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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사자가 모시러 오거든 이렇게 말하세요 노령에 저승사자가 모시러 오거든 이렇게 피하세요, 재미 있는 우스갯소리를 노래로 만들어서 부르니 강사도 노인들도 즐거워하였습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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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10시 30분, 약속장소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안동교회였다. 어느 잡지사로부터 청탁받은 노인을 인터뷰하기 위한 길이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잠깐 걷자 교회가 나타났다. 교회 정문 앞에는 흡사 고궁처럼 보이는 고풍스런 대문이 마주 서 있었다.

다가가 살펴보니 윤보선 전 대통령의 옛집이었다. 교회 예배실로 들어섰다. 예배실에선 미모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가진 여성강사의 강좌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수강생들을 살펴보니 모두 노인들이다.

내가 인터뷰하기로 약속한 노인도 수강생들 중에 있을 것이다. 할 수 없었다. 강의 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기다리는 동안 자리에 앉아 강좌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강의 내용이 재미있다. 강좌의 제목은 '이제는 노년 문화시대'였는데 마침 '노년에 저승사자가 찾아오면 이렇게 말 하세요'라는 우스갯소리를 소개하고 있었다.

"이런 노래도 있답니다. 한 번 배워보실래요?"

곡조가 옛 가요곡이어서 노인들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자! 어르신들 따라서 하실 수 있으시죠? 한 번 해보시겠습니다. 잘 따라하시지 않으면 저승사자가 빨리 모셔간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노인들이 '허허허' 웃는다. 그리고 곧 노래가 시작되었다.

1절, 우리들의 인생은 일흔 살부터, 마음도 몸도 왕성합니다.
     칠십에 우리들을 모시러 오면, 지금은 안 간다고 전해주세요.

2절, 우리들의 인생은 일흔 살부터, 언제나 생글생글 웃고 삽니다.
     팔십에 우리들을 모시러오면. 아직은 빠르다고 전해주세요.

3절, 우리들의 인생은 일흔 살부터, 아무것도 불만은 없이 삽니다.
     구십에 우리들을 모시러 오면, 재촉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4절, 우리들의 인생은 일흔 살부터, 언제나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백세에 우리들을 모시러 오면, 서서히 간다고 전해주세요.

강사의 재미있고 능숙한 솜씨에 이끌려 노인들도 즐겁고 밝은 표정으로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 노년기의 심리와 사회적 변화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노인전문가이며 사회복지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유경씨
 노인전문가이며 사회복지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유경씨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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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로 '늙는 것은 병드는 것이다. 늙은 개에게는 새로운 재주를 가르칠 수 없다. 말은 이미 헛간을 벗어났다. 불은 켜져 있으나 전압이 낮아 어둡다. 노인들은 제 몫을 다하지 못한다'등등을 조목조목 예로 들며 설명했다.

노인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맞장구도 치며 진지하게 강의를 들었다. 강사는 노년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과 노인의 사회적 특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진지하게 강의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고 강의 내용도 아주 유익했다.

강의 시간이 끝날 무렵 옆자리 노인이 펼쳐놓은 강사의 이력을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유경 선생, 프리랜서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기자. 반가운 마음에 시선이 그곳에서 딱 멈췄다. 그리고 잠시 후 노인들이 치는 커다란 박수 소리와 함께 강의가 끝났다.

"유경의 녹색 노년을 연재하시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시네요. 반갑습니다. 저도 오마이뉴스에 기사 쓰는 시민기자 이승철입니다. 혹시 기억나십니까?"
"아, 네, 반갑습니다."

그리고 잠깐 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은 허용되지 않았다. 유경씨는 다른 일정으로 바빴고 나도 약속이 되어 있던 노인과의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전혀 몰랐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난 자리였다. 한 사람은 강사로, 다른 한 사람은 예정에 없던 수강생으로 멋진 강의에 빠졌던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같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동지 같은 마음이 서로를 반갑게 대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유경 기자님 반가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와 다음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유경, #노인, #사회복지사,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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