돌아가며 감상하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일러주는 이 책의 겉그림.
 편한 신발을 신고 입구에서 출구까지, 다시 출구에서 입구로 돌아가며 감상하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일러주는 이 책의 겉그림.
ⓒ 미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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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로의 뚱뚱한 모나리자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원작이 함께 표지를 장식한 <나는야 꼬마 큐레이터>(이현 지음, 미진사 펴냄)는 미술사학을 공부한 엄마가 쓴 예술교육 지침서다. 유치원생 아이를 데리고 만학도로 떠난 프랑스 유학길에서 학생이자 학부모였던 지은이가 경험한 두 나라 예술교육의 차이를 생생하게 비교한 책이다.

우리 나라 예체능 교육의 문제점과 집에서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어, 아이들 예체능 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된다. 

아이가 프랑스 유치원에 편입하던 날, A4 한 장을 꽉 메운 원장 선생님의 질문 리스트에 질렸다는 일화는 우리 나라 원장님들께 부탁하고 싶은 부분이다. 몇 년간 아이를 돌봐 온 엄마가 아이의 특성이나 개성을 잘 알고 있기 마련이니, 입학 상담 때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보장되면 좋겠다. 

스스로 색깔을 만들어 쓰며 자신감 키우는 아이들

우리가 흔히 쓰는 12색 색연필이나 크레파스 대신 프랑스 유치원에서는 다섯 가지 포스터용 물감으로 자기가 만들어서 색을 사용하게 한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으로 직접 만들어서 쓰게 하면 아이가 자주 쓰는 색이 어떤 색인지, 어떤 색에 반응하는지 알게 된다. 게다가 물감을 섞으면서 아이는 마술 같은 색감을 매순간 직접 경험하게 되고, 자기가 만든 새로운 색을 칠하면서 자기만의 개성과 자신감도 키울 수 있다.

한국에서 음악의 기본은 피아노로 통한다. 헌데 프랑스에서는 음악의 기본은 피아노가 아니라 청음이라며, 먼저 잘 듣는 귀를 만드는 게 음악교육의 시작이라고 한다.

음악의 기본이 청음이라면, 미술의 기본은 그리기나 만들기가 아니라 색과 공간의 분별이다. 또, 무용의 기본은 동작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몸을 제대로 아는 것이며, 그렇게 기본에서 출발한 예술교육은 영재나 천재, 신동 뉴스를 동반하지 않는 대신 평생 즐거운 습관 몇 가지를 체득하게 해준다.

1%의 천재를 위해 내 아이를 희생할 것인가

유독 예체능 분야에는 신동과 천재들이 많다. 어린 나이에 무슨 콩쿠르에 나가 우승을 했다는 뉴스는 새로운 스타 탄생을 보장한다. 책에서는 어린 시절 이미 천재의 대열에 오른 피카소가 "어릴 적엔 이미 벨라스케스처럼 그렸는데 커서는 아이처럼 그리고 싶다"고 한 말을 예로 들면서 우리 나라 예체능 엘리트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소수의 스타를 만들기 위한 교육방식을 내 아이에게 여과 없이 적용하는 것은 폭력이라면서, 그저 아이의 관심사를 관찰하고 포착하는 데 교육 에너지 절반을 쓰라고 권한다. 아이를 놀게 하고, 쉬게 하면 아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자녀 교육은 9개년 계획을 세워 실천하라고 덧붙인다.

3 - 3 - 3,
3 - 3 - 3 = 9년 
네 살 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 3년, 입학 후 저학년 3년, 고학년 3년.
다시 초등학교 고학년 3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마지막 3년과 다음단계 3년은 겹친다.)

3년씩 3번, 9년 간 아이에게 소중한 것을 생각해 보자는 얘기다. 해당 시기에 반드시 아이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부모의 가치관이나 성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공통적으로 챙겨야 할 것들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3살 전후로 아이의 인성이 이루어지므로 이때까지는 1차 양육자가 바뀌지 말아야 하고, 4살 전후로는 아이의 지적인 호기심이 왕성해지므로 반드시 부모가 옆에서 그 부분을 충족시켜 주는 게 좋다. 4살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의 3년은 관찰과 기본을 익히는 시기로, 다양한 소리와 시각에 노출될 수 있도록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음악당, 체육관 등을 추천한다.

9개년 계획의 2단계인 초등학교 저학년 3년은 본격적인 사고력 증진과 생명교육, 예술교육이 함께 이루어지는 게 좋다. 머리와 가슴, 몸이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예체능 교육이기 때문이다. 3단계인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다양한 책을 읽히고 관심 분야를 찾아 즐기는 생활을 훈련하는 기간이다. 그리고 2차 9개년 계획의 시작지점이기도 하다.

경쟁에 지친 일상에서 마음을 편하게 하고, 한박자 쉬어가며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기 위해 예술교육은 필요하다. 이 책의 부제가 '우리 아이 미래를 바꾸는 예술교육'이라고 붙은 데 전적으로 동의하는 이유다.

마음이 여유로운 아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 아름다움으로 위로받고 남도 위로할 줄 아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예술교육 만큼 좋은 게 있을까. 아이의 미래가 밝고, 맑고, 향기롭기를 바라는 부모에게 이현의 <나는야 꼬마 큐레이터>를 권한다.


나는야 꼬마 큐레이터 - 우리 아이 미래를 바꾸는 예술교육

이현 지음, 미진사(2006)


태그:#예술교육, #예술, #큐레이터 , #자녀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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